문학동네 <책도둑> 출간 기념, 책 훔치기 이벤트 (응모방식이 일부 변경되었습니다.)

가까스로 경찰을 따돌린 나는, 문학동네로 흘러 들어갔다.

예기치 않은 일이었다. 도망을 가다보니, 발이 도달한 곳이었던 셈이다.

발이 날 이끈 것일까. 아니면, 어떤 운명이 돌뿌리에 걸려 넘어진 것일까.

그 동네는, 그렇다. 예삿동네가 아니다. 쉽게 발 디딜 수도 없는 동네다. 세계에서 온리 원.

이유는 바로 '문학'.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가치가 소장돼 있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난 이 곳에 오려고 맘 먹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왜냐, 난 좀도둑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또한 아무나 올 수 있는 곳도 아니다. 거룩하고 우아한 우리 도둑계의 셀리브리티들도 원한다고 이곳에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있는 동네면서도, 없는 동네다.

동네가 고래처럼 숨을 쉬면서, 사람들을 골라 받아들인다. 이 미친 놈의 동네. 그런 곳에 내가, 이 좀도둑인 내가 발을 디딘 것이다. 허허. 훔치고 싶었다. 도벽이 재차 발동함과 동시에, 이젠 욕심이 난다. 동네를 어슬렁 거리다보니, 반짝반짝 빛이 난다.

소심한 좀도둑이던 나였다. 그런데 마음이 둥둥, 둥둥, 왜 이런가. 도둑계 최고의 경지인 < 책도둑 1, 2 >의 타이틀이 아롱아롱. 일찌기 없던 전율이다. 왜, 왜.

나는 단독자였다. 누군가와 함께 합작으로 털어볼 생각 따위 추호도 한 적이 없다. 흥해도 혼자 흥하고, 잡혀도 혼자 잡힌다는 철저한 개인 플레이.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나는 철저히 원맨밴드였다. 그래서 저런 타이틀엔 관심 없었다. 대부분 저 타이틀을 따기 위해선 합작이나 제휴 플레이어들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와 < 더불어 숲 >에 가 본 적도 없다. 집 바로 옆에 숲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내 마음 속에선, < 모방범 1, 2, 3 >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순간. 나는 모방범이면서도 창조범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책도둑의 칭호를 부여받을 수 있게 된다. 공허한 명예나 헛된 명성 따위 콧방귀를 꼈는데. < 어린 왕자 >를 그려보지만, 순수했던 하얀 마음은 이미 검은색으로 순식간에 물들고 있다. 이건 하나의 혁명이다. 내 삶의 하나의 전기. < 기나긴 혁명 >이 될 것 같은 예감. 내 마음 속에도 < 보이지 않는 경제 >가 똬리를 틀고 나를 동하는 것일까.

동이 틀 때까지 나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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