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단정하거나 확신하고 사는 편이 아닌 내게도,

내 인생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 혹은 확신하는 일이 하나 있다. 돈지랄 맞는 일. 이십대 초반, 허구한 날 술을 퍼마시면서 일찌감치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런 걸, 숙명이라고 한다지. 돈지랄 맞을 걱정 없는 숙명! 물론 돈지랄 풍년 정도는 아녔지만, 세간의 기준으로 돈을 잘 벌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옷도 결국은 내 옷이 아니었다.


최근 출판계와 사회적경제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었다. 

한 책(의 전질)은 매일(매달이 아닌!) 6천만원씩을 출판사 통장에게 꽂는단다. 

한 사회적기업의 제품은 매일 1500만원씩 매출이 발생하고 있단다. 

우와 우와 우와. 

어떤 회사는 한 달에 1500만원도 못 버는데, 

하루에 1500만원, 6000만원씩 팍팍 꽂힌다니, 부럽다.


오늘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외식창업센터(HBCC) 오픈식에 가서, 문득 돈 한 번 벌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어떤 돈이냐, 어떤 사회적 이윤인가가 중요하겠지만. 20년 가까이 지켜온 숙명을 거슬러 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노동 유연화. 노동의 자기결정권. http://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1919.html?_fr=mt1r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 

노동자가 자신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 

노동이 상호 협력하고 협동하는 것. 

기업 아닌 노동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노동을 플렉서블하게 다루는 노동시간결정권. 

돈지랄 대신 노동시간 결정권. 

그것은 삶의 자기결정권과도 통하는 것. 

저녁이든 주말이든 내 삶의 시간과 요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 

나는 소망한다 세상이 내게 금지시킨 것을.


그러니까, 어지간하면 알아야 하는 것. 마왕 덕분에도 알았던 것.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보고 싶다. 해철 형아. 

매일 한 두사람씩 연락 온다. 내가 해철님을 교주로 모셨던 것을 아는 사람들이.

고마운 일이다. 띠바, 그러게 왜 그렇게 간 거요. 이 가을에. 리버 피닉스가 갔던 때와 비슷한 이 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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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은, 


듣고 싶은 이 남자, 마이클(잭슨)

보고 싶은 이 여자, 파라(포셋)


6월25일로 벌써 오년. 5주기라는 이름으로 다시 불러 본 이름.


세간의 각종 너저분한 오해를 뒤집어 쓰면서 마이클이 당했을 고초와 곤혹, 그럼에도 놓을 수 없었던 음악에 대한 그의 태도가 그립고,  

 

죽기 얼마 전, 암투병 중이던 파라에게 오래된 연인 라이언 오닐(<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의 청혼은 축복이었을까, 고문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밤. "나는 살고 싶다"고 그녀는 말했다지.ㅠ 


맞아. 다시 되새김질. 

개인의 죽음이 한 시대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 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엔 그 특권을 향유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당신들, 잘 지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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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어느 봄날, 가로수길. 
"우와, 안녕하세요." 그를 향해 꾸벅, 인사했다. 
그의 단골 카페 2층의 한 귀퉁이 테이블에서 만났다.

그땐, 커피를 한창 배우고 있던 즈음. 
가로수길에서 나름 유명세를 떨치는 카페, 그것만으로 좋았다. 
인터뷰 의뢰를 받고 나갔던 그날, 내게 그는 연예인이라기보다 음악인이었다. 
=> 슬프고 외로운 너에게 보내는 노래 


당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TV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조용하고 나긋나긋했다. 답변은 신중했고, 은근한 우수가 묻어 나왔다.
푼수끼? 당시로선 그런 모습, 상상하기 힘들었다. 지금 그의 캐릭터, 그것으로 굳어졌지만.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질문 하나를 조심스레 던졌다.
그는 정색했다. 그 얘긴 꺼내지 않았음 좋겠다고 했다. 화들짝, '앗, 뜨거'.
요절한 서지원에 대한 물음이었다. 유작인 '내 눈물 모아'의 작곡자에게 향한. 

서지원이라는 이름, 당시 그에겐 아마도 너무 힘든 이름이었나보다.

그런데, 오늘 정재형.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내 눈물 모아'를 불렀다. 
이전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정재형이 그 노랠 불렀겠지만,
그가 서지원을 제대로 애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 정재형은 서지원을 잘 떠나보냈구나.

노랠 부를 때의, 
음색과 표정, 목소리와 톤, 분위기 모든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2008년이나 지금이나 정재형이 서지원을 생각하고 있음은 분명히 같아도, 
그때의 정색과 지금은 완전하게 다르다. 온전하게 애도하고 있다는 확인 같은 것.

애도는 '잘 떠나보내는 것'이고,
그것을 내 삶의 일부로,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 눈물 모아'를 부르는 정재형의 표정이 벅차보였다. 
'상실의 시간과 화해하는 기술'을 터득한 이의 표정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도, 
힘들고 아프면 그냥... 눈물을 흘리길. 

그저 눈물이 나니까, 눈물이 흐르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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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일과 당신이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책의 날을 맞아, 
며칠 전 영면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말을 곱씹는다. 

내가 기억하고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일과 너와 나 우리가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하여. 잊지 않기 위하여. 왜 이 사회는 어른이 되는 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일까. 왜 우리는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일까. 

그리하여, 지금 이것이 나의 화두다. 
왜 어른인가, 누가 어른인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노란 나비효과를 기다리는 마음들의 간절함을 본다. 

켜켜이 쌓인 마음은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까. 그럼에도,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마종기 시인의 '익숙지 않다'를 소리내 읽어본다.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해질까 



그래, 책의 날이 접힌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새로운 인생]을 보면, 이스탄불의 평범한 공대생 오스만은 한 권의 책을 만나면서 돌연 학업을 중단한다. 그리고 터키의 방방곡곡을 순례한다. 소설의 첫 문장, 인상적이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것은 계시였을 것이다. 
카뮈가 장 그르니에의 [섬]을 처음 읽고 말했던 그 계시. 
카뮈 왈, 한 인간의 생에서 위대한 계시란 기껏 한두 번이지만 그 계시는 행운처럼 생의 모습을 바꾸어놓는다고 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아니,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책을 나와서 삶과 세상을 살아갈 때 길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읽은 것의 결과일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어떤 쓰레기 책을 읽어댔는지, 아니면 책을 얼마나 읽지 않고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모습일 것이다.


나는 지금 마르케스를 읽고 있다.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당신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세상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기에, 이 슬픈 세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덜 슬프게 만들기 위해 우리,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이야기하면 좋겠다. 

사회적 독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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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업도 이윤을 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이 사회의 목적이 아니듯이 이윤도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 그 '다른 목적'은 아주 간단하게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의 실현이다. 이 목적을 빼고 나면 무엇이 이윤 창출을 정당화할 것인가?" 



봄밤.

도정일 교수님의 바리톤 같은 음색을 떠올리며, 

[쓰잘데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에 코를 박고 있다가 찌리릿 했다. 죽비소리다!


아, '이윤이 목적'이라는 기존 경제학의 기업 논리에 회의적이면서,

나도 이윤을 먼저 생각하는 이윤중심주의에 허우적대고 있던 것은 아닐까. 


문득 이런 반성과 함께, 

문학을 거세한 기업의 야만과 만행을 떠올렸다.


덕분에, 우리는 지옥을 임대한 '대한민국 주식회사'에 살고 있는 셈이다. 


문학을 안드로메다의 것이라고 치부하고, 

전혀 고려할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기업이라면, 

과격하게 말해, 짐승의 불안을 뜯어 먹고 사는 하이에나와 무엇이 다른가. 개쩌리들.


문학과 기업(경영)은 별개의 것이 아닌 게다. 

이윤유일주의의 노예가 된 기업들이 탈출해야 할 것은 불황이 아닌 '인간의 얼굴을 지운 자본'이라는 악덕 지주다.  


도 교수님, 다시 한 마디 덧붙인다. 

"기업이 선택해야 할 방향은 자본, 주주, 투자자 들의 최대 이익만을 챙기는 일이 아니라 최소한 여섯 가지 가치들을 함께 고려하는 쪽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고객, 노동자, 투자자, 하청업체와 대리점, 사회 공동체, 환경이 그 여섯 가지 가치다." 


그러니, 이 향기로운 봄밤. 봄밤만 올라치면, 

내 마음에서 울컥 올라와 읊게되는 김수영의 '봄밤'에 슬쩍 취해본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봄이 흐드러질라치면, 내 마음에서 연주되는 이 음악과 함께다. 

봄날, 벚꽃 그리고 너. 


4월 1일, '1분의 예술사 장국영'만큼 김수영이 떠오르는 밤이다. 

4월 1일의 봄밤은 그러니까, 장국영과 김수영을 읊을 줄 아는 낭만가객과 한 술 나누어야 한다.

둘을 이야기할 수 없다면, 이날만큼은 당신은 그냥 쩌리다. 


만우절 뻥 아니냐고?

김수영, 장국영 그 이름 걸고 뻥 치는 인간 아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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