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도정일 교수님을 드디어...ㅠㅠ 

아마 2001년부터 시작됐으니 13년 만인가. 


뵙고 싶었다. 알현하고 싶었다. 

순전히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이들에게 가장 많이 권했던 칼럼이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좋았던 두 개의 칼럼 중의 하나. (나머지 하나는 김규항 샘의 '너에게 수영을 권한다')


블로그 이름이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로 정해진 것도 그런 이유였다.

(나는 그렇게 별소년이었으니까~ㅋ 별들사잇길을 놓고 싶었으니까!)



기억으론 세 번 단독으로 뵐 기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세 번 다 무산됐다. 기자로서 후배로서. 

전화통화는 단 한 번. 그때 한 번 보자고 하셨지만, 시간은 쏜살이었다.


지난해 1년 내내 편찮으셨던 몸이라고 하셨는데, 

쩌렁쩌렁, 때론 과격하게, 때론 감성적으로, 지성과 교양의 향연이었다.

존경하는 노장의 말씀이 공기 속으로 촉촉하게 젖어든 봄밤, 행복하였도다.


정일 교수님의 말씀에 별들이 촘촘하게 떴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짓는 이야기를 하실 때는 눈물이 별을 적셨다. 

건축가 고 정기용 선생님에게 부탁을 드렸단다.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세요." 정기용 선생님은 충분히 그 말씀 이해하셨고, 순천관은 비밀의 하늘정원이 만들어졌고, 2층의 별나라 다락방이 별을 품었다.


순천관이 문득 그리워졌다. 별들 사이에 길을 놓을 테다! 

다락방의 별들이 되고 싶어졌다. 별을 내 가슴에 촘촘히 박을 테다!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제1의 대상이 별이다. 호기심 없는 삶은 좋은 삶도, 행복한 삶도 될 수 없다. 칼 세이건은 7살 때 밤하늘의 별을 매일 쳐다보고 도서관에 가서 별에 대한 책을 매일 봤다고 한다. 


좋은 삶을 다시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주입한 행복한 삶은 좋은 삶과 거리가 멀었으니까. 


아마 내 생전, 한국이 좋은 사회가 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뿌리 내리거나 공정한 사회가 되거나 아름다운 나라로 발돋움하는 건, 서울 밤하늘에 별이 쏟아지길 바라는 것과 같다.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좋은 삶을 사유하고 실천하며,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을 생전에 만나지 못해도, 그게 팔자지 모냐. 



'환대의 식탁'. 

정일 교수님이 힌트를 주셨다.  

[레미제라블]에 환대의 식탁이 나온다. 늘 천대받고 무시당하던 장발장이 밀리에르 신부로부터 생애 처음 환대를 받는다. 신부는 장발장을 오늘 저녁 우리를 찾아온 특별한 손님이라고 소개한다. 특별한 손님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장발장은 그 이후 삶이 바뀐다. 


정일 교수님의 마지막 말씀은 이렇게 귀결됐다. 

"환대는 사람을 바꾼다."

 

식품정의(Food justice)의 일환으로 '환대의 식탁'을 만들면 어떨까. 

집으로 향하는 봄밤, 밤하늘 뒤로 숨은 별들을 끄집어 냈다. 그리고선 별들 사이에 길을 놓았다. 별들은 서로 빛을 내려고 경쟁하지 않는다. 연결과 협력, 협동으로 서로를 빛나게 해준다.  


내 좋아하는 당신에게, 도정일을 권한다.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착한시경 2014-03-2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한 책이고 기다렸던 책을 손에 들었을때의 떨림...이 책이 그래요~ 저두 지금 읽고 있는 중이랍니다^^

책을품은삶 2014-03-30 22:5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떨림으로 가득하답니다.
아끼고 아껴서 읽고 싶은, 읽고 또 읽고 싶은, 떨림이 잔뜩 묻어 있는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