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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레아니쿠스 -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교육사회학이란 과목을 배우면서 느꼈던 충격은 과히 핵폭탄급이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줄 거라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게 당연한 진리일거라는 사실.. 하지만 그 모든 게 거짓이었다. 학교는 국가체제 유지를 위해 사람을 국가체제에 적응하는 인간으로 길러내는 곳이다. 자유로운 신체를, 그래서 맘껏 자연과 소통할 수 있었던 신체를 국가체제화된 신체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국가가 하는 모든 일에 비판을 하긴 커녕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이며, 진리란 이름으로 전해진 지식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한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렇게 나의 의식 속에 박혀있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 갑자기 모든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모르게 주입된 사상이 더 무서운 거니깐. 북한 주민들의 김일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처럼 말이다. 교육사회학을 통해 새삼 새롭게 볼 수 있었던 것들을, 이 책에서는 더욱 자세히 보여준다. 나의 일상을 낯설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나 할까.
이 책을 보게된 데에는 특별한 끌림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표지가 좀 색다른 느낌이어서 맘에 들었으며 관련 사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었서 읽기에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서였다. 그런 편한 맘에 보게 되었는데,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요즘 빠져 있는 들뢰즈의 '유목적 삶'의 모습을 이 책에서 확인해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서두에서도 밝혔다시피 현실에 관한 색다른 담론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교 신입생들을 보면 참 삭막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서 누리던 사회에 대한 담론들은 온데 간데 없는 건 그렇다쳐도 도무지 사람과 사람의 따뜻한 만남을 기대하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내가 1학년 때는 정말 캠퍼스의 낭만이 있었다. 잔디밭에 모여 앉아 고기를 구워 먹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으며 수업을 빼먹고 꽃구경을 하러 갈 때도 있었다. 그런 모습들은 고등학생 때의 빡빡한 시간들을 벗어난 데서 맛보는 쾌감이었으리라. 또한 그런 자유로운 신체를 통해 미래에 대한 낙관을 키울 수 있기도 했다. 물론 일탈을 통해 자유를 느껴야 한다는걸 찬양하는건 아니지만, 삶에 대한 고단함보다는 유쾌함이 있었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신입생들은 점수 잘 주는 과목만을 골라 수업을 들으며 도움되는 선배만 선배로 인정한다 . 어떤 교육철학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생각은 없다. 그러면서도 벌써부터 임용시험 위주로 공부를 하며 면접이나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 표준화된 문투들을 외운다. 바로 진중권씨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런 현실을 어떻게 벗어나 자유로운 신체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예전엔 국가에서 국민들을 통제하여 국가화된 신체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젠 그게 민간으로 일임되어 기업이나 회사 등에서 국민들의 신체를 통제한다. 일전에 삼성전자의 신입사원 연수에서 카드섹션하는 것을 보았다. 그 땐 '멋지다' '잘한다'라는 단편적인 생각만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는 그 생각마저 전복되었다.
우리의 고정관념은 '지금 여기에' 늘 있다보니 자연스레 형성된 것들이 많다. '당연한 것' '원래 그런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들을 의심해보고 낯설게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그런 고정관념을 돌아보자. 내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테두리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로운 신체가 되어 생각을 확장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무수한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와 같이 자유로운 신체를 가지길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