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다2

리진 2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리진2권에서는 1권과는 다른 복잡한 양상을 다루고 있다. 리진이 프랑스로 가서 그 곳 생활에 적응하는 단계에서부터 조선으로 다시 돌아온 후 민비시해의 장면을 목격한 후까지의 상황을 일사천리로 풀어내고 있다.

  그런 일사천리로 전개되기 때문인지, 1권에 비해서 맘의 여유 없이 보게 된다. 1권은 연애 소설의 방식이라면 2권은 계몽기소설과 민족주의 소설을 뒤섞어논 이상한 형상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상록수'라는 소설이 머리를 스친다. 특히 리진이 홍진우와 함께 한국 소설을 프랑스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참가하는 모습을 볼 때 그랬다. 국가주의적 발상, 그 국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꼭 해야만 한다는 억압.. 이 모든 게 가슴 아프게 내 마음을 울렸다. 결국 리진이 정말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 국가주의적 발상을 뛰어 넘었어야 한다. 나의 국가라는 관념을 없애고 사해가 모두 나의 국가, 나의 집이라는 생각으로 프랑스에 갔어야만 리진은 그 곳에서 진정 행복을 얻었으리라. 왜 제3의 길을 택했던 리진이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야 했는지, 보는 내내 안타깝고 답답했다.

  결국 리진은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후에 민비 시해의 사건을 경험하게 되는 등 사건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이 소설을 보면서 유쾌하지 않았다. 한계 있는 사랑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 그대로 투영되어 멋진 해피엔딩을 바란 내가 잘못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있듯이 자신의 테두리, 자신의 편견 따위를 넘어서야 한다는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리진, 처음 그녀는 나에게 하나의 희망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변화를 추구하다가 다시 원점회귀 함으로써 나를 배신하며 떠나갔던 것이다. 그래서 안타깝다. 맘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