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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천개의 눈 천개의 길
고병권 지음 / 소명출판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고병권씨의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서 많은 회의에 빠졌었다. 우선 기독교라는 종교라는 것에 대한 회의에서부터 시작해서 근대주의적 발상까지 말이다. 그건 이를테면 나는 왜 태어났는가? 무얼 위해 살고 있는가? 죽고나서는 무엇이 되는가? 등등의 실존과 관련되는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질문을 제기했던 것은, 과연 진리란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예전엔 진리란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주입하는거 아니였던가. 그게 바로 진리이기 때문에 때려서라도 가르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그 모든 건 허황된 거짓에 불과했다. 진리이긴커녕 국가주의에 순응하는 인간을 만들기 위한 기제였을 뿐이니깐. 우리가 왜 국민교육헌장을 외웠던가.. 물론 난 그 세대 바로 뒷세대이긴 하지만, 그걸 달달 외우던 선배들을 보면서 절망을 느꼈었던 생각이 난다.
진리란 있는가를 생각할 수록 그건 종교에 귀결되어지곤 한다. 기독교는 진리라 믿었었다. 27년간을 그렇게 한결같이 믿으며 나의 믿음을 지켜왔고 내가 살아가는 근저라 믿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독교 외의 것들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하게 되고, 상대 조차 하지 않으려 하게 된다.
그 순간 느끼게 되었다. 난 왜 진리란 것을 찾아 헤맸던 것일까? 그건 무언가에 나를 맡겨도 좋을만한 절대적인 것을 찾고자 함이 었다. 내가 살아야 한다면 바로 그런 절대적인 것을 붙들고 살아가는 것이다. 단지 그것이면 모든 질문과 의문들이 해소되는 거다.
이 책은 니체의 사상을 쉽고 간명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니체에서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철학이란 큰 테두리 안에서 꿰뚫는 깊이까지 있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니체를 알게 될 뿐 아니라, 철학의 큰 테두리까지 알게 된다. 니체는 진리란 없다고 과감하게 말한다. 그건 차라투스트라의 '신은 죽었다'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진리는 없기 때문에 자유로운 신체를 가진 위버멘쉬를 바란다. 속박이 아닌 자유의 몸을 가진 초인을 말이다.
많은 생각의 전복이 있었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감미로운 혼란을 경험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이 때, 그런 변화의 조짐을 맘껏 느끼며 더욱 큰 꿈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더욱이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가 꿈이기에, 어떠한 교육이 진정한 교육인지 이런 철학서를 통해 나의 교육철학을 세워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