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미학 산책 - 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완결개정판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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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 책에 대해선 의심이 없어진지 오래다. '정민 브랜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정민 선생님이 쓴 책들은 그 내용 여하에 상관 없이 날 잡아 당기는 마력이 있다. 이 책 또한 그런 마력의 연장선 상에서 보게 된 것이다.
 한시에 대하여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한시 뿐 아니라 시에 대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였기 때문도 하지만, 한시는 대꾸를 맞추고 거기에 전고를 사용하여 왠만해선 무슨 말인지조차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거리감이 있던 그런 분야였던 것이다. 그런 고정관념 때문인지 고미숙 선생님이 쓰신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時空間' 을 '詩空間'으로 오판하여 읽지 않으려 했었다. 결국 읽으며 내가 한시에 대하여 엄청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가 범접하기 어려운 그 어떤 것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무의식에서는 그런 벽을 넘고 싶은 맘이 싹트게 마련이다. 그래서 정민 브랜드의 파워를 믿고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참 분위기가 산뜻한 책이었다. 양장본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좀 진중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곁표지 디자인은 동화책 같은 분위기 였으니 말이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보며 느꼈던 느낌 그대로 였다. 이를 테면 그 책은 어린이를 위한 보급형 책자라면, 이 책은 좀 더 전문적으로 학습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자라고 할 것이다. 그런 산뜻한 느낌 때문인지 빨리 펼쳐 들고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책을 펼쳐 읽게 되면 그 내용은 금새 눈에 들어온다. 한시만 읽어서는 도무지 뭘 얘기하려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한시를 통해 풀이해주는 정민 선생님의 해석은 탁월하다. 국문학 교수이며 한문을 연구하는 분이라서 딱딱한 고전체의 문장을 쓰는 것이 아니라, 바로 코앞에서 이야기해주듯이 쉽고 간결하게 써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듣는 듯이 편하게 읽다보면, '아! 이 한시에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구나' 금새 깨닫게 되는 형식이다. 이렇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보니 대꾸가 어떻고, 운자가 어떻고, 평측이 어떻고 하는 등등의 딱딱한 한시의 작문법을 탐구하진 않는다. 그런 한시의 형식만 탐구하던 여타의 기존 한시책들은 보다보면 질려서 10편 정도 보다가 그만 보게 되었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또한 여러 주제별로 한시들을 엮고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민 선생님의 서술 방식도 놀랍다. '궁즉통' 이 화두는 한시를 창작하던 작가들의 고뇌와 그 현실을 여지 없이 들려주며 한시를 통한 놀이라는 주제에서는 재밌는 방식으로 쓴 한시들을 소개 하며 한시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준다.  

   한시를 나와는 먼 다른 나라 이야기 정도로 알고 있던 나에게 너무나 반가운 책이었다. 한자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일반인들이 읽기에도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한시 창작법이랄지, 명편 한시들을 어느 정도 아는 셈이니 상식을 쌓는데도 도움이 된다. 정민 선생님의 한시에 관한 다음 책이 은근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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