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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야담 - 전2권
유몽인 지음, 신익철, 이형대, 조융희, 노영미 옮김 / 돌베개 / 2006년 11월
평점 :
유몽인이 초록해 놓은 야담 모음집이다. 1권은 번역문으로 이야기책이라 하면 맞을 것이고 2편은 원문 모음집이다. 나처럼 한문을 전공해서 한문을 통해 공부할 목적이 아니라면 이걸 사는 것보다 1권 사는 것이 나을 것이다.
참 재밌는 발상이다. 조선 시대에는 흔히 이기론의 성리학이 판이 치는 세상이었다. 그래서 글을 통하여 도를 담아야 한다는 '재도론'이 문학계를 휩쓸고 있던 세상이었다. 글을 통하여 심성을 울릴 수 있는 글을 지어야만 한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글은 하찮은 일상사를 반영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우세하였다. '완물상지'라 하여 사물들을 가지고 놀다보면 나의 뜻이 뺐긴다는 논리를 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나온 저서들은 딱딱한 리와 기를 논하기 일쑤였고, 그로인해 고리타분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나온 유몽인의 걸작인 어우야담은 우리 선조들의 따뜻한 혜안과 넉넉한 인심, 그리고 우리네 모습을 일깨워주는 대작이다. 그 당시 풍정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며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에 실린 글이 대체로 유머를 담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 중 '借鷄歸還'은 아직도 날 웃게 만든다. 그 내용은 '어느 선비가 말을 타고 친구를 찾아 갔다. 하지만 주인은 친구가 찾아오자 무얼 대접할까 고민하는 것이다. 마당에는 닭들이 몇 마리 뛰어 놀고 있는데 그걸 잡을 생각은 안 하고 야채 요리를 내어 놓는다. 그걸 본 친구는 성질을 내지 않고 정 그렇다면 내 말을 잡아 술안주를 하자고 말한다. 그러다 주인은 그러면 어떻게 집에 갈거냐고 묻고, 친구는 자네의 닭을 빌려 타고 가면 되지라고 말한다. 그 속에서 깨우친 주인은 그제서야 닭을 잡아 대접한다'라는 것이다. 선조들의 유머와 재치를 볼 수 있는 명문이다.
선조들의 재치를 배우고 싶다면, 그네들의 인간다운 면모를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