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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빈곤 - 노동, 소비주의 그리고 뉴퓨어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이수영 옮김 / 천지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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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노동력의 대체와 감축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현대 기술사회. 빈곤은 개인의 결함일 뿐이며, 소비하지 못하는 부류는 철저하게 소외된다.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고민이라면, 일단 이 책부터 정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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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처럼 2016-11-0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단적인 자발적 소박함이 집단적 궁핍화에 대한 유일한 긍정적 대안이다. - 패트릭 커리
 
김소진 단편집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김소진 지음, 고인환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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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삼스럽게 김소진이냐고 물으면 말은 없다

다만 근래 다들 좋다는 <쇼코의 미소> <너무 한낮의 연애> 싫은 아니지만 

여문 사과를 덥석 깨물어 먹은 것처럼 잇몸이 시린 어쩔 없는 사실이다.

내겐 오히려 촌스러울지 몰라도 인사동 막걸리집에서 나눌 법한 권여선의 이야기가 그나마 적적한 가슴을 달래줄


신출귀몰한 이야기꾼의 등장을 알렸던 천명관도, ‘어려운 공은 치지 않는다 심금을 울렸던 박민규도, 문단의 밥그릇 싸움에 등살 터져버린 지금. 그나마 한국사회 폐부를 찌르는 소재로 한껏 촉망받는 장강명은 혹여 실망할까 급하게 찾아보지 않았다. 문학이 소재만으로 성취를 이룰 있는 아니기에.


여전히 필립 로스는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마르케스 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도, 설터나 카버, 치버나 앨리스 먼로, 그리고 윌리엄 트레버의 글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는다. 글이 맘에 들지 않는 이유가우리말 가지고 완벽하게 있는 기술을 갖추지 못해서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김소진을 읽으니 내가 얘기 하지 않고남의 얘기 하려고 무던히 애썼기 때문이 아닌가 퍼뜩 정신이 든다.


김소진의 이야기는애비는 남로당이었다, ‘애비는 악덕 자본가였다 외칠 처지가 못되는애비는 개흘레꾼이었다 자기 고백으로부터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정액으로 목을 축이며 싸게 행복을 사는 나는 어떤 문장으로 진짜 이야기를 시작할 있을까.


1박에 35천원, 연박에 55천원 사설 캠핑장에서 나는 황홀한 아침을 는다. 밤새 불멍을 때리고 일어난 아침은 숙취에 짓눌린 도시의 아침이 아니라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온전히 들리는 진짜 아침이다. 그걸 단돈 55천원에 샀다. 행복에 겨워 눈가가 촉촉해진다. 쉬운 여자다. 내가 이야기는 그렇게 우스꽝스럽게 슬프고 웃긴 이야기일 같다. 어쩌랴. 그게 내가 써야 얘기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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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22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소진 작가... 재능의 꽃을 활짝 피지 못해 아쉬운 이름입니다.

나뭇잎처럼 2016-10-23 11:1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김소진을 생각하면 유재하나 김광석이 떠올라요. 지금 있으면 얼마나 힘이 될까 싶죠. 너무 일찍 떠나서 더 많이 아쉬워요..

AgalmA 2016-10-23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밥 딜런 아버지가 사채 회수하는 심부름꾼이었다는 게 밥 딜런에겐 큰 핸디캡이었다고 하죠. 그 돈으로 기타 사고 대학 가고 했으니 자괴감도 있었을 테고요. 그런 사연을 알고 나니 가사가 다르게 와닿더라는.

나뭇잎처럼 2016-10-23 11:17   좋아요 1 | URL
아. 밥 딜런에게 그런 역사가 있었군요. 밥 딜런이 다르게 보이네요. 그저 평범한 노동자의 아들이겠거니 했는데. 사채업자의 심부름꾼이나 노동자나 뭐 크게 다를 게 있겠는가마는. 우리 아부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뭐가 될까... 뭔가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었던 분? 음. 한마디로 잘 정리가 안 되네요. ㅋㅋ

시이소오 2016-10-23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여기가 어딘가요?
눈가가 촉촉해질만한 하네요^^

나뭇잎처럼 2016-10-23 11:22   좋아요 0 | URL
해발 500미터, 영월 산골짜기에 있는 두산캠핑장이예요. 저 산에 달랑 두 사람만 들어서 근래 경험하기 힘든 황제 캠핑을 했네요. 저런 데서 살아야 읽는 게 신실해지고, 쓰는 게 진실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제 판타지겠죠? ㅎㅎ
 
3색볼펜 읽기 공부법 - 책읽기에서 시험준비까지 인생을 바꾸는
사이토 다카시 지음, 류두진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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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렸을 책을 깨끗이 봐야 한다 어른들 얘기는 귓등으로 들었지만, 자신의 생각을 한정시킬 있는함부로 밑줄 긋기 지양해야 한다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에는 솔깃했던 같다. 책은 읽을 때마다 조금씩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므로 밑줄을 긋는 행위는 자신의 부족했던 생각을 쓸쓸하게 확인하는 작업밖에 되지 않는다는 요지였다. 나는 매번 다르게 읽힐 있는 책의 의미를 해방시키기 위해 기꺼이 펜을 내려놓았다. 미치도록 줄을 치고 싶은 경우에는 모서리 한쪽을 접어놓았다. 나중에 휘리릭 책장을 넘길 때에도 자리에서는 잠시 멈추기를 바라며. 그때 감명 깊게 읽은 책들을 쥐어보면 모서리 한쪽이 뭉툭하다. 사랑의 기억을 몸에 새긴 문신처럼.


하지만 읽어야 책과 읽을 있는 시간의 한계라는 괴리 앞에서 나는 어쩔 없이 펜의 손을 들어주고야 말았다. 슬쩍슬쩍 연필로 조심스럽게, 그러다가 0.4 내외의 밑줄 전용펜, 뒷장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형광펜 다양한 필기구를 실험했다. 밑줄에는 긋는 순간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간이 없어 대충 읽은 책에는 거친 선이 날아다녔고, 저자와 완벽한 일치감을 맛본 책에는 종이가 뚫어질 것처럼 높은 압력으로 깊은 흔적을 남겼다. 한동안 빠져들었던 펜은 무지개 색이 하나의 심에 들어있는 색연필이었다. 녀석은 예술 관련 책들과 어울렸다. 화려한 도판과 함께 텍스트 중간의 세련된 파스텔톤의 색감이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생각의 근육이 강하게 필요한 철학책에는 연필이 어울렸다. 사각사각 연필을 돌려 깎을 때의 느낌이 좋았다. 마치 무사가 전쟁에 나가기 칼을 가는 심정 같다고나 할까. 곱게 연필을 옆에 두고 중요한 문장에다 정확히 밑줄을 그을 때면 화살이 과녁 중앙에 꽂히는 쾌감이 들었다. 거친 종이 위에 흑심이 조금씩 부서지며 충돌하는 마찰음은 어렵고 힘든 산을 오르는 행위를 실감나게 했다.


원하는 책을 모두 사는 것은 결국 욕망이란 생각에 도서관을 적극 이용하게 되면서 밑줄 긋기 대신 새로운 읽기 습관이 생겼다. 바로노트북과 함께 읽기. 왼쪽에는 , 오른쪽에는 노트북을 펴놓고, 중요한 구절이 보일 때마다 옮겨적었다. 책을 읽고 다음에 구멍 숭숭 뚫린 그물처럼 빠져나가던 생각들이 그나마 여과지에 거른 것처럼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열감에 휩싸이며 읽은 책들의 경우 발췌한 양이 터무니없이 길어지기도 했다. 기억을 효과적으로 종합할 있다는 이점 때문에 빌려 읽는 책이 아니라 사서 읽는 전반으로 노트북의 사용을 확대했다. 발췌하다 보면 안에서 볼드 주기나 키워드 구분, 내용의 분류, 색상 표현 등을 자유롭게 가공할 있어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다시 구축할 있어 좋았다. 단점이 있다면 노트북 없이 읽을 적에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 읽은 책들은 에버노트의 카테고리별 리스트에 존재해야 있었고, 그렇게 기록되지 않은 책들은읽었다는 사실정도만 희미한 기억으로 남았다. 노트북 없이 읽고 다음에는 밑줄 그은 문장을 한꺼번에 발췌하며 책의 내용을 정리하기도 했다. 여러 모로 불편하기도 하고 거추장스러운 행위다


하지만 그렇게 옆에 두고 읽는 행위가 다산의 독서법 질서(疾書)’초서(抄書)’ 해당한다는 것을 알고는 더욱 확신을 갖고 밀어붙였다. 다산이 평생 그렇게 많이 읽고 있었던 것은 책의 중요 내용을 발췌해 적는질서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적어놓는초서 기인했다고 한다. 그렇지. 인간이 어떻게 많은 책을 맨바닥에서 새로 지어낼 있겠는가. 다산도 이래저래 고민하다보니 나은 읽기법을 고안해내지 않을 없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 가장 적극적으로 읽는 행위는서평 쓰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것과 서평을 쓰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이지만, 서평을 씀으로써 책을 다시, 더욱 깊이 읽게 되는 것만큼은 부인할 없었다. 아직 요약과 독후감을 너머 진정한 서평의 전형을 찾지 못했지만, 오히려 패턴화 서평은 지양하는 쪽이어서, 매번 새롭게 자유로운 서평의 형식을 실험해 생각이다.


속독에는 관심없고, 챕터씩 읽을 때마다 멈추고 머릿속으로 내용을 재구성하는 매킨지식 독서법은 괜찮은 같다. 중요한 책의 내용을기억하는 못지 않게 안에서 자신의생각의 근육 키우는 것이다. 정보습득에만 주목한다면 정보가 담긴 칩을 몸안 어딘가에 이식하는 빠를지도 모른다. 속에 있는 길을 따라 걸은 후에 자신이 직접 길을 있는 능력을 키우는 , 그것이 독서를 통해 우리가 정말로 얻고 싶은 것이 아닐까. 길을 내려면 우선 속에 있는 길을 걸어야 한다는 전제는 바뀌지 않는다. 길을 내는 것이 중요하니까 속에 있는 길은 대충 건성건성 뛰어넘고 어떻게 길을 낼지 고민하자?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믿을 만한 사람은 없는 같다.


<3색볼펜의 읽기 공부법> 얼핏 3색볼펜 사용법에 대한 책으로 읽힌다.

파란색은 객관적으로 중요한 내용에,

빨간색은 객관적으로 아주 중요한 내용에,

초록색은 주관적으로 재미있는 내용에 밑줄을 치란 얘기다.


단순한 얘기를 굳이 권으로 묶어낼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어 책을 펼쳤는데,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모두 읽어버렸다. 여기서 핵심은 초록색 펜의 사용에 있다. 지금까지 어떤 펜을 사용하든중요 중요사이의 구분이었다면, 3색볼펜을 통해주관 삽입하는 것이다. ‘주관과 객관을 전환하는 기술 익히고, ‘읽기=생각하기 공식을 몸에 새기는 . 밑줄을 '긋고', 볼펜을 '딸깍하는 신체적 활동을 통해 몸을 바꾸고,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게 되는 . 옆에 노트북이 없어도, 공책이 없어도, 3색볼펜이 있다면 자유롭게 심해를 탐험할 있겠다는 희망을 엿보았다.


문장이란 프로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공처럼 성질이 제각각인 법이다. 직구를 비롯해 커브, 포크, 글라이더, 너클볼 등과 같은 변화구가 책에도 존재한다.


혼자만의 독서보다 같이하는 독서모임에 많은 기대를 거는 그만큼 입체적인 읽기가 가능하다는 있다. 하지만 3색볼펜을 사용하면 혼자 하는 독서에서도 3색의 대화가 이뤄질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투수의 구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몸으로 체득해야 정확히 배트를 휘두를 있다. 무턱대고 배트만 휘두른다고 좋은 타자가 수는 없는 법이다


저자가 이야기한 독서는 일단경청이다. 자신의 논지를 펼치기 전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고 이해할 있는 능력. 주관적 감상 못지 않게 객관적 요약 능력은 무시할 없는 기본이다. ‘자기 나름의 시선 중요성 때문에 우리는 소통의 가장 기초적인 공통분모조차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아래 저자의 이야기는 책을 지지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다.


독서는 일단 ‘듣는’ 작업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 위한 ‘적극적 수동성’의 자세를 단련시켜야 한다. 

적극적 수동성의 자세를 배우는 것 자체가 교육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이다.


읽기 수준이 낮을 때는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각자의 읽기 방식이 있으면 된다’라는 생각은 엄밀히 말하면 위험한 것일 수 있다. 

기본적인 요약이 되어있지 않은데 의견만 충돌 시킨다고 해서 생산적인 토론이 될 리 없다. 

객관적인 요약을 해내지 못하는 것이 서로 간의 이해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공통 인식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어야 주관적인 의견이나 발상을 자유자재로 교환하기 쉽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응답’이다.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을 확실히 파악하려는 자세 없이 수준 높은 커뮤니케이션을 이룰 수 없다. 

독서는 ‘정보 습득’에서 나아가 다른 사람의 사상과 철학을 폭넓게 수용하는 행위다. 

따라서 독서는 여전히 유효한 공부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다. 


책을 읽다 말고 밖에 나가 3색볼펜을 사왔다

앞으로 3색볼펜 콜렉션에 집착할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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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6-10-20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삼색볼펜 책이 나온 적 있어 읽었는데 문장을 분석하는 능력이더라구요. 이것도 비슷하지 않나요?

나뭇잎처럼 2016-10-2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그 책인 거 같은데요. 삼색볼펜 책이 또 있나보죠? ㅎㅎ 맞아요. 읽고 난 다음에 분석하기 보다 읽으면서 바로 다른 서랍에 분류하는, 즉각적인 뇌 사용의 전환 같은 거죠.^^ 삼색볼펜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네요^*

manaman 2019-05-22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너무 잘 쓰시네요. 반했습니다.

나뭇잎처럼 2019-05-2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묵혀두었던 서재인데 manaman님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젠, 함께 쓰기다 - 나를 발견하는, 글쓰기 모임 사용 설명서
김민영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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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의 약속보다는 타인과의 약속을 지킬 같다.”


글을 쓰고 싶다는 지인들과 달에 글을 써서 합평하자,라고 소박하게 글모임을 시작했다. 평생 처음 단편을 써보고, 서평이나 에세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다. 쓰지 않으면 같아서 온몸이 근질거렸는데 막상 써놓고 보니 저런, 내가 써낼 있는 글이 고작 정도인가,라는 절망감에 빠졌다. 그래도 궁디 팡팡 서로 두들겨주면서, 때로 가슴 아프지만 정확하게 꽂히는 지적질도 감내하면서, 그렇게 꾸역꾸역 서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 애를 썼다. 물론 아주 대단한 노력을 들인 아니다. 달에 번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반이나 달에 번씩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어제, 강화도로 워크샵을 떠났다.


나는 쓰는가에서부터 시작해 지속적으로 쓰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제시되었다. 달랑 다섯 명이지만 안에서도 역학이 존재한다. 굴러가려면 입장 차에 대한 이해와 방향에 대한 조율은 필수다. 치유에서, 기록과 존재의 이유까지 쓰는 이유는 다양했다. 따라서 쓰는 것에 대한 절실함도 다를 수밖에 없다. ‘좋은 대한 시각 차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모임을 지속시키는 ? 결국 멤버에 대한 관심과 매력, 그리고재미.


<이젠, 함께 쓰기다>에서 인용한 <모멸감> 구절처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신뢰의 공동체구축. 글은 명분일 , 중요한 그런관계 만들어내는 . 거창하게 인문학 공동체까지 것도 없다. 옆에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인간과 만들어내는 관계.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 공동의 목표를 두고 만들어내는 관계에서 매순간 삶의 양식을 시도하고 재구성할 있다. 나는 그것이 민주주의를 훈련하는 것이라고 본다


무엇을 위해 읽고 쓰는가


오랜 화두이기도 하다. 앎의 욕구에 급급한 독서는 사유의 바다로 나가는 길을 쉽게 열어주지 않았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 안달하는 글쓰기는 성취도 만족도 모두 멀리 달아나게 만들었다.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이 말하는엉덩이로 써야 한다 금과옥조는 엉덩이로 쓰지 못하는 현실을 진저리치게 했다. 기실 중요한 그냥 아니라어떤 어떻게써야하는 것이 아닌가. ‘써야한다 거대한 중압감에 스스로를 옥죄고, 쓰지 않음을 탓하고, 쓰지 못함을 한탄하는 과오를 오래 반복했다


우리는 숨을 쉬지만 의식하며 호흡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행자가 아닌 다음에야  호흡을 의식하며 살진 않는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숨도 쉬고)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기도 하고, 목청껏 노래부를 때는 (호흡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호흡을 의식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어있는 모든 순간 호흡을 의식하면 삶을 깊게 알아차릴 있다. 내게 글쓰기는 호흡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삶을 살아있게 만드는


타고난 폐활량은 모두 다르다. 나에게 주어진 폐활량을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하게 유지하는 중요하다. 하지만 매순간 또는 매일 호흡을 의식하고 호흡해야 한다는 의식은 버리기로 했다. <이젠, 함께 쓰기다>에서 글쓰기 습관을 들이기 위해 ‘100 쓰기 프로젝트 서로 격려하며 완수했다는 글쓰기 모임의 성과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그것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음으로써 다른 자유를 맛보았다. 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지 않는 . 모든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는 . 그것이 어쩌면 글쓰기의 진정한 시작이 아닐지


이번 워크샵의 가장 소득은 글쓰기의 강박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것이다. 매일 써야 한다는,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놓여나는 . 나는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겠다는 열망도, 42.195km 완주하겠다는 목표도 없다. 언젠가 허락된다면 뮤어 트레일을 걷고 싶다는 희망조차 없는 아니지만. 힘을 빼고 천천히 걷는 산책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가장 지극한 기쁨이 아니겠는가. 산책에 관한 김영민 글이 힘이 된다.


삶의 출발점과 종착점을 임의로 확정하고 고집하는 모든 독단주의자들은 걷지 못한다. 산책은 상처입은 미로의 삶이 기억, 혹은 의도의 바깥으로 나아가려는 외출이며, 오연한 의도의 체계, 앓을 수밖에 없는 기억의 체계와 창의적으로 불화하려는 생활정치다. 산책,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우선 자본제적 체계와 생산적으로 불화하는 삶이다. 출구는 체계의 곳곳에 하리가 들어 강제력이 어긋나거나 뒤틀리게 만들 있도록 하는 다른 삶의 양식이며, 양식을 이드거니 유지할 있는 연대와 실천적 현명함이다.” <동무론>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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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10-09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합평 모임을 해보았지만 오래 가긴 힘들던데,

부럽습니다. ^^

나뭇잎처럼 2016-10-10 16:07   좋아요 0 | URL
글을 쓰는 것 못지 않게 사람 사이의 간격과 태도를 세심하게 돌보는 것이 수반되어야 하는 일인 것 같더라구요.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없으면 글을 보여준다는 행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글보다 공이 더 들어가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뿌듯함도 있는 것 같고요. 이제 겨우 일 년이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임을 가꾸고 돌보는 사람들에게 달려있는 것이겠죠? ㅎㅎ

Lomain 2016-10-09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군을 제대한 뒤 휴학을 하며 작가 선생님 밑에서 글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배우는 중에 학교에서 복학 통지서가 날라왔고, 복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며 혼자서 글 공부도 하고 글도 써내려갔습니다. 그런데 합평을 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 그런지 얼마 안 지나 소모임을 찾아 가입했습니다. 어느새 지금은 그 소모임이 동아리가 되어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오고갔지만 그래도 꾸준히 합평에 참여하는 친구들 몇 명이 있으니 모임이 지속되더군요. 중요한 건 `의욕`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나뭇잎처럼님이 하신 말씀처럼 저에게도 그렇고 그들에게도 글쓰기는 호흡일 테죠. 그리고 서로의 호흡법을 봐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뛸 때도 저마다의 호흡법 다르듯이요..ㅎㅎ 그리고 서로의 호흡을 듣다보면 의욕에 탄력을 받을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나뭇잎처럼 2016-10-10 16:14   좋아요 0 | URL
아, 어쩐지. 그래서 글이 그렇게 탄탄했군요! 하고 싶은 말을 참 잘 정리해서 얘기한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공부와 합평을 통해 쌓인 내공이 리뷰글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Lomain님 말씀을 들으니 고등학교때 장거리 달리기를 함께 뛰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숨이 턱까지 차서 대열에서 낙오하는 친구가 있으면 둘 셋이 붙어서 같이 구령을 붙이며 함께 완주했었죠. 함께 뛰는 것은 혼자 뛰는 것보다 확실히 힘이 되는 것 같구요. 저마다의 목소리가 다르듯, 저마다의 호흡이 다르고, 그 다른 호흡과 목소리를 가까이서 느끼고 듣는 것도 큰 공부와 재미가 되는 것 같아요. 단, 서로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들을 수 있을 때. 자신의 호흡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것 못지 않게 함께 뛰는 사람들의 호흡을 세심하게 듣는 것이 결국은 글 공부이자 삶 공부란 생각이 드네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한정판 더블 커버 에디션)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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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투견판에서 사슬 풀린 개처럼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무엇 때문에 목청을 돋웠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질 않는다. 생일날 아침, 나는 알랭 보통의 책에서 발췌한 문구로 시작하는 손글씨 편지를 휘갈겼다. 생일을 축하하는 건지, 똑바로 하라는 건지, 경계가 모호한 문구를 적어내려갔다. 결혼 8년차 남편의 생일은 그렇게 비수 아닌 비수를 꽂으며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무릎을 치며 보통의 글을 읽었다. 반백이 모자란 나이가 보통은 이십 중반 똘똘이 스머프 같은 명석함으로 사랑을 프레임씩 끊어 찍은 듯한 데뷔작에서 어느덧 인생의 지혜나 깨달음 같은 느끼게 만큼 연륜이 묻어나는 글을 써냈다. 그의 책을 완독한 주가 지난 지금, 주옥과 같은 문장들은 모두 휘발되어 흔적없이 사라졌다. 인생이 그렇다. 마음 먹은 대로 되는 법이 없다. 읽고 쓰는 부지런히 해보자고 시작한 서재질도 회사에 긴급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모든 올스톱이다. 괜시리 쉬지 않고 읽고 쓰면서 살아온 보통에 대한 질투심만 화르르 불타오른다.


잊어버릴까봐 사진 찍어 남겨둔 페이지에서 휘발되지 않고 남은 문장을 찾아냈다

새벽 3, 그는 이상하리만치 냉철한 기분으로 자신의 잘못을 나열해본다. 상사들의 불신을 유발하는 괴팍한 , 너무 쉽게 화를 내는 , 거절이 두려워 조심하는 ….. 그는 자신 있게 어떤 일에 매달려본 적이 없다. 그의 나이에 다른 사람들은 요청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절실히 요청하지 않는다며 세상을 비난하는 대신, 팔을 걷어붙이고 그들 손으로 건축 회사를 세웠다. 그의 이름이 새겨진 건물은 하나, 하트퍼드셔의 어느 자료 보관 시설밖에 없다. 그는 샤워를 하거나 혼자 고속도로를 달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순간적인 영감으로만 남았을 , 대부분 발휘되지 못한 재능과 함께 죽어가고 있다.

순간 그는 자기 연민, 그에게 일어난 일이 드물거나 부당하다는 얄팍한 믿음을 벗어났다. 자신이 순수하고 유일무이하다는 믿음도 어느새 잃어버렸다. 이건 중년의 위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마침내 30 년이나 늦게 사춘기를 벗어난 것이다.”


마흔이 넘어 시작된 질풍노도의 시기가 사춘기냐 오춘기냐를 두고 설왕설래 했는데, . 사춘기 막바지 진통이었다니! 허를 찔린 기분이랄까. 자신이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아니라 많고 많은 조약돌 하나라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인가. 어른이 된다는 그렇게 슬픈 일일까.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어른이 되지 못해 밤마다 신열에 들뜨고 마는 어린 중생은 무슨 수로 구원을 얻을 있을 것인가. 난감하다.


남편 , 결혼은끊임없이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며, 이해의 폭을 넓히며 동지가 되어가는 이란다. 보통이 정의한 결혼 -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 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괜찮은 남자와 살고 있는 거다. 종종 불타는 적개심을 돋게 만드는 남자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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