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진 단편집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김소진 지음, 고인환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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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삼스럽게 김소진이냐고 물으면 말은 없다

다만 근래 다들 좋다는 <쇼코의 미소> <너무 한낮의 연애> 싫은 아니지만 

여문 사과를 덥석 깨물어 먹은 것처럼 잇몸이 시린 어쩔 없는 사실이다.

내겐 오히려 촌스러울지 몰라도 인사동 막걸리집에서 나눌 법한 권여선의 이야기가 그나마 적적한 가슴을 달래줄


신출귀몰한 이야기꾼의 등장을 알렸던 천명관도, ‘어려운 공은 치지 않는다 심금을 울렸던 박민규도, 문단의 밥그릇 싸움에 등살 터져버린 지금. 그나마 한국사회 폐부를 찌르는 소재로 한껏 촉망받는 장강명은 혹여 실망할까 급하게 찾아보지 않았다. 문학이 소재만으로 성취를 이룰 있는 아니기에.


여전히 필립 로스는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마르케스 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도, 설터나 카버, 치버나 앨리스 먼로, 그리고 윌리엄 트레버의 글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는다. 글이 맘에 들지 않는 이유가우리말 가지고 완벽하게 있는 기술을 갖추지 못해서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김소진을 읽으니 내가 얘기 하지 않고남의 얘기 하려고 무던히 애썼기 때문이 아닌가 퍼뜩 정신이 든다.


김소진의 이야기는애비는 남로당이었다, ‘애비는 악덕 자본가였다 외칠 처지가 못되는애비는 개흘레꾼이었다 자기 고백으로부터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정액으로 목을 축이며 싸게 행복을 사는 나는 어떤 문장으로 진짜 이야기를 시작할 있을까.


1박에 35천원, 연박에 55천원 사설 캠핑장에서 나는 황홀한 아침을 는다. 밤새 불멍을 때리고 일어난 아침은 숙취에 짓눌린 도시의 아침이 아니라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온전히 들리는 진짜 아침이다. 그걸 단돈 55천원에 샀다. 행복에 겨워 눈가가 촉촉해진다. 쉬운 여자다. 내가 이야기는 그렇게 우스꽝스럽게 슬프고 웃긴 이야기일 같다. 어쩌랴. 그게 내가 써야 얘기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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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22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소진 작가... 재능의 꽃을 활짝 피지 못해 아쉬운 이름입니다.

나뭇잎처럼 2016-10-23 11:1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김소진을 생각하면 유재하나 김광석이 떠올라요. 지금 있으면 얼마나 힘이 될까 싶죠. 너무 일찍 떠나서 더 많이 아쉬워요..

AgalmA 2016-10-23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밥 딜런 아버지가 사채 회수하는 심부름꾼이었다는 게 밥 딜런에겐 큰 핸디캡이었다고 하죠. 그 돈으로 기타 사고 대학 가고 했으니 자괴감도 있었을 테고요. 그런 사연을 알고 나니 가사가 다르게 와닿더라는.

나뭇잎처럼 2016-10-23 11:17   좋아요 1 | URL
아. 밥 딜런에게 그런 역사가 있었군요. 밥 딜런이 다르게 보이네요. 그저 평범한 노동자의 아들이겠거니 했는데. 사채업자의 심부름꾼이나 노동자나 뭐 크게 다를 게 있겠는가마는. 우리 아부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뭐가 될까... 뭔가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었던 분? 음. 한마디로 잘 정리가 안 되네요. ㅋㅋ

시이소오 2016-10-23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여기가 어딘가요?
눈가가 촉촉해질만한 하네요^^

나뭇잎처럼 2016-10-23 11:22   좋아요 0 | URL
해발 500미터, 영월 산골짜기에 있는 두산캠핑장이예요. 저 산에 달랑 두 사람만 들어서 근래 경험하기 힘든 황제 캠핑을 했네요. 저런 데서 살아야 읽는 게 신실해지고, 쓰는 게 진실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제 판타지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