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모습의 엄마다.
큰애를 대할 때의 나와 둘째를 대할 때의 나.
큰애 앞에서 나는 급해지고 다혈질적이며 변덕스러워진다.
둘째 앞에서 나는 차분해지고 침착하며 일관된 태도를 갖는다.
거의 지킬과 하이드로구만.
큰애한테는 언제나 욕심이 앞서고 요구도 그만큼 크다.
둘째에게도 역시 욕심은 크지만 무리한 요구는 안 하게 된다.
큰애는 전방에서 무수한 포탄들을 받아내야 하고
둘째는 후방에서 가끔씩 날아오는 화살에 주의하기만 하면 된다.
나의 모든 에너지와 집중이 거의 머루에게 쏟아진다.
머루와 나와의 지나친 일치가 서로를 너무 피곤하게 하고 있다.
때론 오히려 머루의 일에 머루보다 내가 더 흥분한다.-__-;;;
병이야...
엄마는 머루가 잘해도 걱정, 못 해도 걱정이다.
엄마는 다래가 못 해도 흐뭇, 잘 하면 더욱 더 흐뭇이다.
근데 다래 대하듯 머루 대하기가 쉽지 않다.
머루 앞에서는 급하고 서두르고 넘어지고 다래 뒤에서는 느긋하고 한없이 여유로우니.
아무리 느리게 키우는 법을 강조하는 책을 읽어도 머루 앞에서 이 병을 못 고친다.
머루랑은 언제나 초보 엄마이고
다래랑은 노련한(상대적으로) 엄마이다.
머루야, 어쩌면 좋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