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싸리비로 흙마당 쓸어내듯 가슴에 빈 여백이 생기기 시작한다.
빗금치듯 줄무늬 남기며 참빗으로 빗어내듯 시원하게 쓸어낸 맨살 다 드러낸 마당에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을 얹었으니 잠깐 아무 생각을 담지 않아도 될 것같다.
아마 더 그러면, 그 마당을 다 쓸어버리면 허허로움에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져 버릴지도 모르지만 잡다한 일상이 잔뜩 쌓인 내 가슴 속을 쓸어내리는 이 가을 바람이 아직은 시원하고 개운하다.
가을에 더 쓸리기 전에 숨쉴 만큼만 비워내고 그 빈 자리는 정겨운 수다로 채워야겠다.
가을이 외롭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