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싸리비로 흙마당 쓸어내듯 가슴에 빈 여백이 생기기 시작한다.

빗금치듯 줄무늬 남기며 참빗으로 빗어내듯 시원하게 쓸어낸 맨살 다 드러낸 마당에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을 얹었으니 잠깐 아무 생각을 담지 않아도 될 것같다.

아마 더 그러면, 그 마당을 다 쓸어버리면 허허로움에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져 버릴지도 모르지만 잡다한 일상이 잔뜩 쌓인 내 가슴 속을 쓸어내리는 이 가을 바람이 아직은 시원하고 개운하다.

가을에 더 쓸리기 전에 숨쉴 만큼만 비워내고 그 빈 자리는 정겨운 수다로 채워야겠다.

가을이 외롭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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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09-2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편의 시와 같은 글이네요.
혹시 저를 정겨운 수다를 나눌 동무로 삼아주시겠습니다. *^^*

미누리 2007-09-20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기꺼이 그러시겠습니다. ^____^

미설 2007-09-2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욕조에 넣어두고 잠깐이나마 자유로운 시간에 그저 알라딘에서 기웃거리며 늘 수다에 목말라한다지요^^

미누리 2007-09-2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수다는 역시 떨어야 맛이라지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