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마로와 주말을 보내다보면 통과의례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어느새 혼자 놀이터에 놀러나갈 줄 알게 되고,
어느새 혼자 집에 돌아와 손을 씻을 줄 알게 되고,
어느새 엄마의 응원 없이 구름다리에서 놀 줄 알게 되고...
그리고 이번 주말은 처음으로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는 사건과
처음으로 친구의 집에 놀러가는 사건이 한꺼번에 생겨 아주 두근거렸습니다.
발단은 사소했어요.
아침 먹고 환기를 위해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은 뒤 마로와 생일카드 만들기를 하고 있었는데,
7호 사는 여자아이가 복도에서 열심히 구경을 하더라구요.
한 두 마디 이야기 끝에 그 아이가 자기 남동생을 데리고 우리집에 놀러왔고,
결과적으로는 밥 먹을 때만 빼면 하루 종일 우리집에서 놀았습니다.
저녁에는 잠깐이긴 하지만 마로를 자기 집에 데리고 가 놀기도 했고,
11호에 마로를 데리고 가 놀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7호 사는 여자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남동생은 마로와 동갑이구요,
11호에는 마로보다 1살 많은 여자아이와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사네요.
한꺼번에 마로가 동네 친구를 왕창 사귄 것도 기쁘고,
이사온지 1년 2개월 만에 저도 처음으로 이웃집에 놀러가본 셈입니다.
7호 사는 할머니는 하루 종일 손주들이 우리집에서 논 게 마음 쓰였는지,
손녀가 입다가 작아진 옷이라며 아주 예쁘고 새것같은 모직스커트를 주셨구요,
11호 사는 아주머니는 제 또래인 듯 한데 수니나라님을 능가하는 레이스천국으로 집을 꾸며놨더군요.
게다가 11호는 시트지로 현관문이며, 싱크대를 어찌나 이쁘게 꾸며놨는지 구석구석 구경하고 싶었지만,
한꺼번에 3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놀러온 게 썩 달가운 표정이 아니라 눈치가 보여 얼른 나왔습니다.
이렇게 저도, 마로도, 수원에, 이 동네에 정을 붙여 살게 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