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서도 외가의 유전 중 강력한 우성을 자랑하는 성질이 있으니, 솟은 엄지발가락과 삥코.
외할머니도 당신의 외할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닮은 거라 말씀하신 기억이 있는데,
울 어머니를 비롯, 이모, 외사촌언니, 나까지 그 핏줄이 연결된 여자들은
하나같이 삥코와 솟은 엄지발가락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삥코야 그러려니 하지만 솟은 엄지발가락은 신발 사기 어렵다는 점과,
어쩌다 발이라도 밟히면 발톱이 부러지거나 살을 파고 들어 부상을 입히니 아주 난감한 부분이다.
하여, 마로를 가졌을 때 제발 발가락만은 엄마를 닮지 말고 아빠를 닮으라 기원했건만
어찌나 강력한 유전성질인지 마로 역시 삥코와 솟은발가락을 타고 났다.
속상하긴 하지만 내 자식이니 어쩔 수 없다 포기했는데,
큰오빠와 새언니가 바라던 대로 막내딸을 가지게 된 것을 알자 또 일심으로 발가락 이쁘기만 기원했다.
내가 너무 유난을 떨었는지 새언니도 아이 낳자마자 제일 먼저 확인한 게 엄지발가락이었다 하고,
나 역시 문안 가서 제일 먼저 물어본 게 발가락이었는데,
이를 어쩌나, 위대한 유전의 힘에 또 다시 굴복한 것이다.
게다가 이 녀석은 어째 제 엄마보다도 고모인 나를 닮았단 소리를 더 많이 들으니
새언니가 은근히 서운해 하고,
난 그럴 때마다 설마 그러겠냐고, 입이며 귀는 언니를 쏙 빼닮았다고 얘길 했더랬다.
그, 그런데, 이번 주말에 가서 보니 그새 또 쑥쑥 자란 조카 제니가
어찌나 마로를 닮았는지 나로서도 깜짝 놀랄 지경이다.
이건 발가락이 닮은 차원이 아니잖아?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