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그러니까 지난주 월요일에 이사를 했다. 아파트 1단지에서 2단지로 이사한 것이니 거리상으로는 500M도 안 됐지만 책이 많고 손없는 날이라 하여 이사비용은 생각보다 비쌌다. 게다가 당일은 비오는 날이었고, 사정상 옆지기 혼자 휴가를 냈고, 포장이사업체 직원은 고집세고 초보였다. 그 결과는 너무나 빤한여 옆지기와 이사업체는 여러 차례 싸웠고, 아침 8시에 시작한 이사는 저녁 7시가 넘어 퇴근할 때까지도 안 끝나 있었다. 결국 더 끌어봤자 싸움만 커진다 싶어 단호히 업체를 돌려보냈고, 남은 짐을 지금껏 우리끼리 치우고 있는 중이다.
피해규모는 상당하다. 세탁조와 배수관 연결 부속이 부서져 수리를 해야 했고(2만 1천원), 에어콘의 무슨 마개가 없어져 산 지 1년도 안 됐는데 가스를 완충해야 하고, 마개도 구매해야 한다(약 5만5천원 이상). 디지털 도어락은 아구가 안 맞아 걸쇠가 제대로 걸리려면 매번 문고리를 맞춰 잡고 있어줘야 하며, 커튼은 하나도 못 달았고, 봄가을옷과 겨울옷이 뒤죽박죽 섞여 아침마다 옷 찾는 게 전쟁이다.
가장 큰 피해는 추억... 비가 오는데도 구멍 숭숭 뚫린 바구니로 일부 책을 실어날랐단다. 옆지기가 거품 물어가며 항의를 하자 그제서야 뚜껑있는 포장상자로 바꿨다는데, 족히 몇 백권의 책에 비얼룩이 남아 있는 듯하다. 마로와 유치원 때부터 만들어온 '뜯어만드는 세상'과 '나무입체퍼즐' 중 엄선하여 남겨뒀던 작품은 단 한 점도 안 남기고 몽땅 부서졌다. 수원화성도, 그린 게이블즈도, 테마파크 4종 셋트도, 타지마할도, 고흐의 방도, 월드컵축구공도, 헬리콥터도... 스무점 남짓 중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쓰레기봉투에 쓸어넣을 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ㅠ.ㅠ
현재 정리가 끝났다 말할 수 있는 건 애들 방과 베란다 뿐이고, 온 사방에 쌓인 짐을 매일 조금씩 치우고 있는 중이며, 책 정리는 아예 시작도 못 했다. 이사업체랑 계약할 때부터 책은 우리가 직접 정리할테니 베란다에 쌓아두고, 나머지 짐만 정리해달라고 여러 차례 신신당부했는데, 다른 짐은 거실과 안방에 온통 내팽겨 쳐놓고 기어이 책만 뒤죽박죽 죄다 꽂은 심사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결혼 후 벌써 6번째 이사인데, 아마도 최악의 이사로 길이 기려질 듯 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