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후기
이사한 다음주에라도 떡을 돌리겠다는 계획은 떡집과 일정이 안 맞아 현충일로 연기되었더랬다.
그러나 현충일 아침 떡을 돌리자니 없는 집이 반 이상. @.@
저녁 시간에 다 식은 떡을 다시 돌리자니
요즘 누가 떡을 먹는다고 찬 떡 돌리냐는 뒷소리 들을까봐 걱정이었다.
지금에서야 생각나는게 집에서 한 번 쪄서 돌렸으면 되는데 하는 한심한 후회라니.
대개의 집은 바로 그 자리에서 접시를 돌려줬는데, 4집은 접시째 받았더랬다.
그 접시를 하나도 못 돌려받은 채 주말이 되어
접시 돌려받으러 집집마다 찾아가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한 집에선 김이, 또 한 집에선 수박이 가득 담겨 돌아왔다.
저녁 반찬으로 김을 먹고, 후식으로는 수박을 먹는데 어찌나 맛나고 달던지.
아직 접시를 돌려주지 않은 두 집이 정을 담아 돌려보낼런지, 빈 접시로 보낼런지,
아니면 아예 접시를 돌려주지 않을런지 아직은 알 수야 없지만,
다른 집에서 받은 덕담과 인정만으로도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엉뚱한 비약.
접시를 바로 돌려주는 사람, 답례를 담아 돌려주는 사람 중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접시를 돌려주지 않은 사람은 나쁘다고 누가 쉽게 단정할 수 있을까?
접시를 돌려주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시간이 안 맞았을 수도 있고,
접시까지 선물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러저러한 사람이 한 아파트 한 동에 살 수 있는 건,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는 물에 물 탄 듯 맹물같은 이치가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줄 아고, 서로의 거리를 존중할 줄 아는 지혜가 아닐런지.
또 다시 비약.
볼테르가 사상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말을 실제로 하지 않았다는 건 참 재미난 이야기거리이다.
하지만 볼테르가 종교재판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똘레랑스'를 주장했던 건 엄연한 사실이지 않은가?
그가 한 말이 아니라 전기 작가가 볼테르를 평가한 말이라고 해서 볼테르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볼테르 식으로 생각한다면 댓글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댓글을 막는 사람도 있고,
중복리뷰가 문제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잘못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알라딘이 플레전트 빌인게 아닐까?
에고, 비약이 너무 심한가?
근무시간이 되어 급작스럽게 결론을 말하자면.
체셔고양2님도 있고, 하이드님도 있고, 나귀님도 있기에 난 알라딘이 좋다.
설령 접시 2개쯤 잃어버린다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