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드디어 이사를 했다.
결혼하고 7년 동안 벌써 5번째 집이니 정말 징그럽기도 하지.
이제는 이사의 달인이 되었다기 보다 포기의 달인이 되어 좀 부서지는 것이 있어도 눈 감게 되었다.
하지만.
새 집은 부엌이 좁고, 싱크대도 작고, 신발장도 없고, 수납공간도 적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저층아파트.
하여 계약할 때부터 지금껏 계속 투덜투덜댔는데...
어제 진주님의 페이퍼를 보고 대오각성을 했다.
마음을 고쳐 먹고 퇴근 후 집을 둘러보니
이사오기 전엔 곰팡이 잔뜩 핀 집이었지만, 화장실만 빼면 거의 박멸에 성공했고,
건물은 낡았지만 주인집이 예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한 터라 고급샤시에 마루깔린 베란다고,
부엌은 좁지만 거실이 독립된 공간이라 방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서재로 꾸밈),
수납공간은 적지만 앞뒤로 베란다가 있어 메탈랙 3개를 조립해놓으니 그럭저럭 짐정리도 되었다.
무엇보다 저층 아파트 단지라 채광이 대단히 좋고,
더울 거라고 우려했던 거에 비해 앞뒤 베란다를 열어놓으면 통풍도 대단히 좋은 편.
이번 주말에 곰팡이제로 실리콘젤을 좀 더 사서 화장실의 곰팡이를 완전히 뿌리 뽑고,
신발장 사고, 렌지 겸 식탁 사면 그럭저럭 짐 정리가 끝나 우리 집이라는 생각이 들 듯 하다.
다음주에는 늦었지만 시루떡 맞춰 집집마다 인사를 해야겠지?
위층에 마로 또래 여자아이가 사는 거 같은데, 좋은 이웃만 만나면 그만큼 좋은 집이 또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