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영화
20세기의 과학기술이 이루어낸 가장 대중적인 예술 장르로 평가받는 영화
영화는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하게 다가와있다.
요즘은 왠만한 사람이면 누구나가 나름대로 영화에 대해 한마디씩할 정도로 많이 대중화되어 우리들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들 중에서도 특히 외국 영화는 국내 배급사들에 의해 선별되어 수입이 되다보니 헐리웃의 오락영화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자연스레 우리는 헐리웃 영화의 공식에 익숙하게 되고 그 영화들을 통해 영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익힌 보아온 헐리웃 영화를 통해 미국이라는 초강대국, 세계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라는 경제대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헐리웃 영화라는 특징이 많이 사라지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서로 비슷 비슷한 현 상황에서 '이것이 꼭 헐리웃 영화다'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진 일련의 헐리웃 영화들은 분명히 다른 나라들의 영화와는 다른 헐리웃 영화만이 가진 독특한 영어문법이 있고 은연중에 미국이라는 사회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모든 것을 자세히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라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대체적인 윤곽을 잡기에는 어느정도 실익이 있다고 하겠다.
지은이는 영문과 교수임에도 예전부터 영화를 통해 문화를 이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써왔었다. 이 책도 그러한 일련의 책들 중의 하나로 문고본으로 출간된 것이지만 내용은 아주 알차다. 무엇보다 많은 영화를 보면서도 그 영화를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에 접근하는 지은이 특유의 시선이 신선하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여 여태 그저 흘려보내듯이 보아온 헐리웃 영화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였다.
오랜 동안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나라인만큼 우리는 미국에 대해서 잘아는 것처럼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감정적으로 어떠한 선입관에 사로잡혀 미국이라는 나라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고 충분히 이해를 바탕으로 한 비판이 이루어지지 않는게 현실인지도 모른다.
요즘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우리와 미국의 관계에 대해 정치적으로만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와 같은 시대를 호흡하며 살아가는 미국내의 일반인들의 모습을 제대로 안다면 좀 더 거시적으로 그들을 이해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정치와 그 이외의 것들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고 보통 사람들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나라이다. 그러므로 부시 행정부의 해외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자체를 비판하거나 미국인 전체를 미워하는 것은 마치 나무만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는 셈이 된다. 더욱이 맹목적인 반미는 자기네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고 우리 편이 되어 줄 수도 있는 미국 지식인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지지까지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9쪽)."고 하는 지은이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라고 본다.
'아메리칸 뷰티', '아메리칸 히스토리X', '아메리칸 사이코'에서는 세계강자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미국의 꿈과 그 변질을, '레인 맨', '귀여운 여인'에서는 물질만능주의로 미국인들이 잃어가고 있는 목가적인 꿈을, '아메리칸 뷰티', '하이 눈', '자니 기타', '닉 오브 타임'에서는 미국내의 자유(진보)주의와 보수주의에 대해서, '데쓰 위시', '더티 해리' 시리즈에서는 미국 내의 법치주의에 대해서, '마이너리티 리포트','X파일'에서는 국가권력에 대한 불신과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 '흑과 백', '탈주'에서는 미국내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인 인종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등 이 이외에도 여러 영화를 가지고 지은이는 미국인들의 초상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예술 특히, 영화라는 상업적인 매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국 국민들의 관심과 흥미를 자극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한 이유로 인하여 영화에는 그 나라 국민들의 성향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 이러한 영화에 나타난 문화적인 현상은 그 나라를 이해하는데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은 부분적이나마 미국이라는 나라를 영화를 통해 쉽고 편안하게 그리고 재미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동시에 문화를 다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하는 시각을 가지도록 해주는 것같아 나름대로 두께에 비해 괜찮은 내용을 가진 책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