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헌의 내 삶을 만들어준 명언노트
안상헌 지음 / 소통(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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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자신만의 좌우명을 적어오라는 숙제를 받아본 사람들이 많을거다.
막 코흘리개 초등학생을 벗어나 까까머리 중학생시절. 그 당시 직장때문에 우리 집에 와있던 외삼촌은 나에겐 대단한 사람이었다. 회사일도 그렇지만 매달말경 월급을 탈때마다 나를 불러내서 맛난걸 사주고 했으니 그 어린 마음에는 그게 무조건 좋았던 거다.

그런 외삼촌이 회사를 옮기면서 다른 곳으로 갈 때 내 책상 머리맡에 "굳은 신념은 나의 지름길이 된다"라는 말을 적어주고 간적이있다. 그런데 그 당시 어린 마음에도 그 글귀는 나에게 엄청나게 큰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때 그글은 나의 학창시절 좌우명이 되었고, 지금도  한해가 시작되는 첫날 내 다이어리의 첫장을 장식하는 글로 남아있다.

어떤면에서는 누구나 다 잘아는 내용으로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그 순간 나에게 있어서는 이 세상 어느 현자의 말보다도 더 진하게 다가온 말이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경험에서 본다면 너무나 소중한 글들이다. 한번씩 곱씹어보고 싶은 말들이다.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아까운 말들이다. 자신의 생활이 지치거나 오만해진다고 생각할 때 쯤이면 이 책을 한번쯤 들춰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책을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언들은 찾아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출처가 불분명한 말들이나 배우들의 말,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인용된 명언들은 다른 어느 철학자들이나 인사들의 명언들보다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건 지은이가 살아오면서 읽은 수천권의 책과 자신의 생활에서 감명을 받은 글들로 우리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들의 생활에 밀접한 명언들을 행복한 삶, 삶의 태도, 돈, 자아·정체성, 인간관계, 삶의 목적, 깨달음이라는 7개의 챕터로 나누어 지은이가 강연을 하거나 생활 중에 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이 단순히 명언들을 통해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뭔가를 전해주고자 하는 글이라는 건 하나의 명언을 소개하면서 마지막에 담아 놓은 지은이의 아내와의 대화에서 눈에 번뜩이는 통찰력을 가지게 한다.

지은이가 던지는 명언은 가장 이상적이게 들릴 수도 있지만 지은이의 부인이 던져주는 한마디 한마디는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명언을 뛰어넘는 생활의 지혜가 보인다는 점에서 더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어떤 면에서는 지은이가 소개하는 명언보다 지은이의 부인의 말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 적도 있었다.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인생에 있어 시련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련을 극복하고 못하고는 자신에게 달린 문제일거다. 누군가가 그 시련을 대신해 줄 수는 없는거다. 하지만 그 시련을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되어주는 결정적인 말들은 있을 수 있다.

나 어릴적 외삼촌이 들려주었던 말이 현재까지도 내 인생을 지배하는 가장 소중한 글귀가 되었던 것처럼 누구나에게 그러한 글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명언들도 이 책에서 지은이가 밝히고 있듯이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는 아무리 좁은 도랑도 건널 수 없다. 소원과 목적은 있으나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어떤 환경도 소용이 없다(57쪽 내지60쪽), 학습이란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재발견하는 것이고, 행동은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진정한 천재란 비범한 일을 수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수행하는 능력을 가진 자를 말한다(256쪽 내지 263쪽)."라고 한 것처럼 나라는 자신이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외삼촌이 적어 준 글을 실천에 옮겨보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요즘 봇물처럼 쏟아지는 많은 처세서나 경영서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겠지만 위에서 밝힌 것처럼 기존의 책들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명언들이 아니고, 지은이의 생활에서 터특한 지혜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의 명언에서는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가까이 두고 내 생활의 자양분이 되도록 지은이가 한번 꼽씹었듯이 나는 지은이의 글을 다시 한번 더 꼽씹어보는 인생을 이 책을 통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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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영화 진흥 위원회 교재 편찬 위원회 엮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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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영화라고하면 그저 보고 즐기는 수준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라는 예술매체가 미술이나 음악에 못지않게 우리들의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이제는 많은 대중들이 소비하는 가장 인기있는 예술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영화의 위상(?)과 달리 영화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평론가들의 입에서 뱉어내는 영화평이 곧 자기의 영화관이 되고 그를 토대로 영화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문화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즐길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주관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라면 지금까지의 영화보기에는 어느 정도 문제가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러한 시대적인 조류에 맞추어 적절한 시기에 출간된 책이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영화'가 선정되면서 영화진흥위원회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만든 한국 최초의 영화 교과서라는 닉네님이 어울리기라도 하듯 책의 구성은 재미나고 일기 쉽게 되어있다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은 여태것 영화에 관련된 책들이 신변잡기적인 에세이 수준에 머문 것들이아 아니면 외국인의 저술을 번역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순순한 우리나라의 영화전문가들이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고 느낀 바를 통하여 영화읽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삽화와 충분한 여백을 두고 있으며 같이 생각하고 토의할 수 있도록 관련된 글의 말미에는 토의 항목 등을 수록하여 자신만의 관점을 이야기하도록 만들어 수동적인 영화보기에서 능동적인 영화보기로 옮아갈 수 만들었다.

1부에는 영화의 이해, 2부에서는 영화로 배우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영화 자체로만 이해하지 않고 영화가 가지는 예술로서의 기능과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 산업으로서의 영화, 정치로서의 영화 등 영화 전반에 대해 거시적으로 영화를 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영화를 보며 영화에 대해서 공부한다는 거 너무 재미있지 않을런지.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또 시험성적과 과련된 학과공부라고 생각하면 이것도 짐이 되는 그저 공부해야만 하는 하나의 과목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어 오히려 영화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고등학생들을 위한 교과용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읽기에도 너무나 유익한 내용이 많다. 어려운 말들로 포장한 글들이 아니라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글들이라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난 내용들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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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장르와 역사 살림지식총서 19
이용배 지음 / 살림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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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윅스와 픽사, 그리고 저패니메이션이 국내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애니메이션이 많은 대중적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예전처럼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무조건 애들이 보는 거라는 고정관념도 많이 불식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화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좋은 기초가 되는 책이라 할 것이다.

문고본의 경우 글의 목적이 정해지지 않으면 신변잡기적인 글이 되기 쉬운데 이 책은 지은이가 서문에서 "애니메이션의 기본적인 개념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리해 보았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지식을 뽐내는 듯한 현학적인 글쓰기를 자제하고 되도록이면 쉬운 글쓰기를 통해 애니메이션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런 지은이의 의도에 따라 이 책은 애니메이션의 정의, 역사, 분류, 애니메이터를 위한 기초지식으로 각 장을 나누어 애니메이션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정의에서는 존 할라스 감독,알렉산더 알렉세이예프 감독 등의 말을 인용하면서 애니메이션이란 움직이지 않는 그림에, 고정되어 있는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의 역사에서는기술(테크놀로지)의 발전과 결합된 이미지 생산의 역사가 곧 애니메이션의 역사라고 하면서 프리(pre) 시네마 시대( 이 시기에 대해 설명하면서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인용한 것은 무척 인상깊었다)와 사진과 영화가 탄생하면서 그와 함께 발전해 나가는 애니메이션의 역사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분류에서는 촬영과정이 필요없는 애니메이션과 촬영과정이 필요한 애니메이션으로 대별하고 요즘 유행하는 컴퓨터 애니메이션까지 설명하고 있는데 아무리 디지털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아날로그적인 애니메이션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발전도 있었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 장인 애니메이터를 위한 기초지식에서는 애니메이션은 움직임의 예술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애니메이터는 움직임을 따라가는 눈을 가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이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이다. 사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많은 지식을 원한다면 부족한 책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을 전하는 점에서는 이 책만큼 유용한 책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은이가 현직 애니메이션 조교수이다보니 글의 내용이 아주 쉽게 되어 있어 이해하기가 좋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이라 하겠다. 문고본 중에 자신의 생각을 너무 쏟아붓다보니 책을 읽는 입장에서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책들이 많은데 비해 이 책은 아주 간명하게 지은이의 생각을 밝히고 있어 매우 유익하다고 하겠다. 애니메이션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책이 될 것이라고 보며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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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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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져서인지 요즘 우리 주변에는 부쩍 경영서나 처세술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러한 경영서나 처세술과 관련된 책들의 또 다른 경향은 전문적이거나 두툼한 책두께를 자랑하는 것보다는 간단한 우화나 이야기를 통하여 쉽게 다가오려고 한다는 점이다. 바쁜 일상속에서 긴 글을 읽는 것보다는 빠른 시간안에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책을 원하는 독자들이 많다보니 이런 류의 책들이 갑자기 많이 소개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러한 책들의 하나로 충분한 여백과 삽화 등으로 글을 읽는데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고 있다.

이 책은 조지아라는 성공한 회장이 자신의 운전사 찰리에게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형식을 통해 지은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마시멜로 실험으로, 어린애들에게 마시멜로를 15분간 먹지않고 참으면 마시멜로 하나를 더 주겠다고 약속한 뒤 그 결과를 지켜본 것으로, 10년 뒤 성장한 어린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추적해본 결과 유혹을 참고 마시멜로를 2개 얻었던 아이들이 대인관계나 학업성취도에서 뛰어나다는 것이다. 즉 순간적인 유혹을 뿌리친 이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과연 지은이의 말대로 우리들 모두에게 이 마시멜로의 실험이 타당한지는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나 자신을 괴롭힌 이야기였다.


정말 마시멜로를 먹지말아야 하나?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가르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우화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겠지만 그 전하는 수단에서 택한 사장과 운전기사의 관계는 너무나 어줍찮다. 나는 사장이고 돈도 많고 성공했지만 너는 운전사이니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이다. 다분히 자본주의적인 사고이자 가진자의 입장에서 놓여진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는 누구에게나 이 사회에서 주어진 위치에 따라 자신의 일에 충실할 권리가 있고 충실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사장은 운전기사가 안전하게 운전해주는 차로 목적지에 닿아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는 혜택을 받고 있고 운전기사는 그러한 혜택을 사장에게 준다. 이 모든 것들은 서로의 위치에서 서로에게 주어진 일이다.

사장의 차를 운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성공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순간적인 욕망은 미래를 위해 참을 줄도 알아야 된다는 진리는 초등학생이라도 다 아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택한 우화는 그 신선도가 많이 떨어진다. 끼워맞추기 식의 이야기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오랜 옛날 부처나 예수같은 현자들이 자신들의 제자에게 깨우침을 전하기 위해 대화를 이용한 모습에서 방식을 차용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분히 권위주의적인 발상의 이야기라고 하겠다.

우리 사회는 많이 개방되고 다양화되어 있고 이제는 저마다의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좋은 미덕이다. 헛된 욕망을 쫒는 인생보다는 더 알찬 인생인 것이다. 사장이 운전기사에게 매주 식사를 같이 한 걸 가지고 오늘도 식사를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는 다분히 사장의 입장 즉, 고용주의 입장에서 피고용자를 대하는 생각으로 사장인 내가 이런 식으로하면 자네는 다음번에는 내가 어떤 식으로 할 건지 미리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 사람이 언제나 그렇게 한다는 보장이 어디있단 말인가. 사장은 자신은 거의 완벽한 존재니 자네는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것인데 너무나도 자기 중심적인 사고라 아니할 수 없다.

운전기사가 배가 고프면 미리 마시멜로 하나를 먹을 수도 있다. 어린애들도 배가 고프면 미리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다. 누구에게나 효용은 다르다. 마시멜로 한 개만 먹어도 되는 사람이 있고 2개 아니 10개를 먹어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2개를 먹기 위해 참는다는 설정은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욕심이 많은 사람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지은이가 이야기 하고자하는 순간적인 만족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라는 주제는 설득력이 있는 인생의 지침이 될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주제를 끄집어 내기 위해 선택한 마시멜로 이야기는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는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논리의 비약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이야기 중의 하나인 사자와 가젤의 비유도 위와 같은 큰 우(愚)를 범한 것 같다. 사자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서 아침부터 가젤은 뛰고 가젤보다 느리면 사자도 굶어 죽어야 하니까 아침부터 뛴다는 내용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열성적인 모습이 필요하다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빌려온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이건 위 마시멜로의 이야기보다 더 심한 논리적 비약이다.

처음부터 말이 안되는 거다. 가젤이 사자를 먹나?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가젤은 지은이 말처럼 뛰어야 한다. 사자는 가젤을 잡기 위해 그렇게 아침부터 뛸 필요가 없다. 다른 동물들도 많으니깐. 지은이가 제시하고 있는 이 비유도 가진자의 횡포라고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언제나 당하는 입장에 놓인 피용자, 극빈자, 소외 계층에 있는 자들은 뛰어봤자 잡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가진자는 조금만 뛰어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잡을 수 있다.

설정자체부터가 잘못 되었다. 힘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가젤과 사자를 그 비유대상으로 삼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책의 내용을 쉽고 편하도록 독자들에게 전해보려는 지은이의 의도였겠지만 지은이가 예로 들고 있는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씁쓸한 뒷맛은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사장과 운전수, 사자와 가젤 모두 비교의 시작부터가 잘못 되어진 것으로 지은이는 강한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보이며 또한 가진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것처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이 범한 가장 큰 오류라고 본다.

마시멜로 맛이라도 보자!

책 표지에 보면 "당신의 '오늘'을 특별한 '내일'로 만드는 소중한 지혜"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렇다. 이 책에 실린 글의 내용을 한마디로 가장 충실하게 압축할 수 있는 구절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성공일변도의 사회에 살고 있다. 물론 성공하면 누이좋고 매부좋고 모든 게 좋다. 하지만 그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노력은 논외로 하고 그 결과물에만 집중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라면 이 책이 던지는 자그마한 화두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의 유혹을 참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어떠면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논리의 비약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할 소중한 교훈이다.

누구나가 매일 매일 부딪치는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 아침은 일찍 일어나야지. 내일부터는 운동을 해야지. 다음달부터는 어학학원을 다녀야지. 하는 등의 숱한 목표를 세워놓고 편안하고 귀찮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렇게 마음속에 담아둔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겠지만 우리 모두는 신의를 저버려서는 안된다. 특히 나 자신과의 신의에 있어서는 말이다.

“눈 앞의 마시멜로를 먹어치우기 전에 30초만 더 생각한다면,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는 위대한 결단의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네."라고 이야기 한 사장 조나단의 이야기는 우리가 가슴 깊이 새겨둘만한 말이다. 아침의 나른한 이불 속을 박차고 나오기는 정말 쉽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학생이든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아침잠의 유혹은 뿌리치기가 힘든 것이다. 그때 30초만 생각해보자. 그러면 우리 생활은 하루 하루 달라지지 않겠는가. 아침잠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지 않겠는가.

꿈을 먹되 실천하자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가 나오지 않는게 꿈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지금 너무 심한 다이어트에 빠져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꿈은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뿐더러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다람쥐 쳇바퀴도는 생활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다보면 어느새 나 자신이 꿈꾸어왔던 것들을 하나 둘씩 까먹기 시작한다. 정말 꿈을 먹어버리는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나만의 꿈을 재정비해야 하겠다라는 마응을 다잡아봤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했지만 지은이는 '아는 것을 실천해야 힘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꿈도 꾸기만 하지말고 그 꿈을 실천에 옮겨야 하는 생활태도가 중요하다.

나 자신이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그리고 내가 가진 장단점은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다 보면 나만의 마시멜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덮는다. 물론 마시멜로가 2개가 되든 3개가 되든 아니면 1개가 되든 나만의 마시멜로를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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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다 쭈꾸미 통신 - 꼴까닥 침 넘어가는 고향이야기
박형진 지음 / 소나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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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윤구병이 책의 서두 부분에 쓴 뽑아 올리는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의아한 생각을 했다. 보통의 책들은 서문에 아주 거창하고 유려한 문체를 선보이는게 대부분인데 이 책 서문에서 윤구병이 보여준 필체는 어떤면에서는 상스럽다는 인상을 받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원초적인 단어에서 느껴지는 강인한 힘은 이 책이 분명 다른 책들과는 다를것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졌던 직감이 맞았음을 알게 되었다.

지은이는 변산반도라는 풍광좋은 곳에서 농사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이로 중학교 1년까지만 다닌게 정규교육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의 글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듬지 않은 듯한 투박하면서도 거친듯한 글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 또한 전라도 사투리를 그대로 적으면서 그 글속에서 배어져 나오는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꼴까닥 침넘어가는 고향이야기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지은이가 태어나고 자라온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착이 진하게 뭍어나옴을 알 수 있다. 힘들었던 시절 먹을 것이 제대로 없었지만 그런 것에서 느껴지는 향수와 그 음식에 관련된 사람들,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에서 지금 자신의 자식들과 부인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고리는 지은이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인생의 고리다. 지은이는 이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보고 즐겁게 보려고 한다.


감칠맛나는 음식이야기

지은이는 남도 사람답게 입심좋은 글을 선보이고 있다. 많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동원하여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음식이 우리들 바로 눈앞에서 아른거리며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잘 영근 풋나무 이파리가 타닥거리며 타는 냄새도 좋은데 집집마다 풍겨나와서 고샅을 진동하는 점심 무렵의 고구마 찌는 냄새가 어울리면 무엇이라 표현할 도리가 없다(책46쪽), 두부하는 일이 이렇게 대충 끝나 가면 수저 하나씩을 들고 아까 한 양푼 퍼 놓았던 순두부를 먹는데 적당하게 익은 김장김치 웃짐 얹어서 먹으면 그 짭조름하고 구수한 맛에 배가 부르고 속이 다 편안했다(책 133쪽) 사실 쭈꾸미 회는 나중 비벼 먹는 이 밥이 더 맛있다. 시고 달고 맵고 짭짤한 양념이 남아 있는 양푼에 밥을 비벼서 착착 한 숟가락씩 볼태기 미어지게 떠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것이다(책141쪽). 설 지나고 보름 무렵 처갓집에 큰 사위가 오면 반드시 상 위에 이 파김치 처음 꺼낸 게 놓이고 그러면 매형은 오른손에 밥숟갈, 왼손에 파 하나 길게 들고 휘휘 감아서 비오는 날 헛청에 나무들이듯 한 그릇 고봉밥을 뚜딱 해치우곤 했다(책148쪽)

이 대목들을 읽고서 침을 안삼킬 이 그 누가 있겠는가? 화려하고 정제된 글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보다 향토색 짙은 사투리와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동반하여 이렇게 편한 말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니 무척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만 같다. 무엇보다 70년대 한창 우리나라가 힘들때를 통과해 온 세대들에게는 지금처럼 먹는게 그리 흔하지 않았던 오히려 부족했던 그 시절에는 이런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는 더없이 정겹고 공감이 가는 글들이라고 하겠다.

그런데도 무슨 방법으로든 열고 훔쳐 먹는데 처음에는 한 수저만 먹으려 하다가도 돌아서 광을 나오기 전에 또 한 수저, 또 한 수저, 그렇게 가슴을 졸이며 댓 숟갈 떠 먹어야 광문을 나올 수 있었다. 식구들 눈을 피해 엿을 먹으러 광에 드나들 때마다 나는 내가 풀방구리의 쥐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책 187쪽).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구절이다. 누구나가 어릴적 한번 쯤은 음식을 탐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머니 몰래 단 것을 탐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너무나 적나라한 표현(?)이자 앙증맞은 표현이다.

사람사는 이야기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지은이는 음식이야기를 하면서 그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도 재미나게 풀어가고 있다. 자신이 살고있는 고향에 대한 다음과 같은 구절은 그가 얼마만큼 고향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를 느끼게 하는 글이다.

마실을 갔다가 고샅을 동아서 우리 집이 가까우면 남폿불 훤한 창문으로 눈이 소롯소록 내리는 게 보이고 글 읽는 청년들의 명징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 듯 하다(책156쪽)
 
누구나가 한번쯤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의 집에 불이 켜진 걸 보고는 묘한 감정을 느낀 때가 많을 거다. 지은이가 표현한 겨울의 고향 풍경은 정감이 뭍어나온다. 이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곳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저렇게 포근하게 묘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록소록이라는 짧은 단어만으로도 그가 가진 감정을 읽을 수 잇는 것이다.

도시의 황량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흐르는 눈을 보는 도시인들이 느끼는 감정과는 확연히 그 감정의 선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지은이는 이런 글귀 이외에도 책 곳곳에서 고향의 향내를 전해주고 있다.

자신의 고향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얽힌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당시 시골에서는 이름보다는 별명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이런 별명은 좀 더 친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떻게보면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들일 수 있지만 지은이는 이러한 자신의 고향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기서 은근히 흘러나오는 사람냄새는 우리들을 더욱 정겹게 하나다.

가장 안타까운 건 이 모든 것들에는 언제나 우리네 어머니의 힘든 모습이 교차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한둘만 낳는게 아닌 대가족 시대에서 가족을 부양하고 농사를 지으며 지친 허리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는 우리네 어머니의 웃음 머금은 얼굴이 떠오른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라면 자신마저 희생해가며 살아오셨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힘든 하루가 떠오르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어머니를 생각하게 한다.

시대를 초월하는 느낌으로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이라면 책을 읽고 공감을 할만한 연령대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요즘의 디지털문화에 친숙한 젊은이들에게는 그다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이야기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우리네 부모들의 추억담으로만 들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의 이야기는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로만 들리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책 여기저기에 등장하는 물건이름이나 음식이름에 대해서는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사투리를 여과없이 그대로 옮겨 두고 있어서 책을 읽는데 한번씩 걸리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비록 사투리에 대한 풀이가 책 옆 모퉁이에 수록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다음 장을 넘길때는 그 사투리의 의미를 잊어버리고는 다시 ?아봐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떡이 빵으로 바뀌고 사카린 탄 물이 청량음료로 바뀌었듯이 나중에는 이 음식들이 또 다른 음식으로 바뀌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그 이전의 것들에 대해 향수를 느낄지 모른다. 그렇다. 시대가 변하고 입맛이 변해도도 인간으로서 우리가 느끼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다름아닌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아닐까. 그 향수 속에 뭍어있는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지인들, 먹을 것 등등..우리와 호흡을 같이 했던 그 모든 것들 때문에 그때가 더 정겹게 느껴질 것이다.

마치며

지은이는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네의 전통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을 몹시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지금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지금 자라는 이 세대도 나중에는 지은이가 이 책에서 담고 있는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며 아쉬워 할 지도 모른다. 시대는 바뀌고 그 시대에 등장하는 인물도 바뀔 것이지만 우리네 인간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감정은 언제나 똑 같을 것이다. 끈끈한 정이 그립다는 것이다.

변산반도에서 불어오든 아니면 거제도에서 불어오든 대관령에서 불어오든 우리네 곁을 스치며 지나가는 고향바람은 언제나 우리를 고향언저리에 보이는 언덕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그게 시골이 되었든 아니면 도시가 되었든 우리 모두는 추억을 먹고 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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