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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ㅣ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들어가며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져서인지 요즘 우리 주변에는 부쩍 경영서나 처세술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러한 경영서나 처세술과 관련된 책들의 또 다른 경향은 전문적이거나 두툼한 책두께를 자랑하는 것보다는 간단한 우화나 이야기를 통하여 쉽게 다가오려고 한다는 점이다. 바쁜 일상속에서 긴 글을 읽는 것보다는 빠른 시간안에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책을 원하는 독자들이 많다보니 이런 류의 책들이 갑자기 많이 소개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러한 책들의 하나로 충분한 여백과 삽화 등으로 글을 읽는데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고 있다.
이 책은 조지아라는 성공한 회장이 자신의 운전사 찰리에게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형식을 통해 지은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마시멜로 실험으로, 어린애들에게 마시멜로를 15분간 먹지않고 참으면 마시멜로 하나를 더 주겠다고 약속한 뒤 그 결과를 지켜본 것으로, 10년 뒤 성장한 어린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추적해본 결과 유혹을 참고 마시멜로를 2개 얻었던 아이들이 대인관계나 학업성취도에서 뛰어나다는 것이다. 즉 순간적인 유혹을 뿌리친 이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과연 지은이의 말대로 우리들 모두에게 이 마시멜로의 실험이 타당한지는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나 자신을 괴롭힌 이야기였다.
정말 마시멜로를 먹지말아야 하나?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가르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우화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겠지만 그 전하는 수단에서 택한 사장과 운전기사의 관계는 너무나 어줍찮다. 나는 사장이고 돈도 많고 성공했지만 너는 운전사이니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이다. 다분히 자본주의적인 사고이자 가진자의 입장에서 놓여진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는 누구에게나 이 사회에서 주어진 위치에 따라 자신의 일에 충실할 권리가 있고 충실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사장은 운전기사가 안전하게 운전해주는 차로 목적지에 닿아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는 혜택을 받고 있고 운전기사는 그러한 혜택을 사장에게 준다. 이 모든 것들은 서로의 위치에서 서로에게 주어진 일이다.
사장의 차를 운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성공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순간적인 욕망은 미래를 위해 참을 줄도 알아야 된다는 진리는 초등학생이라도 다 아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택한 우화는 그 신선도가 많이 떨어진다. 끼워맞추기 식의 이야기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오랜 옛날 부처나 예수같은 현자들이 자신들의 제자에게 깨우침을 전하기 위해 대화를 이용한 모습에서 방식을 차용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분히 권위주의적인 발상의 이야기라고 하겠다.
우리 사회는 많이 개방되고 다양화되어 있고 이제는 저마다의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좋은 미덕이다. 헛된 욕망을 쫒는 인생보다는 더 알찬 인생인 것이다. 사장이 운전기사에게 매주 식사를 같이 한 걸 가지고 오늘도 식사를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는 다분히 사장의 입장 즉, 고용주의 입장에서 피고용자를 대하는 생각으로 사장인 내가 이런 식으로하면 자네는 다음번에는 내가 어떤 식으로 할 건지 미리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 사람이 언제나 그렇게 한다는 보장이 어디있단 말인가. 사장은 자신은 거의 완벽한 존재니 자네는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것인데 너무나도 자기 중심적인 사고라 아니할 수 없다.
운전기사가 배가 고프면 미리 마시멜로 하나를 먹을 수도 있다. 어린애들도 배가 고프면 미리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다. 누구에게나 효용은 다르다. 마시멜로 한 개만 먹어도 되는 사람이 있고 2개 아니 10개를 먹어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2개를 먹기 위해 참는다는 설정은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욕심이 많은 사람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지은이가 이야기 하고자하는 순간적인 만족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라는 주제는 설득력이 있는 인생의 지침이 될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주제를 끄집어 내기 위해 선택한 마시멜로 이야기는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는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논리의 비약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이야기 중의 하나인 사자와 가젤의 비유도 위와 같은 큰 우(愚)를 범한 것 같다. 사자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서 아침부터 가젤은 뛰고 가젤보다 느리면 사자도 굶어 죽어야 하니까 아침부터 뛴다는 내용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열성적인 모습이 필요하다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빌려온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이건 위 마시멜로의 이야기보다 더 심한 논리적 비약이다.
처음부터 말이 안되는 거다. 가젤이 사자를 먹나?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가젤은 지은이 말처럼 뛰어야 한다. 사자는 가젤을 잡기 위해 그렇게 아침부터 뛸 필요가 없다. 다른 동물들도 많으니깐. 지은이가 제시하고 있는 이 비유도 가진자의 횡포라고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언제나 당하는 입장에 놓인 피용자, 극빈자, 소외 계층에 있는 자들은 뛰어봤자 잡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가진자는 조금만 뛰어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잡을 수 있다.
설정자체부터가 잘못 되었다. 힘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가젤과 사자를 그 비유대상으로 삼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책의 내용을 쉽고 편하도록 독자들에게 전해보려는 지은이의 의도였겠지만 지은이가 예로 들고 있는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씁쓸한 뒷맛은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사장과 운전수, 사자와 가젤 모두 비교의 시작부터가 잘못 되어진 것으로 지은이는 강한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보이며 또한 가진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것처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이 범한 가장 큰 오류라고 본다.
마시멜로 맛이라도 보자!
책 표지에 보면 "당신의 '오늘'을 특별한 '내일'로 만드는 소중한 지혜"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렇다. 이 책에 실린 글의 내용을 한마디로 가장 충실하게 압축할 수 있는 구절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성공일변도의 사회에 살고 있다. 물론 성공하면 누이좋고 매부좋고 모든 게 좋다. 하지만 그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노력은 논외로 하고 그 결과물에만 집중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라면 이 책이 던지는 자그마한 화두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의 유혹을 참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어떠면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논리의 비약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할 소중한 교훈이다.
누구나가 매일 매일 부딪치는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 아침은 일찍 일어나야지. 내일부터는 운동을 해야지. 다음달부터는 어학학원을 다녀야지. 하는 등의 숱한 목표를 세워놓고 편안하고 귀찮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렇게 마음속에 담아둔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겠지만 우리 모두는 신의를 저버려서는 안된다. 특히 나 자신과의 신의에 있어서는 말이다.
“눈 앞의 마시멜로를 먹어치우기 전에 30초만 더 생각한다면,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는 위대한 결단의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네."라고 이야기 한 사장 조나단의 이야기는 우리가 가슴 깊이 새겨둘만한 말이다. 아침의 나른한 이불 속을 박차고 나오기는 정말 쉽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학생이든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아침잠의 유혹은 뿌리치기가 힘든 것이다. 그때 30초만 생각해보자. 그러면 우리 생활은 하루 하루 달라지지 않겠는가. 아침잠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지 않겠는가.
꿈을 먹되 실천하자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가 나오지 않는게 꿈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지금 너무 심한 다이어트에 빠져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꿈은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뿐더러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다람쥐 쳇바퀴도는 생활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다보면 어느새 나 자신이 꿈꾸어왔던 것들을 하나 둘씩 까먹기 시작한다. 정말 꿈을 먹어버리는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나만의 꿈을 재정비해야 하겠다라는 마응을 다잡아봤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했지만 지은이는 '아는 것을 실천해야 힘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꿈도 꾸기만 하지말고 그 꿈을 실천에 옮겨야 하는 생활태도가 중요하다.
나 자신이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그리고 내가 가진 장단점은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다 보면 나만의 마시멜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덮는다. 물론 마시멜로가 2개가 되든 3개가 되든 아니면 1개가 되든 나만의 마시멜로를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