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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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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일반적인 작품과는 다른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 유명 화가들의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면 열일을 제쳐두고 찾아간다. 책에서 보던 그림을 직접 보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질감, 색감, 분위기 등이 한데 어우러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왜 이들의 작품이 이렇게 유명하고 오랜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지를 알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은 어디서 소재를 얻고 어떻게 작품을 완성하였는지 궁금해진다. 소재가 동일한데고 불구하고 그들의 손과 숨결을 거치면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단순히 기교의 차이는 아닌 것 같다. 자신들이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이 작품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표현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떤 작품 앞에서는 나 자신도 모르게 작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다.

 

전시회장에 가보면 사람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작품을 감상한다. 그런데 간혹 모든 것이 정지된 것처럼 미동도 없이 어디엔가에 홀린 듯한 모습으로 넋을 잃고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간혹 발견하게 된다. 아마 자신만의 작품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아무리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마다 자신만이 느끼는 작품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이는 그림이 단순히 기교적인 면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은 그림 속에서 묻어나는 삶과 인생이 자신들의 마음 속에 투영되기 때문에 그림에 감동하고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우리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을 남긴 예술가들의 삶은 그다지 평탄치 않았던 것 같다. 누구나 나름대로의 고민과 시련을 겪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열 명의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고통과 슬픔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책은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먼저, ‘고통의 시대, 상처의 예술’에서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댕의 그늘에 가려져 결국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한 카미유 클로델를 비롯하여 빈센트 반 고흐, 케테 콜비츠, 프리다 칼로를 조명하고, ‘이방인’에서는 사회적 약자의 삶을 작품으로 대변하기 위해 주류에서 벗어나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택했던 권진류, 백남준, 이성자를 소개하며, ‘혼돈의 시대가 남긴 상흔들’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상처와 혼돈의 시대를 살다 간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장미셀 바스키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카미유 클로델, 빈센트 반 고흐, 프리다 칼로, 앤디 워홀, 장 미셀 바스키아 같은 예술가들의 삶은 영화화 되기도 하였고, 빈센트 반 고흐는 ‘Vincent' 라는 제목으로 노래로까지 불리워졌다. 문학, 음악, 영화등 다양한 예술 장르로 이들의 삶과 생활이 조명을 받을 정도로 이들의 삶은 일반인들과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또한 그들이 남긴 작품은 그들의 고통스러운 삶에 비추어 본다면 너무나 아름다웠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각자 자신만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아픔과 슬픔을 예술 활동의 자양분으로 삼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명작을 남겼다. 고통과 아픔으로 점철된 삶 속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들의 삶에 그만큼 치열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일반적인 그림에 대한 책들에서 볼 수 있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보다 예술가들의 상처와 슬픔, 그리고 그들의 치열한 예술 활동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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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미술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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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는 걸 좋아한다. 유명한 그림이든 아니면 아이가 그린 그림이든 그림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한다.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구도, 원근, 색감 등 기교적인 면을 떠나 그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한 걸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글에서는 그 사람의 감정이나 느낌을 읽을 수 있지만, 그림은 글처럼 그렇게 쉽게 읽히는 것 같지는 않다. 상징적인 면도 있지만 그림이 그려진 시대나 화가가 그림을 그렸을 때의 상황에 따라 그림은 다양한 생각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있어 그림을 읽는 것은 재미있다.

 

그런데 역사화의 경우는 의미가 조금 다른 것 같다.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만큼 그림 자체에서 이미 그림의 의도가 읽혀 지는 것 같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사전(事前)적인 지식이 없다면 그림의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생각하면 역사화를 통해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이 책은 그림을 통해 역사, 특히 서양사 읽기를 시도한다. 알렉산드로스, 아우구스투스와 같은 고대사에서부터 제1, 2차 세계대전, 스탈린, J.F. 케네디까지 현대사까지 아우르고 있다. 최근 그림은 다른 인접 학문과의 교류를 통해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있다. 그림에서 역사로 역사에서 인문학적 탐사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눈과 귀를 끌어 당기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지나간 시대를 읽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남겨진 유적과 사료들을 통해 내가 살아보지 않은 시대의 사람과 생활, 사건들을 추적해가는 역사 읽기는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 읽기를 좋아하는 것은 그 속에서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고, 현재의 우리 모습과 앞으로의 우리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좋은 지침이 되기 때문이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 ‘산은 높고 골은 깊다’에서는 알렉산드로스, 아우구스투스, 나폴레옹, 루이 14세, 이반 뇌제, 스탈린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의 이야기와 그림으로 꾸며져 있고, 2장 ‘History 속의 Herstory’에서는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 주었던 여성인 클레오파트라와 퐁파두르 부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매춘과 오리엔탈리즘 회화 속 여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담은 오달리스크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3장 ‘역사는 피를 먹고 자란다’에서는 유럽 대륙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 넣으며 역사를 뒤흔든 전염병, 중세 유럽의 절대왕정이 붕괴되는 역사의 전환기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 왕들,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 넣었던 제1, 2차 세계대전 등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 속에서 죽음과 인간의 존엄을 들여다 보고, 4장 ‘정신의 역사, 역사의 정신’에서는 카리스마, 종교개혁, 그리스의 지성, 다비드의 역사화, 네이처리즘 등과 같은 소재로 인간의 정신과 이성이 어떻게 변화하였고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살펴 본다.

 

역사를 시대 순으로 살펴보는 것이 아니고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조명을 하고 있어서 굳이 역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읽는데도 큰 무리는 없는 것 같다.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각 꼭지마다 두세 페이지에 걸쳐 그림과 관련된 역사를 압축 소개한 부분이 있다.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많은 내용이 압축되어 있어서 의도와 달리 오히려 그림을 보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다. 건너 뛰고 읽어도 책을 읽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 같다.

 

지은이 이주헌은 “그림 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 때”라는 책에서 처음 만났다.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읽어 내려가는 감성과 유려한 글솜씨는 아주 흡입력이 강했다. 그 이후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그의 그림에 관한 책은 항상 나를 설레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책은 방대한 역사를 소재로 하다보니 다소 단편적이고 나열적이라는 느낌이 들고, 서양사만을 소개하고 있어서인지 세계사적인 흐름을 이해하기에도 무리인 것 같다. 그림과 역사의 중간에서 적당한 줄타기가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전혀 접해보지 못한 지나간 시대와 서구 문화를 이해하고 읽어 내려가는 작업 자체가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고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풍부한 도판과 지은이의 해박한 그림에 대한 지식과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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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파탈]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아트파탈 - 치명적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
이연식 지음 / 휴먼아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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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 음란과 예술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 쉽게 풀리는 문제는 아닐 것 같다. 시대가 바뀌고 생각이 변하면서 예술과 외설, 음란에 대한 경계도 예전의 경직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도 다소 주관적이고 추상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외설이나 음란이 될 수도 있고, 예술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오래 전에 고야가 그린 ‘옷 벗은 마야’를 성냥갑에 인쇄한 것을 두고 음란한지 여부가 형사상 문제가 된 적이 있었고 당사자는 처벌을 받기도 했다. 공적인 영역으로 나오면 외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면 예술 작품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과연 법의 잣대로 작품이 음란하다, 외설스럽다, 라고 평가하는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 든다.

 

전시회에서 누드화를 뚫어져라고 보고 있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비키니 차림의 여성이 등장하는 광고를 뚫어져라고 보고 있으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어느 장소에서 어떤 목적에서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때로는 예술이 되고, 때로는 외설스럽거나 음란스러운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안에서 읽을 때는 옆 사람에게 이 책이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나만 볼 수 있도록 책을 읽었다. 춘화 부분을 읽을 때는 많은 사람 속에서 나 혼자 몰래 춘화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아무리 유명화가의 그림이라고 하지만 벗은 몸을 그린 그림을 본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의아하게 생각할 거라고 나 혼자 지레짐작한 것이다. 그만큼 표현의 자유로부터 나 자신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성적 표현의 가장 기초적인 영역에 해당하는 ‘알몸’이 미술사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글은 시작한다. 알몸을 그린 그림이 신화나 전설, 성서 이야기 등에서 모티브를 얻고 있는 경우와 현실 속 여인의 알몸이 그림의 소재가 되고 그 그림이 공적인 영역에 등장하였을 때 당시 대중들이 느끼게 되는 생각의 차이를 읽는 것은 이 책에서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잘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이 책의 4장 ‘聖스러운 性’에서도 그와 같은 주제가 잘 표현되고 있다.

 

여러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지은이는 미술사에 있어서 성적인 표현이 어떻게 발전해 왔고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통해 미술과 음란함의 관계가 실제로는 통념 이상으로 밀접했음을 강조하고, 아울러 음란함이라는 키워드로 미술을 재조명하려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내게 있어서만큼은 지은이의 이야기가 그렇게 명확하게 들어오는 것 같지는 않다. 애매모호했다. 아마도 작품 속 주제가 음란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전개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성의 성기를 화폭 가득히 담은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은 볼 때마다 충격적이다.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 그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될 수 있었을까. 거기에 비한다면 춘화나 포르노그래피는 왜 예술적인 대접을 못 받는 것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여태까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을 해보지 않고 당연한 듯이 여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금기시하는 주제인 ‘성’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고 갔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읽어 왔던 미술 작품에 대한 책들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다. 성을 표현한 미술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시대가 바뀌면서 변해가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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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의 루브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 / 이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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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곳이다. 아마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일지도 모른다.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에서 간접적으로 접하는 루브르 박물관을 보고 있으면 왜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가보고 싶어하는 곳인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이 곳을 찾는 전세계의 방문객 수는 하루에 1만 5천명, 한 해에 850만명을 육박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아직 루브르 박물관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동경은 갈수록 심해지는 것만 같다.

 

원래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 왕가의 궁전이었다가 1793년부터 예술품을 소장하게 되면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박물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관람객이 몰리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 시간 정도 작품을 훑어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짧은 관람시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은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는다고 하니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해지기만 한다.

 

지은이는 30년 가까이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면서 오랜 시간을 루브르와 함께 했다고 한다. 어린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낸 추억의 장소이자, 연애 시절의 애뜻함이 묻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청년 시절 관람객들에게 루브르의 아름다움을 전해 주던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이었으며, 화가로서 작품을 구상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 공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루브르 박물관에 관한 다른 책들과는 달리 지은이 자신의 애정이 가득 전해져오는 책이었다.

 

책은 5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 먼저 피사넬로의 ‘어느 젊은 공주의 초상’,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초상화를 시작으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미치광이들의 배’, 페르디낭 빅토르 외젠 들라크루아의 ‘카오스섬의 학살’ 등을 소개한 풍속화, 피에트로 페루지노의 ‘아폴론과 마르시아스’,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전원의 합주’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풍경화, 장 온노레 프라고나르의 ‘빗장’,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 등 성(性)을 소재로 한 그림,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모, 아기 예수 그리고 성 안나’, ‘암벽의 성모’ 등 종교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주제가 된 작품들은 대략 38점 정도 된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어마어마한 작품 숫자에 비하면 너무 적은 숫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지은이는 소개하는 작품과 관련이 있는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을 보충적으로 설명하여 작품 수에 대한 목마름을 덜어주려고 하고 있다. 루부르 박물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모두 빠짐없이 소개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작품을 소개하려다보면 책은 두꺼워지고 수박 겉핥기 식의 개략적인 이야기 정도로 그칠 염려가 있다. 작품을 소개하려는 지은이 나름대로의 방향을 잡지 않으면 아주 산만하거나 아니면 팜플렛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는 글이 될 수도 있다.

 

지은이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두었는지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모든 작품을 소개하는 대신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미술사적으로 의미있는 작품들을 선정하여 각 작품의 특징과 성향을 지은이 자신만의 감각으로 써내려 가고 있다. 때로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젊은 시절 지은이의 열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아빠, 연인으로서의 다정다감함이, 때로는 작가로서의 냉철함과 예리함이 묻어 나오기도 하는 책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간만 본 것 같다.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싶은 목마름은 더해지기만 한다. 얼마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오르세 미술관’ 전시회를 갔다 온 적이 있었는데, 책에서 본 그림이랑 직접 눈으로 본 그림은 확연하게 달랐다. 그림의 질감은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있어서만큼은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맛보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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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고 싶은 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림 그리고 싶은 날 - 스케치북 프로젝트
munge(박상희)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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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그림그리기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종이든 벽이든 빈 공간만 보이면 그림을 그린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는 벽 전체가 그림으로 가득하다. 마치 벽화를 보는 듯 하다. 피카소는 ‘어린애처럼 그림을 그리는 평생이 걸렸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피카소가 그린 그림은 당시로서는 정형적인 그림이 아니다. 때론 유치하다 싶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속에 꿈틀리거리는 열정은 일반인들의 눈길을 끌만큼 매력적이다.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이들이 가진 순수한 감정이 그대로 그림에 녹아 있는 것 같다. 그림그리기는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도권의 그림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그림은 거의 비슷비슷해진다. 어릴때의 그 감정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그림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도 점점 줄어든다. 대신 그림을 보고 즐길 뿐이다.

 

아마 누구나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보고 즐기면서 눈높이가 높아져서인지 막상 내가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지레 겁부터 먹는다. 종이와 펜이 주어지면 어디서 어떻게 선을 그어야할 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게 된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심적 부담감을 덜어준다. 일반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이야기되는 정석은 잊어버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볼 것을 권한다. 일단 스케치북을 펼쳐보라고 한다. 지은이는 스케치북 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11개의 장으로 그림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은 1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크게 보면 기본편, 응용편, 확장편 등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드로잉 연습인 오브젝트 드로잉, 라이프 드로잉, 로케이션 드로잉을 기본편에서 이야기하고, 응용편에서는 간소함과 섬세함, 생략하기와 묘사하기 등을 통해 극과 극의 요소들이 섞이는 과정을 보여주며, 확장편에서는 드로잉을 다양한 분야와 접목한 컬러 프로젝트, 캘리그래피, 텍스쳐와 패턴, 스크랩북, 저널 등 다양한 프로그램등을 소개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유용한 글이다. 자신이 느끼고 체험한 감정을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 어릴적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주변 사물에 애정어린 시선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을 스케치북 안에 담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시간과 함께 우리의 일상은 흘러가버리는 것만 같다. 매일 똑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일상이 저마다의 빛깔로 반짝인다. 그 반짝임을 스케치북 안에 담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시간도 없을 것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 그냥 흘러버리던 일상을 새로운 시각과 시선으로 돌아보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얻으며, 주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소중한 기회를 잡고 싶은 분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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