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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글쓰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치유하는 글쓰기 - 발설하라, 꿈틀대는 내면을, 가감 없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회는 점점 복잡해져가는 반면 인간관계는 점점 더 파편화되어 가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해년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과 슬픔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술을 마시거나 지인들과 만나 수다를 떨거나 아니면 아예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마음 속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은 마음의 치유를 위한 독특한 방법을 제시한다. 글쓰기를 해보라는 것이다.

어릴적부터 글쓰기를 해왔지만 글쓰기는 일기나 편지 정도가 전부인 내게 있어 글쓰기가 치유를 위한 방법이 된다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접한 내용이기도 하고 전혀 생소한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 자신과 관련한 이야기는 숨기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드러내 놓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치유하는 글쓰기는 이처럼 그 어떤 글이라도 치유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문학적 수준의 높고 낮음이나 지적인 정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가치에는 등급도 없다(19쪽).”

지은이는 어떤 글이라고 치유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하며, 글쓰기를 통한 자기표현만으로도 내면의 상처가 치유된다고 이야기 한다. 책의 처음부분에서는 지은이가 주장하는 내용이 그다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수 년간에 걸쳐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얻은 현장 경험이 있어서인지, 지은이가 실례를 들어가면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상당한 설득력과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첫 장 ‘글쓰기, 그 치유의 힘’에서는 발설이 가지는 의미, 공감의 조건 등을 통해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둘째 장, ‘온몸으로 써라’, 셋째 장, ‘몸으로 써라’에서는 자기 용서, 셀프 인터뷰, 무의식적 글쓰기, 명상 등 치유를 위한 글쓰기 방법을 실례를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치유를 위한 글쓰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국내에 나와 있는 치료나 치유 관련 글쓰기 책을 책의 말미에 정리해 놓고 있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비롯해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행위이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쓰는 것이다. 제대로 말걸기, 제대로 소통하기가 가장 중요한 글의 역할이다. 그러려면 우선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내 글을 읽는 사람을 향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고, 그래서 내 얘기를 하고 싶어요’ 하는 태도다. 그 다름은 물론 이해하기 쉽도록 기술하는 것이다(263쪽).”

이러한 내용들이 처음에는 마치 정신과 상담을 받거나 심리학 책을 읽고 있다는 추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지은이가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상담자들이 발표한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이야기할 때는 차츰 몸에 와닿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책을 덮을때 즈음해서는 나도 나 자신의 정신적 치유를 위한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 내 머리가 아닌 내 손이 가는대로 글을 쓰고 싶다.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안고 있는 마음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이 책 말미에 부록으로 나와 있어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마음이 외롭거나 아픈 사람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머리로 쓰지 마시고, 손으로 쓰세요. 여러분의 손이 가는 대로 맡기세요.”(239쪽)
글도 마찬가지다. 글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비롯해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행위이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쓰는 것이다. 제대로 말걸기, 제대로 소통하기가 가장 중요한 글의 역할이다. 그러려면 우선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내 글을 읽는 사람을 향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고, 그래서 내 얘기를 하고 싶어요’ 하는 태도다. 그 다름은 물론 이해하기 쉽도록 기술하는 것이다(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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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 미술사] 서평을 올려주세요
지도로 보는 세계 미술사
바이잉 지음, 한혜성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추운 겨울이면 미술관을 자주 찾는다. 계절의 정취상 가을에 미술관을 자주 찾을 것 같지만 가을은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때라, 오히려 가을보다는 겨울이 미술관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지금도 시립미술관에서는 퐁피두 미술전,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루벤스전, 예술의 전당에서는 렘브란트전 등 풍성한 볼거리가 열리고 있다.

미술관을 들어서면서 눈앞에 펼쳐질 세계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작가의 혼과 숨결이 뭍어나는 미술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작품이 탄생한 바로 그 순간으로 먼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과연 작가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표현하려고 한 걸까? 라는 점도 궁금하지만, 내가 지금 눈으로 보는 작품이 창작될 당시 그 시간 지구의 다른 곳에서는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들이 만들어졌을까? 라는 점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책이 특정 작가나 유파 등 제한된 범위에서 미술사를 서술하고 있고, 세계 미술사라고 하더라도 한 눈에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드문 편이다. 지은이는 지도를 이용해서 같은 시간대에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에서 어떤 예술이 일어났는지를 한 눈에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은 기원전 3만 년의 선사시대부터 20세기의 현대예술에 이르기까지 회화, 공예, 조소, 건축 등 세계 각 대륙의 예술사를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미술사가 유럽을 중심으로 서술된 것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유럽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등까지 소개하고 있어 우리에게 생소했던 다른 대륙에 대한 작품과의 비교를 통해 색다른 미술사를 경험하게 되고, 또한 예술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과 작품에 대한 풍부한 그림을 싣고 있어 책읽는 흥미를 돋운다.

지은이가 중국인이어서인지 아시아 특히 중국와 일본에 대한 작품 소개는 많이 되어 있다. 마지막 장에는 중국의 1980년대 이후의 미술이라는 독립된 장을 둘 정도로 중국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작품에 대한 소개는 현대작가인 백남준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하다.

그리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이 간략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어 각 대륙별 예술작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 본다는 취지가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다소 산만한 느낌이다. 용어도 중국식이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용어와도 많이 차이가 난다. 그래서인지 책장이 잘 안넘어간다. 그야말로 예술의 역사를 정리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동시대의 각 대륙별 예술사를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제가 읽은 책으로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슈미트의 '근대회화 소사', 두첸의 '세계명화의 비밀', 스탬프의 '르네상스의 비밀' 등
· 서평 도서와 동일한 분야에서 강력 추천하는 도서 (옵션)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미술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나 다 해당될 것 같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오면 상업적 목적에 영합하는 이미지가 등장하면서 예술의 서민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대중매체를 광범위하게 이용하게 된다.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은 기계와 산업사회에 대한 반감을 오히려 기계 산업과의 결합으로 전환시키고, 주관적인 감정의 전달에서 객과적 세계로 전환하면서 개성과 스탕일 경시하거나 적대시했다(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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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살라 인디아]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맛살라 인디아 - 현직 외교관의 생생한 인도 보고서
김승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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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인도는 11억이라는 인구를 가지고 카스트 제도가 아직까지 유지되는 폐쇄적인 나라라는 이미지와 더불어 IT와 항공산업 등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영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신성한 국가라는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인도를 여행한 사람들은 누구나가 다시 한 번 인도를 방문하고 싶어한다고 할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나라라고 한다.

이 책 제목으로 쓰인 맛살라(masala)는 인도의 향신료 중 가장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것으로, 지역에 따라 들어가는 성분과 맛이 다르기는 하지만 계피, 고수풀, 회향, 건고추 등에 삼황뿌리 가루를 섞어서 만든 것(본서 270쪽 참조) 으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인도라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용어라고 한다. 인도에서 외교관으로 직접 인도를 보고 느낀 지은이가 표현하는 인도의 이미지도 내가 생각하는 인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지은이는 발전하는 인도의 현재와 현재를 있게 한 인도의 과거를 살펴보고, 변화하는 국제정세에서 인도의 미래와 우리와의 관계를 읽으려고 한다.

먼저 제1부 ‘인도를 움직이는 힘’에서는, 지금 현재처럼 인도가 발전하게 된 것은 인도의 철강산업, IT?BT?우주산업, 의료산업, 영어 교육, 문화산업이 그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인도에 노벨상 수상자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무려 6명이나 인도출신이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노벨상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저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제2부 ‘인도는 지금’에서는 인종 및 종교 간의 뿌리깊은 갈등, 카스트 및 힌두 민족주의에 기생하는 정치적 포퓰리즘,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비인간적인 불균형을 다루고 있다. 아마 인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카스트 제도와 종교 문제가 아닐까. 최근 뭄바이에 있는 호텔에서 테러가 발생하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일어날 정도로, 인도는 이라크에 이어 세계 2번째로 테러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라고 한다. 그리고 빈부 격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3억의 인도인들이 하루 1불 이하의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제3부 ‘인도 이모저모’에서는 인도의 역사, 종교, 영화, 음식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힌두교, 이슬람교, 자인교, 시크교, 불교, 조로아스터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인도를 묶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관용과 포용의 정책이 발달했고, 그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는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또 다른 폐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1년에 1천 2백여 편의 영화를 만들고 중국과 유럽 등 많은 나라들과 국경을 같이 하고 있어 생각과 달리 다양한 음식이 발달해 있는 나라라고 한다.

제4부 ‘인도에서 한국을 만나다’에서는 인도에서 선전하는 한국기업들, 한류, 그리고 한국전쟁 포로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LG, 삼성, 현대 등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이 인도에서 토착화에 성공하고, 많은 드라마들이 그네들의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가슴 한켠으로 뿌듯함이 전해져 온다. 반면, 6.25전쟁으로 남과 북이 갈리면서 반공포로들이 남과 북이 아닌 제3국인 인도로까지 흘러들어갔다는 대목에서는 우리 민족의 가슴아픈 사연이 저 멀리 인도에까지 가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지은이는 인도주재 한국대사관 문화홍보관으로 근무하면서 직접 인도를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느낀 인도의 현실을 인도의 역사와 함께 소개하고 있어, 인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약간씩 중복되는 내용들이 있고, 다소 경제에 치중되는 듯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많은 데이터와 자료들은 지은이가 이 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지 절감하게 한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바라나시와 같은 속세와 내세가 함께 하는 인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믿기지 않는 나라인 것 같다. 정말이지 Unbelieve India!다. 인도를 자세하게 모두 알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인도를 알고자 하는 초보자들에게는 좋은 인도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인도에 대해 개략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이옥순의 '인도에 미치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인도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모든 분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강가 가운데의 물은 강변에 비해 그런대로 깨끗했지만 비 힌두교도인 우리가 선뜻 손을 담그기에는 여전히 꺼림칙했다. 강 한가운데에서 바라본 바라나시는 우리 인간들이 사는 속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다닥다닥 이어진 집들과 숙박시설들 사이로 힌두 사원이 드문드문 보이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죽은 사람을 화장하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다른 한편에서는 죽음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한가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거기에는 더 이상의 삶도 죽음도 없어 보인다. 바라나시는 2천 5백년 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이다. 힌두교와 불교의 오랜 전동이 공존하는 이 영혼의 도시는 12세기에는 무슬림의 지배를 받아 힌두 사원과 유적지가 파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강가는 이러한 인간들의 애절한 역사와 현세의 고통을 끌어안고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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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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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터넷과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어 있어 직접 손으로 편지를 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썼다가 찢어버리고 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정작 편지를 다 쓰고 읽어보아도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가며 공들여 쓴 편지에서 전해오는 느낌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이메일이나 휴대폰과는 분명 남다른 면이 있다.

그런 편지를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썼다고 하면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 여기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식들에게 쓴 편지가 있다. 요즘처럼 교통이 발달한 때도 아니어서 편지를 보내도 답장을 받아 보는데만 몇 달이 걸리는 때여서 편지를 보낸 아버지의 심정은 그야말로 절절한 내용들로만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일상의 소소한 일들까지도 편지에 그대로 녹아 들어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애뜻한 마음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조선시대 유명 학자, 문인, 관료들이 보낸 편지여서 일반인들과 달리 특별한 내용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들도 학자나 문인, 관료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아버지였던 만큼, 아버지들이 자식들에게 보여주는 일반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어떤 때는 자식을 그리워하고, 어떤 때는 자식을 준엄하게 나무라고,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시시콜콜한 점까지 일일이 열거하며 자식들을 훈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시대의 아버지들에게도 자식들의 공부가 최대 관심사였던 모양이다.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등 내노라하는 인물들도 매번 편지에서 자식들에게 하루라도 공부를 게을리지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심지어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공부법에 대해서 세세하게 편지에 적고 있어, 요즘 사교육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이황은 아들인 준이 공부가 덜 되었다고 책망하며, 아예 과거를 보러 올라오지 말라고 하고, 백광훈은 자신이 서울에 떨어져 사는 것은 자식들이 입신하여 출세하는 것을 보기 위한 것인데 만약 가망이 없어 보이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내려가 농사나 지으며 살겠다고 하며 학업에 열중할 것을 당부하는 것을 넘어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엄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이들은 때로는 살가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황은 며느리의 선물을 직접 챙기고, 백광훈은 며느리의 산후 조리를 걱정하는 편지를 보내며, 이식은 하나 남은 아들의 득남 소식에 손자의 이름을 ‘다손’이라고 지어 주며 건강하기를 바란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글만 읽었을 것 같은데, 박지원은 경상도 안의에서 고추장을 직접 담그고, 소고기 볶음을 만들어 서울 집에 보내고, 그맛이 어떤지 왜 답장하지 않느냐며 다그치기도 하며, 손자 얼굴 생김새를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그들은 당대에 유명한 인물로 이름을 날렸지만 경제적으로는 빈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백광훈은 섬에 들어가 도토리 몇 가마를 주어 와 가루를 내어 밥에 섞어 먹으라며 겨울을 나는 방법을 일러주고, 박세당은 풋앵두를 따서 시장에 내놓기도 하며, 박지원은 장 담글 비용 마련이 어려우면 빚을 내서라도 담그라고 하여 그들의 삶이 경제적으로 그렇게 윤택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어 서글프기도 하다. 힘든 IMF 파고를 넘었건만 다시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가장들의 서글픈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래서 이런 모습들이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다가 오는지도 모르겠다. 역사책 등을 통해 그들의 위대한 업적에 대해 익히 들어온 바가 있어서인지, 그들이 살아온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가면서 알게 된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현재 우리에게 남긴 많은 위대한 유산보다 더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건 아마도 아버지라는 존재감때문이 아닐까. 그 시대나 지금이나 아버지의 모습은 한결같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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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 최신 연구로 확인하는 인간광우병의 실체와 운명
유수민 지음 / 지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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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광우병 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리 사회를 들끊게 한 적이 있었다.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위협은 온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했고, 손에 손에 촛불을 들게 하는 사태까지 만들었다. MBC PD수첩의 보도 내용은 촛불시위에 기름을 부어 넣었고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했다. 물론 MBC PD수첩의 보도내용이 전달과정에서 일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었지만, 국민들이 우려하고 불만을 토로한 것은 정부의 광우병에 대한 미지근한 대처였다.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먹거리에 대해 너무나 안이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며 중심을 못잡는 가운데,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과학자들도 광우병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여, 괴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급속도로 번지면서 국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당시까지 광우병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정보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 주위에서 매일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광우병으로 사망하게 될 사람보다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광우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도 있었다. 다수의 생명만이 아니라 소수의 생명도 엄연히 보호받아야 한다. 그게 바로 국가가 할 책임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와 같은 광우병에 대한 무성한 논의를 과학으로 풀어보고자 하고 있다. 지은이는 광우병이라는 것 자체도 과학적인 분석과 재현,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이고, 과학이 다른 어느 영역보다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책은 총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비극의 기원’에서는 최초로 광우병이 발견된 영국에서 2-30대의 젊은이 200여명이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들려 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변형 프라이온이라는 단백질이 있었다. 지은이는 각종 그림과 도표를 통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변형 프라이온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2부 ‘인간광우병 발병의 전제조건’에서는 현재 지구상을 뒤덮고 있는 광우병의 불안은 인간이 소에게 먹인 사료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서글픈 현실과 종간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제3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에서는 30개월 이상의 소가 위험한 이유와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 등 광우병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과 오해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4부 ‘광우병의 미래’에서는 광우병은 끝날 것인지 여부와, 광우병을 막기 위해서는 도축규정 준수와 사료 공장 감찰, 모니터링의 중요성 등 위기 예방과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소의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있다고 해서 ‘소 해면상 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줄여서 BSE라고 칭했는데, 언론에서는 어려운 학술적인 용어 대신 이 병에 걸린 소들이 미친 것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광우병mad cow diseas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본서 제30쪽 참조)고 하는 광우병. 한미 FTA체결 과정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기 이전까지는 그저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광우병에 대해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된 책이다.

물론 과학이 광우병에 대한 문제를 100%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이라는 것도 각종 데이터와 검증 등을 통해 다수의 합의로 이루어진 이론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통의 부재를 막아줄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한 번쯤 정독을 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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