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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의 언어가 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은 그의 언어가 화려한 은유의 옷을 입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의 언어의 옷자락 한 올 한 올이 전부 그의 마음과 일치하고 아름다울 때이다.
또한 한 사람의 존재가 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세상에 왔다 사라지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밝고 영롱하게 빛을 내는 그런 시 같은 존재...
내가 법정 스님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덮으며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생각들이다.
이 책이 이전의 책들과 좀 다른 점은 '잠언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글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고, 함축적인 의미를 지닌 구절은 더 천천히 읽게 되었다.
법정 스님은 인간이 원래 고독한 존재라고 말씀하신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다. /저마다 자기 그림자를 거느리고/휘적휘적 지평선 위를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p.37)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될수록 내가 느끼는 것도 '고독한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가족이 있고 직업이 있고 사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늘한 바람이 내 가슴 속을 한 차례 휘저을 때가 있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한참동안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용감하게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어디에도 기대서는 안 된다./ 오로지 자신의 등뼈에 의지해야 한다./자기 자신에, 진리에 의지해야 한다."(p.90)
그리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우리이기에 더더욱 영혼을 맑히는 일에 애쓰고, 녹슨 삶을 두려워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우리 모두는 늙는다./그리고 언젠가 자기 차례가 오면 죽는다./그렇지만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늙음이나 죽음이 아니다./녹슨 삶을 두려워해야 한다./삶이 녹슬면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p.73)
법정스님은 자연친화적인 삶을 추구하였지만 '하늘 같은 사람'이라고 하여 사람을 그 무엇보다 존귀한 존재로 말씀하신다.
" 그러므로 따뜻한 마음이 고였을 때,/ 그리움이 가득 넘치려고 할 때,/ 영혼의 향기가 배어 있을 때 친구도 만나야 한다./ 습관적으로 만나면 우정도 행복도 쌓이지 않는다."(p.39)
온 마음을 다해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라는 의미이리라. 그리하여 "용서는 가장 큰 수행이다."(p.140)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행복은 온다.
" 때로는 전화도 내려놓고 , 신문도 보지 말고, / 단 10분이든 30분이든 허리를 바짝 펴고/ 벽을 보고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 물어보라."(p.29)
또한 행복은 정진에서 온다. 녹슨 삶을 두려워 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서 올 것이다.
그리고, 행복은 나를 비우고 남을 용서하고 나의 작은 영혼이 자유로울 때 올 것이다.
오래 전에 나는 '무소유'와 '산에는 꽃이 피네'를 읽고 정말 가슴에 연꽃 하나 피는 느낌을 받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 준 기억이 난다. 내게는 보석 같은 책이었고, 그 책을 읽은 느낌을 다른 사람도 느껴 보길 간절히 원해서였다. 이 책도 많은 사람이 읽어 보길 바란다. 꼭 사지 않더라도 서점 한 귀퉁이에서 몇 페이지를 읽으며 마음의 안식을 찾기를 바란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나는 법정 스님을 마음 속 깊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내 나약한 영혼이 흔들거릴 때, 먼지가 낄 때, 내 안의 고독에 휩싸여 위험해질 정도로 우울해질 때 나는 이 책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