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침을 삼켜 가며 읽게 되는 맛있는 책

까마귀네 빵집
가코 사토시 글 그림, 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 고슴도치 / 2002년 11월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4세, 5세였을 때 사 주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책이다.  아마 우리 애들이 식탐이 많고 특히 평소 잘 안 사주기 때문에 더 이끌리는 빵의 마력 때문인 것 같다.

까마귀네 빵집은 엄청 붐비는 빵집이다.  그곳에는 어느 빵집에서도 만날 수 없는 신기하고 재미난 빵들이 다 있다. 칫솔빵, 눈사람빵, 가마솥빵, 헬리콥터빵, 톱빵, 공룡빵, 산호초빵 등등. 갖가지 물건들을 모티브로 한 신기한 빵들이 그려진 페이지를 만나면 아이들은 침을 꼴깍 꼴깍 삼키고 먹고 싶은 빵들을 가리키느라 두 개의 집게손가락들이 바빠지고 엄마랑 눈을 맞추며 웃느라 페이지를 넘길 줄 모른다.

근데 원래부터 이 빵집이 이렇게 유명하고 장사가 잘 되었냐 하면 그렇지 않다.  까마귀네 빵집에 아기 새 네 마리가 태어나면서 육아에 치인 엄마, 아빠 까마귀가 빵집관리에 소홀히 하면서는 점점 손님이 줄었었다.

그 아기 새 이름은 초콜릿, 토마토, 레몬, 흰떡이.

아이들은 이 이름들만 읽어도 싱글벙글 웃으며 재밌어 한다. 이 책의 작가는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표정을 잘 살린 단순하고 담백한 그림이 글의 내용을 살려 준다.

 어느 날 가난한 아기 새들이 반쯤 탄 빵을 맛있게 먹고 있는 걸 보고 다른 새끼 까마귀들이 내일 빵을 사러 오겠다고 하고 그 말을 들은 식구들은 모두 힘을 합쳐 반죽을 하고 빵모양을 만들고 빵을 굽게 된다.

짠짜잔. 가족이 힘을 합쳐 만든 빵은 평범한 빵이지만 맛있고 윤기나게 보였다. "엄마, 엄마는 어느 빵이 가장 맛있게 보여요? 난 이거. 도넛 같이 생긴거요." "난 쵸콜릿 빵처럼 생긴 거." 조용히 듣고 있던 아이들이 다시 눈을 반짝인다.

더 싼 빵, 더 깨끗한 가게, 더 많은 빵 종류 등 친구들이 한 두마디 빵집에 대해 건넨 말을 듣고 식구들은 또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세상에 둘도 없는 창의적인 빵들이 생겨나고 새끼 까마귀들이 아침부터 빵집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어른들은 무슨 소동이 난 줄 알고 너도나도 달려가고 급기야 소방서, 경찰기동대., 구급차, 할머니, 아기업은 새댁, 커피잔 든 아주머니, 기자들 등등 온갖 까마귀들이 총 출동한다.

이 흥분된 사람들의 소동을 보며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다시 또 즐거워한다.  수십 마리의 다양한 까마귀들이 나오는 걸 보며 다시 그림 구경에 얼이 빠진다.

이 동화책은 '빵'을 소재로 하여 긴박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술술 읽히고 여러 까마귀들의 다양한 표정을 구경하는 것만 해도 책을 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다만, 한 번 읽으면 시간을 좀 투자해야 하고, 다 읽은 후 아이들이 입맛 다시는 것을 보며 못 본 척 외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추천하고 싶다. 5세부터 7세까지 나이에 맞춰 적절히 읽어 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