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달팽이 > 놀이치료-나는 나를 사랑해요
딥스 - 어린이 교육학 시리즈
버지니아 M. 액슬린 지음, 참교육가이드 옮김 / 산수야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먹구름이 몰려오고 어둡고 두껍게 깔린 구름 사이로 괴성이 터져나오면서 빗줄기는 떨어진다. 큰 바람과 함께 대지를 뒤덮는 비바람이 지나간 후 우리는 뿌리뽑힌 나무도 보고 물에 잠긴 마을도 본다. 산사태로 파묻힌 집 앞에서 통곡하는 사람들과, 강물에 떠내려가는 가축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모든 생명들을 보며 그것을 우리는 '자연 재해'라고 이름붙인다. 하지만 그 자연 재해 뒤의 맑은 공기와 명징한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 그 자리에 놓여 있다. 물감보다도 파란 하늘 위로 햇살이 밝게 비추면 세상은 다시 생명의 활기로 가득찬다.

  그것은 먹구름이 대지위에 수많은 비와 바람을 뿌린 뒤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의 좌절과 슬픔도 때로는 살아가는 힘이 됨을 안다. 하지만 그 좌절과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는 여린 싹일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비바람이 생명의 뿌리를 잘라내게 될런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갈 때 조심해야 하는 것도 이런 것이다.

  딥스는 총명하고 높은 지능을 가진 아이지만 출생을 바라지 않았던 부모로부터 받은 무관심과 질시 냉정과 분노로 인해 마음의 깊은 상처를 갖고 자신을 마음 속의 어두운 방안에 가두어 둔 아이이다.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람들과 교류하지 못하면서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반응들로만 가득찬 아이의 마음을 열어주는 것은 놀이치료방이었다. 한 세심하고 배려깊은 심리학자와 아이의 만남은 이 놀이방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아이가 최대한 스스로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이를 통해 자신을 치료해나가도록 도와준다. 이 때 그녀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자신에게 의존하지 않게끔 그래서 스스로 독립심을 가지게끔 과도한 관심과 표현을 삼간다.

  사실 심리적으로 상처받은 아이를 치료할 때 중요한 것은 심리적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부모와 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좋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마음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여도 관계에 있어서 개선이 나타나지 않을 때면 심리치료가 별로 효과를 거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는 영혼을 가지기까지 부모의 역할과 주변 관계인물의 행동과 반응이 중요한 것이 아동의 심리치료이다.

  놀이와 치료를 함께 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있어 그것이 치료라는 형식과 마음의 부담을 걷어주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럽게 진행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그런 면에서는 어른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서발달과 지능발달의 불균형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치유되지 못한 부정적인 면들과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마음의 능력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런 치유를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의 개발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준다.

  거센 비바람이 불고 지나간 자리에 생명의 밑동이 뿌리채 뽑힌 여린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외부적인 자극에 대해서는 조그만 보호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서와 전인적 성장이 형성되고 있는 아동들에게 있어 그 안전지대는 우선 그들의 부모이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속의 딥스를 보게도 해주지만 지금 우리 손에 의해 길러지고 있는 아이들의 안전한 놀이방 역할을 바로 부모가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처를 안고 자라는 아이들이 가장 우선 해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걷어내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나를 사랑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이미 그의 정신적인 상처가 치유되었음을 말해준다. 이 책을 보고 나는 우리가 우선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아이들도 그렇게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오는 은행나무길을 걸으며 아들녀석이 은행나무 하나 하나에게 말을 걸고 인사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너무 빨리 아이들의 세상인식을 한정시켜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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