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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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여성이 많아진 다는 것은 “밤낮으로 기르며 고생하는 애정의 헌신”이라는 (남성 저자들이 쓴) 어머니 클리셰를 조각조각 부숴나간다는 것 아닐까.
여성 작가들이 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서사에는 (당연히) 감사와 미안함도 있지만 두려움과 동일시, 애정과 증오가 뒤범벅 되어있고, 그 복잡함을 읽어내리는 나의 감정 역시 뒤죽박죽이 된다.
이 단정치 않은 글들이 좋았다. 소설의 뒤로 숨지 않는, 자신의 이야기만을 쓴다는 아니에르노의 고집은 “어머니”라는 존재(주제) 앞에서 더 고스란해지는 듯 했다.

(19) 이것은 쉽지 않은 시도이다. 내게 어머니는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어머니는 늘 거기 있었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여는 첫 행위는 시간의 관념에서 벗어난 이미지들 속에 어머니를 고정시키는 것(....) 그리고, 어머니가 등장하는 장면을 뒤죽박죽 떠올리는 것. 그렇게해서 내가 되찾게 되는 것은 내 상상이 만들어낸 여자, 며칠 전부터 내 꿈속에 나타나, 스릴러 영화에서처럼 팽팽한 긴장 속에서 다시 한 번 삶을 사는 나이 불명의 여자와 동일한 그 여자일 뿐이다.

(69)
스무 살 때까지 나 때문에 그녀가 늙는다고 생각했다.

(102)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건 아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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