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다리가 많이 달린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기다 스물스물 기어 다니는 것은 더욱더 좋아하지 않는다.ㅜㅜ
결론적으로 말하면 벌레라고 불리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내가 그런것을 보고 혐오스러워하고 징그럽다고 생각하면 아이들도 함께 그럴 것이기에...
그래서 내가 직접 만지지는 않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태연한척 호들갑 섞어 신기해하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그랬더니 지난 가을 할머니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다가 지렁이가 나오자 손으로 척척 만지는게 아닌가?
예전에는 징그럽다고 도망 다녔을텐데 어디서 그런 마음이 나온건지...
여하튼, 아이들을 위해서 집에서 물고기도 키우고, 작년 여름에 분양받은 달팽이도 아직 키우고 있다.
예전에 페이퍼를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여전히 한마리가 홀로이 자라고 있다.
마트에 짝꿍을 구해주러 가보았지만 쌍으로만 판매하고, 이미 우리집 달팽이가 너무 커져있어서
그 작은 아이들과 함께 잘 지낼지가 의문스러워 구입 보류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저께 우리집에 새 식구가 늘었다.
제목에서 말했듯이 누에~~~~
도심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줄 기회가 적은 탓에 책이라도 접해주려고 노력하는데, 마노아님 서재에서 <누에가 자라고 자라서>를 보고 바로 구입해줬다. 누에가 알에서 나와 나방이 되고 알을 낳는 과정까지 자세하게 이야기로 설명해 주는 재미난 책이다. 큰 아이는 신기해하며 재미나게 책을 보았는데 고맙게도(?)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누에기르기 셋트가 배달되어 온 것이다.
아이들은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날부터 누에는 언제 오는거냐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나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사실 그들에게 먹이주고 관리하는 것은 나의 몫이지 아이들은 바라만 보며 좋아라 할 것이기 때문이다.ㅜㅜ
그리고, 그저께 드이어 작은상자의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상자안의 작은 투명상자에 누에가 네 마리 들어있고, 누에의 먹이인 뽕잎이 한봉지, 누에의 집에 깔아주는 얇은 종이가 들어있다.

지금은 태어난지 14일 정도지난 4령누에의 상태로 크기는 4cm정도여서 봐줄만하다.^^

뚜껑을 열어보니 택배로 오는 사이에 잎사귀 하나를 모두 먹어치우고, 똥을 잔뜩 싸 놓은 상태...
그래서 바로 뽕잎을 한장 더 넣어주니 저렇게 열심히들 먹고 있다.

요것은 누에들의 먹이인 뽕잎~~~ 내 평생 뽕잎은 처음 본다. ㅎㅎ
누에들이 먹성이 좋다는데 이 정도면 얼마나 먹을 수 있는 양인지...
알에서 깬지 30일 정도 지나 고치를 짓는다는데, 그때까지 아직 15일 정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고... 그럼 저 뽕잎을 잘 보관했다 주어야할텐데 울집 냉장고에서 15일 동안 싱싱하게 잘 있을지도 걱정이네... 이럴땐 김치냉장고가 하나 있어주어야 하는건데... -.-;;;

우리집에서 하루를 보낸 녀석들인데 택배상자의 고통에서 벗어나서인지 식성도 더 좋아지고 활발하게 움직여 주신다. 저 많은 변들을 보면 얼마나 먹은지 알 수 있는 상태...

가끔은 자는건지 꼼짝않고 있을때가 있는데, 신기한건 머리를 코브라처럼 세우고 있다는거...
얘야~~~ 힘들텐데 고개는 내리고 자는게 어떻겠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나저나 지금은 작아서 봐줄만한데 나중에 커지면 저거 어쩌지? ㅜㅜ
아이는 잘 키워서 나방이 되면 짝짓기를 해서 알을 많이 낳아줄테니, 그때는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런걸 보여주는건 참 좋은 일이긴한데, 다리많고 스물스물 기어다니는 저들을 보고 있는 나는 괴롭단 말이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