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요가를 다녀오는 길에 언니네 들렸다.

가방이 무겁길래 언니네 두고 갔다가 들렸는데 느릿 느릿 왔더니만 10시 반이다... 10분이면 걸어올 거리를 마냥 걷다 보니 시간이 훌쩍...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이런 너무 운치있잖아..

사방에 고리를 걸어 만든 모기장집..

그 속에서 조카들이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다.

모기장을 보니 어렸을 때 우리집이 생각났다.

안방에 모기장을 치고 이불 밑으로 꼭꼭 집어 넣어 틈이 없게 하는게 모기장 치는 요령중의 하나.. 그런데 왜 모기장만 치면 화장실이 가고 싶고 물도 먹고 싶고... 모기장앞에 앉아 재빨리 열고 나가는 걸 연습 한 후에 후다닥...마음만 급하고 엄마가 모기들어 온다고 구박을 할라치면 굼뜬 내 동작이 한심해 보였던 적도 있다.

그런 모기장을 몇십년 만에 본다.

정말 우리 어렸을땐 모기향이나 뿌리는 약 대신 이렇게 모기장을 치고 잤는데...

우리조상들은 어떻게 모기장을 만들었을까?   

화학냄새 물씬나는 모기향도 싫고 뿌리고 난 뒤에 바닥이 미끄덩 거리는것 같아 스프레이형  싫어하는 난 왜 모기장 생각을 못했을까? 

이 좋은것을 두고... 이제 여름이 다 갔는데 아직 모기장을 팔까 모르겠다.

이제 나도 여름이면 모기장을 치고 자야겠다...... 캐노피처럼 침대 위 사방에 끈을 동여매서 모기장을 쳐 놓고 잠잘때 아이처럼 그 속으로 쏙 들어가 모기 안들어오게 끝을 야무지게 밀어 넣고... 그렇게 모기야 약오르지 하면서 자야 겠다.  한 여름 내내 모기장을 쳐놓고 산다고 누가 뭐랄 사람도 없고.. 밤새 모기에 뜯기느라 잠을 설칠 일도 없고...

왜왜 언니는 진작 모기장이 있다는걸 말 안했을까...나쁘다 울 언니..

어제 저녁 그 모기장안으로 후다닥 들어가고 싶어 미치는줄 알았다..  내가 아주 어렸을때 큰오빠랑 작은오빠는 모기장을 치고 언니랑 나랑은 요 밑으로 길게 남은 모기장을 꼭꼭 여며넣어 모기가 들어 올 틈을 없애던 시절...그때는 그렇게 안방에서 다 잘 수 있었는데 ... 그 올망 졸망 하던 우리가 이렇게 훌쩍 커서 올망졸망하던 아이들을 둔 어른이 되다니...

모기장아 반갑다.. 내 오늘 너를 만나러 갈테니 기다려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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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9-1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기장... 내년엔 꼭 준비해야겠어요 ㅠ.ㅠ

야클 2005-09-1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기장 치면 좀 더운데... 그런데 그런 모기장을 '몇십년'만에 보신다면 도대체 인터라겐님 몇십년을 사신건지??? ^^

인터라겐 2005-09-1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야클님.. 정말 더운가요? 초딩때 봤으니...이십년은 훌쩍입니다요...

물만두님.. 오늘 마트에 갔는데 없어요.. 옥션에서 알아 봐야 할듯해요..

세실 2005-09-1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모기장은 공주들이 쓰는 모기장처럼 예쁘게 나왔어요~~
전 답답할 것 같아서 생각 안해봤는데 아이들은 좋아할 수도 있겠네요~~~

인터라겐 2005-09-11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모기장 치니깐 약냄새 걱정 안해도 되고 오히려 좋아요.. 재밌잖아요... 보림이랑 규환이도 좋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