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하체비만이라고 하지만 내가 결혼 전까지는 하체부실이라는 소릴 많이 들었다.
음 왜 하체부실 이냐면...
길가다가 그냥 픽... 돌부리에 걸려 넘어 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리가 휘청거리며 넘어 지는 거였다. 어렸을 때 엄마는 비실밥을 먹었나 왜 그렇게 넘어지냐면서 속상해도 하셨고 그래서 내 바지 무릎은 항상 덧대어 꿰매 입곤 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하체부실 때문에 일어난 사건 중에 너무 억울 한 게 있다.
중학교 1학년 체육시간.
뜀틀연습 중에 엎드려 발목을 잡고 있으면 뒷사람이 등을 짚고 넘어가는...
내 차례가 되어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는데 뒤에 오는 친구가 어찌나 힘이 센지 내 등을 누르고 뛰어 넘어 가려는 순간 내 하체는 휘청거리면서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당연 내 등을 짚고 넘으려던 친구도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고 코가 상당히 높았던 그 애는 쭈우욱.. 하얗고 예쁜 얼굴에 아주 큰 상처를 남겼다.
내가 넘어진 것도 아프고 눈물 나는데 친구 코에서 피가 나니 더 서러웠다. 아이들의 시선이 온통 나를 비난하는 것 같아서 ….
거기에 더해 양호실 갔다 오고 난 후 그 친구의 행동이 날 더 슬프게 했다.
너 일부러 그랬지?
설마 내가 일부러 그랬겠니?
그 애와 난 4살 때부터 친구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그리고 시간을 건너 뛰어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 되어 만났는데 설마 내가 일부러??
그 후 그 친구는 나만 보면 내 코 흉터 남은 거 보이지 부터 시작해서 내가 널 어떻게 잊니.. 내 코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하면서 줄기차게 얘길 했다.
졸업하고 소식이 끊어 질 때 쯤 더 이상 그런 소리 안 들어도 되는구나 싶어 좋았는데...헐 그 넘의 도토리 월드..
그 친구가 다른 친구 집에 들려 들려 내게로 왔다.
역시나 20년도 넘게 흐른 지금 내 방명록 귓속말에 남긴 얘기 한마디.
이게 얼마만이니.. 설마 나 잊은 건 아니지? 왜 중학교 때 너 때문에 내 코 다 갈았잖아.. 기억하지?
으으으...
4살 때부터 친구이다 보니 그 애 엄마랑 울 엄마랑도 친하고 다 엮이고 엮여 있는데... 20년이 넘는 동안 연락이 안 닿았다는 건 내가 널 피한 거라구...
그런데 이제 와서 또 또 또...
나도 도토리 월드 문 닫아야 하나....아 못산다 못살아.
하체부실이 불러온 재앙이다...
늘 미안해 하곤 있었지만 이제 그래서 어쩌라구 하면서 배짱튕겨보고 싶다.... 그 때 후시딘이나 마데카솔이 나왔더라면... 얼마난 좋았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