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늘 엄마가 불만이었다..

엄마는 남들처럼 옷도 잘해 입지도 않고 외식 한 번 없이...  오로지 움켜쥐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 오신 분이었고 무슨 말을 하면 너희도 나중에 자식 키우면서 살아보면 알것이다라고만 하셨는데 솔직히 어린 나이의  언니 눈에는 엄마가 고지식하고 답답한 존재로 여겨져서 입만 벌리면 그래 난 적어도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꺼야...를 외쳤다.

물론 그 부분에 있어 나도 동감했다.. 엄마는 왜 이렇게 사신데요?

세월이 흘렀고 이제 언니는 엄마가 겪었던 길을 고스란히 가고 있다.

울엄마가 2남2녀를 두었다면 언니는 2녀1남..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엄마처럼 움켜쥐고 살 수 밖에 없어 진다고 한다.. 하루 하루 아이들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한정없고 수입은 뻔하고.. 남들 하는 것처럼 하고 살다가는 아이 셋 데리고 길거리 나 앉는 수 밖에 더 있겠냐고..

어제 저녁 조카들이 갈비가 먹고 싶은데 엄마가 안사준다고...노랠 해서 퇴근 시간에 맞춰 내려 오라고 했다.  조카말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모네는 아이들도 없는데 이모랑 이모부가 버니깐 아빠 혼자서 돈벌어 오는 우리 보다는 부자 아니냐고 ...그러니깐 이모가 사줘야 한단다.

친정엄마도 모시고 내려 오라고 하곤 음식점에 들어서니 언니네가 먼저 도착해서 고기를 시켜놓고 굽고 있다.

헉헉...  엄마는 아직 안내려오셨는데 고기 3인분이 벌써 게눈 감추듯 없어진다... 언니네 딸내미 둘이 3인분을 후다닥 해치우더니 엄마 이제 나가서 놀께요 하면서 나간다.

엄마가 오시고.. 1인분을 더 시켰다.. 이집이 1인분이 양이 상당히 많기는 한데 어른 셋이서 1인분??  돈 걱정은 마시고 더 드시라고 해도 배불러서 못드신다니... 정말인지 거짓말인지모른겠다... 언니나 엄마나 내가 돈쓰는게 많이 미안한 것 같다.    내가 벌 수 있을때까지라고.. 나중에 외벌이 하면 나도 돈생각해서 안살꺼니깐 걱정말고 드시라고 해도 한사코 마다한다.

일단 아이들이 없으니 먹는데 술렁 술렁하니 여유롭게 잘 넘어는 간다.

언니 말이.." 엄마 어떻게 넷을 키웠데요... 나 엄마처럼 안 산다고 자신했는데 똑같아 지는 거 있지.."언니의 쓴웃음 묻어나는 소리에 엄마가 " 그래도 니가 이렇게 사니깐 애들 데리고 집 한칸 장만 하고 사는거지.. 다 안다.. 그런데 아직 멀었어.... 이제 좀 더 있으면 한 번 더 고비가 오니깐 잘 이겨내야지.."

언니와 엄마의 대화는 너는 모른다... 이게 얼마나 힘든건지 아니 하는 동병상련의 길을 위로 하는것 같다.

엄마 입을 채우기엔 고만고만하게 달린 새끼들이 눈에 밟혀 정작 나는 먹었다 하면서 손사례치게 만드는 행동은 오랜 시간 몸에 베인 것이리라.   여기서 한 점 덜 먹으면 과일 한쪽이라도 더 먹일텐데 하는 마음...

고깃집을 나오니 조카들이 내게 칭칭 감겨 든다.

이모...내가 커서 돈 벌면 이모 명품으로 3벌 사줄께...

니가 명품이 뭔지나 아냐?

그게 뭔데? 

명품은 가방 하나도 80만원도 넘는데.. 티셔츠 한장도 수십만원이고.. 너 십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줄 알어?

음 그러면... 내가 ...할 말이 없어 지나 보다...

그런데 너 돈 벌면 이모한테 카드 만들어 준다면서?  그건 어찌 된건데?

엄마가 그러는데 카드는 쓰면 안된다던데...

이것들아.. 고기 사줬다고 이모한테 잘 할 생각말고 너네 때문에 고기 한점도 못먹는 니네 엄마한테나 잘 할 생각하라구...

 

아이 셋을 키우면서 언니는 엄마랑 똑같아 지고 있다... 사는게 힘들어 질땐 때로 아이들에게 화풀이도 하고 (이게 옳은게 아닌 줄은 아는데 쉽지가  않다고...)   억척스레 살림 꾸려가면서 그렇게 그렇게 엄마랑 닮은꼴이 되어 가고 있다.

조카들도 크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 주려나?   니들이 싫어서 화를 내는게 아니라고...

엄마의 삶이 너무 답답하고 융통성이 없어 보였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우린 엄마에게서 배운게 너무도 많다.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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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3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점점 부모세대보다 못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죠. 더 잘할 줄 알았었는데 말이죠... 그 어려운 시대를 잘 살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로그인 2005-08-3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쇠고기 장조림을 했는데 엄마가 고기 드시는 걸 처음보고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아, 우리 엄마도 고추나 간장말고 고기를 드시고 싶으셨겠구나,하고요. 지금 저도 고기는 안먹고 애들 줍니다. 짝짝 벌어지는 새주둥이같은 입을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고요....나 참....

인터라겐 2005-08-3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그래요 더 잘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부모님세대처럼 치열하게 사신 분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시대가 온게 제일 슬퍼요..

별사탕님.. 제가 어렸을때 늘 입에 달고 살았던 한마디.. "엄마 아 해봐.. 뭐 먹어" 이게 자꾸 걸리는거 있지요.. 엄마가 그냥 입만 우물우물 거려도 아 해봐 소릴 했으니.. 나중에 현빈이랑 현서가 별사탕님 마음을 알아줄까 몰라요...^^

2005-08-31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5-08-3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되나 봅니다. 저도 친정 엄마가 너무 자식들 해달라는 거 다 해주면서 결국 빚만 늘어나게 되는 거 보고 나는 안 그러고 살아야지 했거든요. 빚잔치 하시느라 워낙 돈에 치여서 고생하시는 걸 늘 봐서인지 돈은 되도록이면 덜 쓸려고 하는 편인데 그래도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거 생각하면 무슨 음식이든 내 입에 들어가질 않네요.

세실 2005-08-3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아깝지 않은데, 제 꺼 살때는 한번 더 망설이게 됩니다.
아이들이 잘 먹으면 그저 고맙고, 기분이 좋아져요.
조금씩 부모님의 심정을 알아갑니다.

로드무비 2005-08-3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껴요.
엄마의 심통스런 모습을 그대로 닮은 나를...가끔 어느 순간!
인터라겐님 언니분은 정말 알뜰하시군요.
전 아직 모든 게 제 위주에요.^^;;;

비로그인 2005-08-3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호탕한 가시장미 왔어요. ^-^; 흠. 저도 사실 그런 생각하면서 살아왔어요.
엄마처럼 살지 않으리라. 모든것을 헌신하고 자식을 위해 자신의 행복까지 포기하고
불행을 감수하는 삶. 그것은 비록 지독한 아픔일지라도 우리를 보면서 참으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곤했죠. 어머니들..의 모습....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나봅니다. 그래서 왠지 전 어머니가 되고 싶지 않아요.
좋은 어머니가 될 자신이 없구요. 흠... 그래도. 언젠가는 어머니가 되겠죠?! -_-a
언니. 그래도 가족이 있으니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인터라겐 2005-09-0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님.. 그런일이... 전 이곳만큼은 제 개인적인 공간이라 생각해서 친구들에게 다 비밀로 했어요.. 어쩔땐 혹시 들키는거 아냐 하는 그런 불안감도 없진않지만... 잘 해결되면 좋겠어요. ^^ 자주 뵈야죠... 잘 될꺼라고 믿습니다...

가시장미...오 호탕한 장미...잘 할것 같은데 엄살아녀?

로드무비님.. 언니가 나름대로 억척을 떠는데 쉽지는 않아요.. 전요 로드무비님 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분이 좋아요... ^^ 진짜로요.. 친구들이 너무 아이한테 집착하는걸 보면 어쩔땐 안타깝거든요..

세실님..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이죠 뭐.. 자식 입에 들어가는건 보기만 해도 흐뭇한게... 부모님도 그렇게 키워 주셨는데 우찌 자꾸만 뒤로 밀리시나 속상해요..^^

아영엄마님.. 그게 제일 안타까운것 같아요.. 자식을 위해 희생을 하다가 정작 부모님은 하고싶은거 제대로 못하시게 되는거요.. 우리들의 꿈이 있듯이 부모님도 꿈이 있으셨을텐데.... 아영엄마님.. 그래도 님은 많이 드셔야 해요.. ^^

속삭여주신님.. 전 이모가 없었는데 울 조카들 이모 잘 만난거겠죠? ㅎㅎ 엄마는 그림움의 대상인가봐요...짠한게..

줄리 2005-09-0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의 엄마들뿐이겠습니까? 여기 엄마들도 애들 사랑 참 극진하더이다. 특히 아빠없이 애만 키우는 엄마들 보면 초인인가 싶을 정도로 살더라구요. 저두 세상의 모든 엄마들 존경해요....

인터라겐 2005-09-0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나 다 같은 풍경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