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네 집은 지은지 36년 정도 되었다.. . 내가 중학교때  전체적인 개보수를 했으니 그때부터 따지면 20년정도...

3층집 사이에 꼴롱 빠져있는 단층집... 그래도 난 우리집이 좋다... 그곳은 내가 태어난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 안방문을 열면 고 모퉁이가 바로 내가 세상의 빛을 본 자리인것이다.

병원도 아닌 조산소도 아닌 그렇게 집에서 태어난 나는 유독 집에 대한 정이 두텁다고나 할까.. 이집이 팔리지도 헐리지도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동네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서 심심찮게 조합설립을 한다는등 어쩐다는등 하면서 술렁인다.

그런데 큰조카가 어른들 얘길 듣더니 엄마 나는 아파트 싫어요.. 그냥 살면 안될까요?  아파트 지으면 어쩔수 없이 이사가야해.... 그건 여러사람이 어울려서 하는거니깐 우리만 안한다고 할 수 없지...

엄마 그럼 난 할머니네 가서 살래요...  할머니네도 우리집이랑 엎어지면 코닿을곳인데 거기도 마찬가지야... 그러자 울먹이는 우리 조카...

할머니... 그냥 우리 여기서 이렇게 살면 좋겠어요... 얘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네...

재개발이란 이름아래 벌써 우리 동네의 지도도 많이 바뀌었다.. 저 산너머에 있넌 허술한 집들이 다 헐리고 고층아파트가 들어서서 시야를 꽉 가려 버리는.. 그런데 이제 그 바로 아랫동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주변이 다 아파트가 되고 그 역사를 간직한 학교도 헐리고 새로 지어질꺼라고 한다...

아파트 조합에서 학교 때문에 도로내는데 문제 있고 하니 학교를 지어 준다는 조건하에 안쪽으로 쑥 들어가고... 그만큼 길이 넓어 진다는 얘기다.   

이렇게 하나 둘 내가 간직한 추억들이 훼손 되려나 보다..

조카한테 재개발 되려면 10년도 넘게 걸리는데 니가 스물살 정도가 되면 아파트도 좋아질꺼야... 그러자 조카가 뜬금없이  할머니... 나 시집갈때 이 이불은 나줘야 해요...

아니 이런... 요것이.. 이건 내가 찜해둔 이불이란 말야...   이 이불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시집가기전 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불이었던것이다... 두툼하니 깔면 푹신하고 덮으면 그 무게가 지긋이 눌러줘서 기분좋게 잠을 청할 수 있는데.. 요 10살짜리가 벌써 그 맛을 알다니...

우리 엄마네 이불은 제대로 된 커버 하나 없다.. 하늘 거리는 프릴이 달린 예쁜 이불이 아닌 엄마가 여기 저기서 얻은 조각천으로 이어 만든 미끄덩 거리는 커버다... 그럼에도 이게 살에 달라 붙지도 않는다. 엄마말이 물실크라나... 취향이 독특한 조카랑 이모가 이불 한채 두고 싸우게 생겼다.

엄마 이건 내가 덮던 거니깐 내꺼야.. 이모... 지금은 내가 덮잖아 그러니깐 내꺼야..  요녀석들은 자기네 집 놔두고 꼭 엄마네 와서 잔다..

오리털 이불도 양털 이불도 다 싫다.. 묵직한 목화솜 이불이 좋다...

여름이면 그 위에 삼베조각 깔고 자면 푹신하면서 깔깔하니... 좋고..  겨울이면 따땃해서 좋고....

자꾸 시간이 갈수록 구닥다리 물건들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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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1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엄니는 저한테 이불꿰매기를 시키셨어요. 명절 직전이 큰일 치르는 때였죠. 그땐 이불들이 웬수같더니, 지금은 새록새록 그립네요. 아무래도 빠는 게 좀 힘들겠지만^^

인터라겐 2005-08-1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사탕님.. 지도 이불 호청 꿰매던 기억 있어요.. 다듬이돌로 두드리고 발로 밟고... 양쪽에 잡고 왼쪽 오른쪽 힘껏 당기면서 폈던 기억도 있구요.. 엄마들은 참 힘들게 사셨구나 하는 생각들어요.. 풀먹여 빳빳한 호청을 그리 애지중지 하셨으니....
그 빳빳하게 풀먹인 이불의 느낌이 기억납니다...

물만두 2005-08-1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중노동입니다 ㅠ.ㅠ 지금 울 엄마는 안하세요...

검둥개 2005-08-1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묵직한 목화솜 이블을 참 좋아했어요.
추억이란 결국은 머릿 속에만 남게 되는 건가봐요. 세상이 늘 변하니까. ^^

panda78 2005-08-17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묵직한 목화솜 이불이 지그시 눌러주는 그 감촉, 정말 좋아했는데요..
호청때문에 포기했어요. ;; 쩝..

엔리꼬 2005-08-1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가 아파트도 싫어하고 이불도 좋아하고, 진득하게 잘 키워봐요, 멋진 숙녀로 자랄 것 같아요..

sooninara 2005-08-1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가신 할머니가 손녀딸들 시집 갈때 쓴다고 목화솜을 장만해두어서..
결혼할때 그걸로 이불해서 가져왔습니다. 침대를 쓰니 자주 안쓰게 되네요.

클리오 2005-08-1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때 시댁에 비싸게 목화솜 이불을 해서 보냈는데, 저희가 가면 그 이불을 깔아주십니다. 정말 포근하고 보들해서 깔고덮으면 너무너무 행복해요... ^^

줄리 2005-08-17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점점 구닥다리 물건이 좋고 아주 어렸을때 먹었던, 분명 그때는 별로 좋아하지 않던 엄마가 좋아하셔서, 주면서 어째 이렇게 맛난걸 안먹냐 하시던 것들이 왜 이리 맛있어지는지 모르겠어요.

인터라겐 2005-08-18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우린 나이먹어 가고 있는 티를 내나봐요.. 흑흑.. 그런데 좋은걸 어떻해요..

클리오님.. 그쵸.. 침대에 비길게 못돼요.. 저두 나중에 보료깔고 살꺼예요...ㅎㅎㅎ
수니나라님.. 한번쯤 써보세요.. 그 느낌이 너무 좋으실것 같은데요..
서림님.. 잘 키우면 이불이 제게로 올까요???ㅎㅎㅎ 아무래도 할머니 할아버지랑 옆에서 같이 사니깐 아이들도 옛스러워 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해요...

판다님.. 지금은 저런 호청도 지퍼달아서 나온다네요..
새벽별을 보며님.. 담부턴 세탁기에 돌릴때 세탁망을 이용해 보세요. 그럼 레이스 같은거 안떨어지고도 세탁 가능해요..^^ 결혼할때 침대있는데 뭣하러 이불하냐고 가벼운 이불 몇채만 해왔는데 금침안해온게 가끔은 후회스러워요.. 그 포근한 감을 느끼고 싶을때가 종종 있거든요...
검정개님..다들 목화솜의 묵직함을 좋아라 하시는군요.. 머리속에만 남는다는게 속상할때도 있어요..
물만두님. 저희 엄마도 이젠 그냥 지퍼 달아서 쭉 쭉 여닫곤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