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인스턴트 식품을 무지 무지 싫어하신다..   왜냐면 젊은날 아빠 눈으로 본 공장들의 비위생적인것들에 대한 기억때문이라신다..

가끔 아빠 눈으로 본 얘길 듣자면 어묵도, 라면도,, 뭣하나 입맛댕기는것은 없다.

더불어 순대도 싫어하신다.. 남대문 시장 뒷골목에서 순대 만드는 모습을 본후 세상에서 제일 불결한 음식에 순대란 이름도 올려 놓으셨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엄마는 순대를 너무 좋아하신다.. 오소리감투는 따로 사다 드셔야 할정도로 ...

나도 순대를 좋아하지만 엄마만큼은 아니다..

아주 아주 어렸던 그 시절... 우리집은 한옥이었고.. 한옥집의 방문은 격자무늬 나무살에 창호지를 바른문이었다..

어느날.. 음 내가 학교 들어가기 전같은데 엄마가 많이 아프셨던 날이 있었다.

그날 저녁 아빠가 봉투를 하나 들고 들어오시더니 안방으로 들어가시면서 우릴 다 내 쫓는다.. 그러고 아빠도 나오시더니 밖에서 방문을 걸어 잠그셨다.. 외출할때만 걸어 두는 자물통으로다..

나는 너무궁금했고.. 아빠 그거 뭐야.. 봉투 하니깐 아빠가 머뭇거리면서 약이다...

이상한 느낌... 방문사이로 냄새는 솔솔.. 결국 언니랑 나랑 손가락으로 방문을 뚫고 쳐다 보았다.. 엄마는 방문을 등지고 앉아 뭔가를 허겁지겁...

지금 생각하면 참 마음 아픈 광경이다.. 생각하는것만으로 눈물나는..   고만 고만한 네녀석을 키우면서 몸살인데 순대가 얼마나 드시고 싶으셨으면 ... 나도 가끔 아플때 음식 생각이 간절해 지는데 그때면 엄마의 넓다란 등이 먼저 떠오른다..

잠시후 아빠가 방문을 땃고.. 나는 부리나케 들어가서 엄마 아해봐....   킁킁.. 이게 무슨 냄새야.. 엄마 약먹었다면서 아니지...

으앙 우리 엄마는 혼자서 맛있는거 먹는 나쁜 사람이래요... 하면서 정말 집이 떠나가라 울었던 적이 있다.

참 철없던 막내의 전형적인 모습....

가끔 순대 먹으면서 엄마 그때 왜그랬어... 하면 엄마가 야 너무 아프니깐 자식이고 뭐고 눈에 안들어 오더라.. 나먼저 살고보잔 생각만 들지...

우리 둘째 조카가 순대를 좋아한다... 순대를 사줄때 마다.. 이거 약인거 알지 하면 우리 조카..이게 무슨 약이야 한다..

그애들이 커서 할머니의 순대비화를 들으면 어떻게 말할까?

언니도 그 사건은 정말이지 충격 그자체였다고 한다.. 나랑 달리 옛일을 하나도 기억 못하는 언니도 이 사건만은 잊혀지지 않는다고..

오늘 저녁엔 엄마가 좋아하는 순대사면서 오소리감투나 많이 넣어 달라고 해서 가져가야 겠다..

 

지금도 우리 아빠 순대는 더러운 음식이란 생각엔 변함없으시다.. 가끔 순대 먹는 우릴 보면 냄새 난다고 가지고 나가서 먹으라고 하니깐.. 그런 아빠가 그 옛날 왜 순대를 사들고 들어 오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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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08-0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저도 엄마가 막내 낳고 산후조리하면서 드시던 쇠고기 미역국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뺏어먹던 기억이 납니다. 할머니한테 혼나가면서....

날개 2005-08-0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소리감투가 뭐예요? +.+

미설 2005-08-02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게 궁금..

인터라겐 2005-08-0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산후 조리할때 먹는 미역국은 보기만해도 맛나보이잖아요...
날개님.. 미설님...순대집에서 달라고 하면 주던데요.. 저두 맨날 들어도 잊어 버려요...다음에 살땐 꼭 물어봐 드릴께요..

줄리 2005-08-02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때는 순대를 별로 안좋아했었는데 요즘은 없어서 그런지 더 먹고 싶어요. 냉동순대마저 왜 그리 맛있는지... 저두 오소리감투가 뭔지 되게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