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상처를 들어 내려니 아프긴 하지만 이렇게 라도 털어 버리면 좋으련만...

중학교 1학년... 무용선생님... 정말 우리학교 무용실은 얼음장같다... 시멘트 바닥 그대로에 난방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

그런데 위에는 체육복 상의를 입고 아래는 검정스타킹에 짧은 검정 랩스커트 하나.. 그리고 무용신발하나 이게 다다.. 한겨울 이러구 무용을 하다 보면 얼어 죽는다.. 앉아 있기도 힘들고...

워낙에 추위를 못참는 나는 (어려서 다리를 데였을때 살이 한꺼풀 다 벗겨져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살이 다 터서 피가 난다...) 결국 속에다 내복을 입고 스타킹을 신었다..   그런데 가만히 서있을땐 표가 안났는데 앉으면 무릎쪽에 티가  팍 난다..

그런데 무용선생님이 나를 부르더니 막대기로 무릎을 톡톡거리면서 때려주는거다.. 그러면서 너 혼자 얼어 죽니 어쩌니 하면서 수업이 끝날때까지 못살게 굴었다.. 너무억울해서 이래 저래 해서 입었다고 사정을 얘기했지만 그래서 그래서 하면서 끝까지 못살게 굴었다.. 어찌나 얄밉고 밉던지.. 더 얄미웠던건 우리조 아이들 점수를 다 깍아 버렸다는거다.. 나 하나 때문에 친구들은 괜찮아 라고 말은 했지만 이건 내가 살면서 지울수없는 짐이 되었었다...  친구들은 내 사정을 아니깐 이해를 해주었지만 10점이 어딘데...

중학교 2학년...

수학선생님... 예전에 이분에 대해 어느분의 서재에 댓글을 단적이 있다.

난 이여자를 용서할 생각이 없다.  그런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곤 별 수 없네 그렇게 못되게 굴더니 하면서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을 가졌었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그녀를 용서할 생각이 없다..

그녀라고 하는것은 선생님으로서 존경받을 가치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사건은 수학시간에 쪽지 시험을 봤다...  뭐 시험을 보고 나면 으레 그렇듯 아이들은 여기 저기서 어으 소릴 질렀고...그렇게 시간이 끝나는가 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수업종을 치고 나갔다가 바로 들어와서는공포 분위기를 잡는다..

야 방금전에 욕한 애 나와.. 누가 에이씨 하면서 욕한거야...

아이들은 이 뜬금없는 반응에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애들 화장실도 못가게 하면서 안나오면 끝까지 색출한다는등 그러면서 투표를 했다.. 욕한애를 적어 내라고..

투표결과는 참 황당했다..

나를 포함해 5명인가가 나온것이다.. (한표라도 나온 애는 다 ...)

우리반 말썽쟁이 3명에 나랑 친한 윤정이 그리고 나...

이 결과가 너무 의외스러웠는데 그런 우릴 인간 이하 취급을 하면서 너희들 꼴은 보기도 싫으니 앞으로 내 수업에 들어오지 말라면서 그 다음 시간부터 우린 수업시작하면 복도에 나와서 무릎을 끓고 앉아 있어야 했다.

난 정말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그런 소린 입밖에 내본적도 없다고 했더니 그럼 니네 반 애들이 다 거짓말 쟁이냐... 

그여자가 화내는 이유가 더 황당하다.. 그날이 자기 생일인데 우리 때문에 기분을 망쳤다는것이다.

정말 너무 억울하고 억울해서 그날 수업이 다 끝날때까지 울었다... 몇시간을 울었던것 같다.. 살면서 이렇게 억울한일은 또 없을꺼라면서...

참 어의도 없지... 이후로 난 수학이란 과목에 흥미를 잃었다.. 그러면서 그래 너 두고 보자 ... 넌이제 선생도 아니다 하면서 무시했다..

나중에 내가 이렇게 우는걸 보고 어떤애가 알려줬다... 나를 싫어하던애가 내 이름을 적어 냈다고.. 여자애들 사이에선 흔히 있을 수 있었지만 역시 그애도 난 철저히 무시하면서 지웠다...

졸업후 길에서 그 여자를 만나면 나는 눈을 위아래 내리깔면서 째려보았다.. 그 여자랑 다른 선생님랑 같이 있는걸 보면 ***선생님 하면서 그 여자는 철저히 무시하고 선생님께만 인사를 드리곤 했었다..

그런데 얼마전 동창한테 그여자 소식을 들었다..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난 그여자가 죽은게 또 억울했다.. 그때일을 사과 받지 못해서...

있는집 애들한테 어머 우리 누구누구 하면서 없는집 애들 한테는 뭐 이딴게 다있어 하는 그 역겨움을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꺼다...이 여자에게 받은 손자국은  죽어서도 잊지 못할꺼다... (별사탕님께는 이렇게 가슴 아픈 얘길 한 사람들 용서해 주자고 말했지만 이 여자만은 정말 용서가 안된다.)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 86년 엄청난 태풍과 비바람으로 학교 앞마당 나무가 뿌리채 날라간 때가 있었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아이들 위험하다고 교실에 잡아 놓고 하나님 가라사대 놀이를 시켰다..

유치하게 웬 하나님 가라사대... 그런데 이 유치한 놀이에도 어김없이 틀리는 녀석은 나왔고 대부분 한 성적을 자랑하는 친구들이다..

선생님.. 야 너희들..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인간되는거 아니다.. 그러면서 틀린애들은 앞으로 나가서게임이 끝날때 까지 기다린다.. 그리곤 칠판에 머릴 박으면서 나는 왜 그럴까 예전엔 안그랬는데 외치라고 시키셨다... 우린 그걸 깔깔거리면서 좋아라 했다.. 맨날 공부 잘한다고 공부 공부 하던애들이 그러니 재밌고  나중에 그애들이 오기가 뻗쳐 열심히 하는걸 보니 재밌고..

마칠때면 선생님이 잊지 않고 덧붙여 주신말...

내가 너희들 자존심 뭉게려고 이러는거 아니다... 살다 보니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닐때가 있다.. 특히 상위권에 있다고 공부만 하는 녀석들을 보면 불쌍해 보인다... 공부도 좋지만 너희 나이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꼭 해봐라...

참 멋진 선생님이셨다... 그 선생님 아들이 이주일씨 딸이랑 한반이었다..어찌나 잘생겼던지.. 우리 선생님도 잘생긴편인데 그 아들은 정말 잘생겼다.   (마음에 들면 너 내 며느리 삼는다 소릴 자주 하셨다.. 결론은 우리 아들이 눈이 높아서 였지만...)

고등학교 입시 원서 쓸때도 다른 선생님처럼 성의 없이 써주지 않으셨고 덕분에 우리반에선 낙오자가 한명도 없었다..연합고사 성적이 발표 된후 소집일날 교실에 들어오는 애들 한명 한명을 보시면서 저자식 그렇게 우기더니 거봐라 인문계 가라니깐 고집은 하시면서 진정으로 가슴 아파 해 주셨다.

그러면서 너희들 인문계가 별거 있는줄 아냐.....오히려 상고가서 은행에 취직하는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하면서 길에서 친구들 만나면 어느 학교에 갔는냐를 따지지 말고 반갑게 인사해야 한다고 하셨다. 

여학교에서 오랜동안 계시다 보니 그런것들을 잘 알고 계셨나 보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학교는 사립이다 보니 선생님이 바뀌지 않았다.. 요즘도 출근길에 선생님들을 자주 뵙는다.. 이제 많이 늙으셨네 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중2때 한문 임시교사로 오셨던 선생님.. 내 연습장 가져가서 잘 살고 계실까 몰라...  당시 전영록이 결혼을 했고 우리반 친구가 직접가서 찍어온 사진을 내게 준적이 있다..

물론 내 연습장 노트는 앞뒤 사진 붙일 수 있는 공간은 다 전영록 사진이었는데 한문숙제해서 냈던 연습장은 특히나 결혼식 사진으로 뒤덮은 정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였다..

그런데 다른애들 노토는 다 돌아 오는데 내것만 안온다... 돌려 달라고 그리 때를 썼는데 선생님이 한권 새로 사주시면서 그건 잊어라...

헉... 남** 선생님... 저 아직도 안 잊었다구요...흥~

 

우리 학교 오셨던 교생선생님들도 생각난다..

교생실습 마치던날 아이들에게 하나 하나 리본을 직접 묶어 만든 편지를 나눠 주던... 내가 이유없이 미워했던.. (실은 수학선생님이랑 좀 닮아서 ...) 그 교생선생님이.. 나는 니가 좋은데 왜 날 싫어할까 하면서 긴 장문의 편지와 자신의 집 주소를 적어 주었다.. 내 마음이 풀리면 편지 한통 해 달라고...

어찌나 미안했던지.. 이후로 그 교생선생님과 오랜 시간 편지를 주고 받다가 그 선생님 졸업하고 시험준비한다고 하면서 연락이 끊어졌다..

길고 길었던 내 학창시절은 미워했던 마음을 갖고 산 시간이 길었나 보다.

내 성적표를 들여다 보면 수학점수가 엉망진창이다..

그 여자 하나 잘못 만나선....

 

내가 살면서 가장 큰 상처를 받았다면 중2 수학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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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5-07-2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런 기억들은 정말 잊혀지지않죠...자기 기분 안좋다고 아이들에게 화풀이하는 그런 선생들이 왜그렇게 많은가 몰라요, 그럴땐 차라리 무관심한 선생들이 나아보여요...그래도 알라딘에 계시는 선생님들은 다 좋으셔서 예전보다는 선생님들에대한 선입견이 많이 좋아졌어요^^

엔리꼬 2005-07-2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학교때 존경할 만한 분을 못만났어요... 다 늙은 수학선생은 앞에 애들 불러놓고 문제 풀게 하고, 답이 틀리면 30cm 자로 뺨을 딱 하니 때렸어요.. 그런데, 공부 잘했거나 임원을 하고 있는 학생은 앞으로 불러내지도 않았어요.. 어찌나 차별이 심한지... 요즘 선생들은 좀 나아졌을까요?

2005-07-27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7-28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글입니다.
한때는 저도 좋은 선생님덕분에 인생을 바로 살 수 있었고, 나쁜 선생님 덕분에..
적지 않은 방황과 시련의 시간을 보내야 했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 추억이지만
그땐 너무 큰 상처였던것 같아요. 전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서도.. 공교육의 교육..
방침이 너무도 혐오스러워서. 그길을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어찌어찌하여 제가 그직업에 발을 담그게 되었네요. 물론 사교육 쪽이지만요. ^-^
아이들을 보면 많인 생각을 하게됩니다. 작은 행동과 작은 표정과 작은 말한마디가.
그들에게 결코 작은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제 자신을 추스려야 하는 날이
너무도 많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하루하루가 그렇지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주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알고 있으며 제가 적어도 그들에게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겠죠. 님의 글을 읽고.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인터라겐님. 이웃이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앞으로 자주 올께요. ^-^
지금 창밖에 비가 아주 세차게 내리네요. 아주 시원한 새벽입니다. 넘 좋아요~

인터라겐 2005-07-2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 전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반반이예요.. 그렇게 미움받으면서 학교 생활 한것은 아닌데도 극과 극으로 기억되곤 해요.. 이곳에 계신 선생님들을 보면 그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생각하거든요...ㅎㅎㅎ 자기 기분에 맞춰 애들에게 화풀이 하는 선생님은 지구를 떠나거라~

서림님도 좋은 기억은 아니네요.. 왜 예전에 저런 선생님들이 많았을까요? 그런데 요즘도 저런 선생님 있어요.. 슬픈현실이지만요...

속삭여주신님.. 어렸을땐 누구나 이런 슬픈 기억이 있나봐요...아뉘.. 초저녁인데..얼큰~ ㅎㅎㅎ 갑자기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 그립네요..

가시장미님.. 좋은 선생님이 되실꺼예요.. 그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아이들을 휘둘르는 일만 하지마세요..ㅎㅎ 어련히 잘 하시겠지만요... 아니 이 시간까지 잠을 안주무셨단 말씀~ 존경스러워요.. 어제 저도 빗소리에 잠을 깼는데....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