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우리 엄마 얼마나 허무하셨을까?    우리 할머니 댁은 길동 이다... 우리 집 하고는 버스로 가면 1시간정도 (길이 막히니깐..) 자가용을 이용해도 빨리 가면 30분 아니면 40분 거리...

엄마는 가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위해 찰밥을 해선 우리가 출근할 때 같이 따라 나서신다.. 왜냐하면 울 남편회사 가는 길에 삼성동쯤에서 내려 드리면 엄마가 무거운 가방을 들고 정류장까지 안가도 되기 때문이고 내리는 자리에서 바로 버스를 타고 내리면 또 삼촌들이 마중을 나와 계시니 덜 고생하신다.

그런데 오늘이 토요일인걸 깜박하셨는지 이를 어쩌냐를 연발하시더니 내가 출근하는 길에 같이 가자고.. 정류장까지만... 그래서 엄마랑 나섰다.. 아니 뭐가 이리 많아... 무겁게...

그냥 찰밥 좀 하고 진순이 새끼 낳았으니 먹을 밥하고.. (아니 개밥까지 챙기다니...헉~) 지난번 니가 해다 준 감자전 얼린 것하고....

한 보따리나 되는데 이걸 어떻게 지고 갈려고 하니 괜찮다네.. 할머니한테 간다고 했는데 안가면 기다리셔서 안 된다며 부득 부득 그 무거운 가방을 메고 길을 나서신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두 대의 버스가 이어서 온다.. 나는 6411번을 타고 뒤에 온 361번은 엄마가 탔다. 내가 먼저 탔으니 엄마가 앉았는지 어쩐지도 궁금하고.. 계속 뒤를 돌아보니 안 보인다.. 그런데 이수교차로 즘에서 버스가 나란히 섰다...

다행히 엄마도 자리에 앉으셨네... 유리창을 두 개 사이에 두고 엄마가 손을 흔드신다...

손짓과 벙긋거리는 입모양으로 엄마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다.. 잘 갔다 오시라고 손을 흔들어 드리면서도 이내 무거운걸 짊어 메고 길을 나서는 엄마가 안쓰럽다..

84살의 울 외할머니....딸 하나 아들 넷을 두셨건만... 아들들이 다 지극하게 효도를 하고 있음에도 딸이 자주 안 오면 보고싶다고 전화하신다...  딸이란 이런 존재 인가보다...

엄마가 할머니한테 하는걸 보면서 나는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난 못할 것 같다.

왜?  난 찰밥 싫으니깐...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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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7-1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도 딸은 꼭 필요한 존재인것 같아요. 딸과 엄마는 나이들수록 친구가 되는 느낌.. (글고, 님도 효녀임에 틀림없어요. 예전에 시할머님댁에 치킨 배달주문한다는 얘기에 엄청 감동 받았었거든요..알고보니 님 어머니께서도 효녀시군요. 참 보기 좋습니다. ^^)

로드무비 2005-07-1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버스 창을 사이에 둔 모녀의 애끓는 눈인사.
인터라겐님은 착하고 예쁘고...너무 좋아요.^^

날개 2005-07-16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할것 같지만 하게 될거예요.. 결국 딸은 엄마를 보고 배우거든요..^^

인터라겐 2005-07-16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우차우님.. 전 차우차우님이 딸을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떤맘들은 딸이 좋잖아요 그러면 막 화내요.. 왜 그렇게 아들을 좋아하 라는건지...아들 소용없는데...

로드무비님... 기분 묘하더라구요... 엄마랑 손을 흔드는데... 찡한 뭔가가 스멀스멀올라왔어요... 전 안착해요...^^

날개님.. 저 찰밥 암먹는데도 엄마를 위해 할 수 있을까요???

세실 2005-07-17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은 엄마가 외할머니한테 하는것보다 더 잘해드리는 걸요.....
지금 사시는 모습만 보아도~ 친정엄마 모시고 잘 다니시잖아요~~~
저희 엄마는 딸내미랑 찜질방 가고 싶어하시는데...이 똘마니들 때문에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