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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평점 :
인간사가 만나고 사랑하고 시기.질투하고 원망하고 복수하고 배신하고 결별하는 등 그 인연의 길이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인간의 삶이 유한적이든 사랑도 유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남.녀간의 좋아함의 차이도 다르고 사랑이 익어가는 숙성도도 다르다.남자는 여성의 신체적 매력과 순간의 호기심에 이끌리는 경향이 많은 반면 여성은 남성이 갖고 있는 남성다움과 든든함에 이끌려 서서히 달아 오르는 것이 다르다면 다르지 않을까 한다.시대 및 의식,관념에 따라 남성과 여성이 상대방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만 내면의 목소리,내면의 본능의 작용을 살펴 보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본다.다만 경제적인 자립도와 능력이 요즘 시대의 남.녀간의 사랑,결혼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진짜 좋아하는 대상은 경제적인 능력이 최고 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연예를 오랫동안 해 보지도 못하고 결혼을 해버려 이렇다 할 진한 추억이 많지를 않다.결혼을 하면서 조금씩 알아 가고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화하려는 마음을 쓰려고 한다.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사랑을 나눌 줄 아는 것인지 무뚝뚝한 부모의 사랑을 받은 나는 아내나 아이들에게 살갑게 대하지를 못해 간혹 내 본모습이 아니게 낯설은 표정과 말투를 섞어 다가가기라도 하면 "왜,이래? 안하던 행동을 하고"하면서 핀잔을 준다.잔뜩 열이 오른 나는 그런 소리는 싸구려로 들린다.이때 만큼은 나는 이런 모습을 갖고 있었지만 오늘을 위해 애써 감추고 살아 왔다라고 호기를 부리기도 한다.그러면 잠깐 어색했던 분위기가 꾀꼬리 지저귀는 소리로 아내는 깔깔 웃어대고 옆에서 아이들도 수줍게 웃어 젖히기도 한다.진짜 사랑은 육체적인 사랑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아끼고 배려하고 챙겨 주는 데서 속깊은 정이 쌓아져 온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감지하게 된다.세월의 연륜이라고나 할까.
박수현작가의 <서가의 연인들>은 명작 속에 등장하는 남.녀간의 사랑의 이합집산을 잘 해설하고 있다.서서히 달아 오르는 사랑도 있고 불같이 활활 타오르는 정열적인 육체적 사랑도 있을 것이다.서서히 달아 오르는 사랑은 마음 속에 품은 사연과 기다린 욕망의 길이에 따라 사랑의 농밀함도 마음의 심연까지 더듬어 올라갈 것이다.이에 반해 불같이 활활 타오르는 정열적인 사랑은 남.녀간의 교합이 끝나는 상황과 같이 보글보글 끓어 오르는 비 속의 김치찌개와 같다.성행위가 멋지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남.녀간에는 차이가 크다.남성은 쉽게 흥분과 오르가즘이 사그라들고 여성은 사랑후에 오른 아련함과 아쉬운 감정이 남는다고 한다.남성이 사랑후에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여성의 감정을 무 자르듯 방금 전의 행위를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고 여성은 자신이 남성으로부터 사랑을 받고저 감정을 더욱 쓸어 내리고 애잔함을 나타낸다.이것은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진실한 사랑을 확인받고 싶다는 신호가 아닐까 한다.
아직 읽어 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아서 눈요기가 많이 되었다.<백년 동안의 고독>,<피아노 치는 여자>,<돈 끼호테>,<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잠자는 미녀> 등이 평소 귀에 익은 작품들인데 아직 읽어 보지를 못해 내내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기도 하다.이러한 작품들 속에는 남과 여의 사랑이 꿀처럼 단맛으로 가득찬 것이 아닌 말그대로 엘레지와 같은 경우가 많다.사랑의 꿈을 배반하는 현실에 쓰디쓴 입맛을 다시는 오래된 연인은 절망하면서 뇌기도 한다.사랑이 없는 것 아닐까,옛사람들의 거짓말 아닐까? 라고 사랑에 의혹을 갖기고 한다.그래서 사랑을 의심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이 바로 곁에 있음에도 남.녀는 사랑 없는 열사(熱沙)에 내던져져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 글은 2012년 5월부터 12월까지 <프레시안>에 '박수현의 연애 상담소'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토대로 쓴 글인데 연재물에 실은 내용을 더 추가하고 다듬었다고 한다.특이한 점은 연애 때문에 고민하고 고통받는 독자들을 싣고 있다고 한다.이 글을 읽고 나면 가상적 연인을 구상하고 사랑의 일대기,사랑의 성장담을 재구성해 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사랑에 빠지게 되면 사랑에 많은 것을 걸게 마련이다.목숨이라도 받칠 듯한 사랑의 미로 속에서 두려움,내적 분열,의심,불안,공격성,궁금증,고독,망상들,혼란,시련 등이 뒤따르기 마련이다.사랑에 목숨을 거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모할 수도 있어 심신을 고갈시킬 수도 있다.사랑도 자신의 체질과 상대에 따라 사랑이라는 작업의 경중을 잘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사랑을 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자신의 진실을 보여 주고 함께 인생의 파트너로서 오래 이어가도록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무척 중요한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랑하는 연애과정은 달콤하여 시간이 정지된 느낌일 것이다.이것이 결혼으로 이어진다면 연애과정 만큼은 정열과 광기와 같은 시절은 접고 현실로 돌아가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사랑은 비단 몸으로 하는 것을 주축으로 삼으면 쉽게 관계가 시들 것이다.상대를 진실로 배려하고 챙겨 주면서 마음과 마음으로 사랑을 교환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나이가 가르쳐 주고 있다.잠자리에 들 무렵 약간 몽롱하면서 꿈틀거리는 욕망이 섞인 시간에 남과 여는 육체적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내 안에 숨어 있는 욕망을 제대로 풀어 내고 상대의 기분을 잘 맞추어 줄 줄 아는 세심한 배려도 진정한 사랑으로 가는 길이다.밝은 지혜로써 인생의 비밀을 통찰하고 있는 멋진 소설 작품 속에는 연인들이 사랑의 언어를 잘 해설해 주고 있다.이러한 사랑을 음미해 보는 것도 멋진 인생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