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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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 있었을까.아마 신혼초기에서 첫아들을 보았을 때이고 주택은행에 주택부금을 넣으면서 청약1순위의 꿈을 실현하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절약했던 시기였을 것이다.비록 부금을 넣기 위해 급여의 절반 가량을 주택은행에 부었으니 신혼생활에서의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내일의 희망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으리라 생각되며 그 꿈이 실현되어 전세방을 전전긍긍하던 4~5간의 시간과 세월이 아련하기만 하다.일명 서울에서 문화주택이라고 불렸던 뱀모양의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연탄재 그리고 빨간 벽돌담과 빨간 기와지붕을 거쳐 좀 넓은 양옥집으로 옮겨 다니기도 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나보다 아내가 어려운 가정살림과 생활방식을 잘 참아 주었던 것이 고맙기만 하다.

 

 성글었던 인생의 나이테가 성글었던 것이 어느덧 빽빽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꿈많던 20대는 더디게 흘러 가다 30대가 되니 결혼과 집장만 그리고 사십대에 이르니 내게는 IMF라는 통증을 앓게 되면서 자유직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사십대에 자동차를 구입하여 고객의 니즈와 관리를 위해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응해 나갔던 시기이다.사십대 중반에 이르면서 노안과 신경쇠약증이 불청객으로 다가오면서 건강관리,인척간에 돈거래 등이 잘못되어 마음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게다가 경제위기와 함께 나이마저 적지 않아서인지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그래도 커가는 자식들과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많지 않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제2외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수입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집에서는 지청구만 늘어 놓으니 언제 좋은 날이 올려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삶의 길이가 길지 않은 유한적인 존재가 바로 인간인데 대부분이 각박하게 살아가고 있어 마치 경제적 동물로 비춰지고 정글의 법칙에서 살아 남기 위해 모두가 소리없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삶의 경험과 지혜를 쌓아 가면서 삶이 다하는 날까지 후회없이 살았노라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될지 회의심이 들 때도 많다.인생의 중턱을 넘어 지나온 시절을 되돌아 보면서 인격적으로나 소양면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를 되짚어 보게 하는 <화양연화>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날들을 돌이켜 보는 시간이 되어 주었는데 삶이 재미없고 팍팍하다고 느껴질수록 이러한 글들은 타성적이고 관성적인 나를 채찍질하고 격려해 주는 글들이 많아 정신적으로 감화도 되고 보다 나은 생존방식과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다져나가는 데에 무엇보다도 유익한 내용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남미의 전설 속의 여자인 차벨라 바르가스는 사랑했던 남자가 떠나 버린 후 그 사랑을 되찾기 위해 처절한 갈망과 슬픈 노래를 들려 주고 있는데 남녀간의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이고 인연이 안되었기에 실연의 아픔과 상처를 입었으리라 생각이 된다.그래도 그녀는 인생의 말년에 무대에 복귀하면서 인생의 정상과 밑바닥을 오갔던 격렸했던 시간을 담담하게 들려 주고 있어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되는 말임에 틀림없다.가장 아름다우면서도 해답이 없는 것이 누군가,무언가를 사랑하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 삶에는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다.오직 지금 여기뿐.지금이 내 시간이고 나는 내 나이에 맞게 산다.나는 두렵지 않다.죽음도,삶도,다른 어떤 것도." - 본문 -

 

 

 인간의 삶이 유한하기에 현재를 가장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을 한다.오래 사는 것이 최선이 아닌 비록 내일 삶의 종말이 올지라도 때론 열정적인 사랑으로 살아가고 때론 무덤덤하게 살아갈지라도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 속에서 생노병사라는 것을 담담하게 수용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도록 늘 기분을 다스리고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는 연습을 통해 삶은 보다 건강해지면서 침체되었던 삶이 보다 활기를 띠게 되리라 생각한다.삶의 불가사의,세상사의 부조리는 어느 사회에서나 있는 법이니 얼마 전에 읽었던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는 글처럼 자신의 내면을 충실하게 다스리면서 자신위주로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벗어나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 즉 따뜻한 배려와 존중의 정신을 스스로 연마하는 것이 삶의 지혜이고 건전한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을 한다.현실적으로는 경제적인 문제부터 건강,노후문제 등 고민하고 갈등하는 부분이 많겠지만 삶의 진정한 성취는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기꺼이 잃고 기쁘게 낮아지며 웃으며 비워가는 것이라고 하는데 감정의 기제 중에서 가장 상위단계이고 고귀한 부분이다.인간은 뭔가를 채우고 죽음까지 갖어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나 자신을 사랑하기'위해서는 갖은 만큼만 갖고 나머지는 버리고 비우고 나눠주려는 고귀한 정신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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