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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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욤 뮈소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남.녀 간의 로맨스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여느 로맨스와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목숨을 건 사랑이 주를 이루고,때론 지고지순하고 따뜻하게 남.녀 간의 체취가 남아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좋아한다.게다가 블록버스터 영화와 같이 숨막히는 공간적 분위기와 쫓기고 쫓기는등장인물들의 사생결단의 시간은 독자를 당연 매료시키고 만다.그래서인지 읽는 속도감과 흡인력은 어느 작품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다.게데가 내가 느낀 귀욤 뮈소의 작품의 특색이 천편일률적인 것은 아니지만 남과 여의 사랑,우정,배신이라는 3중주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번 『지금 이 순간』은 색다른 소재와 스토리 전개로 기욤 뮈소 작가의 색다른 면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그것은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의 행적을 들춰내면서 미스터리한 부분을 풀어내는 데에 있다.24방위 바람의 등대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24년의 시간여행을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과거 시간여행이라는 과정은 밝고 선명한 것이 아닌지라 다소 신비스럽고 미묘하게 다가오기도 했다.친부가 아니면서 친부로 알고 살아 온 아서 코스텔로는 어린 시절 프랑크 코스텔로 아버지에게 "인생에선 어느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는 말을 가슴에 안고 살아 왔다.세월이 흘러 아서는 의예과를 졸업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는데,프랑크 아버지에게 재산 상속을 받게 된다.그것은 가문의 소유인 24방위 바람의 등대였다.등대는 조부 설리반 코스텔로가 사들였지만 조부의 생사는 밝혀지지 않은 채 미궁에 빠져 있다.24방위 바람의 등대 지하실 벽면 안쪽의 철제문을 열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프랑크 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그런데 조부 설리반 코스텔로 할아버지는 블랙웰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생존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서는 조부를 정신병원에서 빼내게 된다.그리고 프랑스 아버지에게 상속으로 받은 24방위 바람의 등대의 비밀을 털어 놓게 된다.그 시기 아서는 배우이고 모델인 리자를 알게 된다.둘은 공모하여 조부를 정신병원에서 호흡을 맞춰 빼내는 데 성공하지만,아서는 병원경비원에서 흠신 두들겨 맞는다.남자와 여자는 육체적인 사랑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사랑이 중요할 때도 있다.아서와 리자는 만나는 회수가 늘어나면서 몸과 마음이 가까워지면서 풋풋한 육체적 사랑도 나누게 된다.둘의 사랑은 한몸이 되어 두 아이를 낳게 되는 기쁨을 안게 된다.한편 아서의 조부는 24시간 바람의 등대의 지하에 있는 철제문의 비밀을 하나 하나 밝혀 간다.조부 설리반이 말한 24년의 세월이 단 24일로 집약되었다.힘들고도 기뻤던 시기였다.조부에게 상처가 된 사랑과 운명의 얘기도 함께 들려 주었다.그리고 1990년대 초반부터 2015년까지의 지구촌의 주요 소식들을 곁들여 전해 주는 상큼한 뉴스도 빼놓을 수 없었다.

 

 스물 네 번째 시간여행을 끝내는 날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이 글은 24시간 바람의 등대의 진실과 두 남녀의 운명과도 같은 사랑이 지금 이 순간만이 최고(最高)라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실을 일깨워준다.일종의 '까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라는 문구가 상기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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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마운틴 스캔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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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스릴러의 아이콘으로 각인되는 카린 지에벨 작가의 색다른 작품을 맞이하게 되었다.『너는 모른다』와 『마리오네트의 고백』을 접하면서 카린 지에벨 작가만의 독특한 문체 스타일을 맛보게 되었다.위기 상황 속에서 인간의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게다가 남과 여라는 두 주인공들이 처해 있는 협소한 공간,막다른 상황에서 등장인물의 선택지 등은 독자의 마음을 아슬아슬케 하고 다음 신(Scene)의 예측을 불가케 하는 마력을 지녔다.

 

 코냑추리소설 대상 수상작인 『빅마운틴 스캔들』은 독특한 공간 설정과 특이한 직업의 소유자들을 등장인물로 내세우고 있다.산악 가이드인 남자 주인공 뱅상과 군인경찰대 소속의 여자 대원인 세르반이 일적으로 만나 사랑을 엮어 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들려 주고 있다.주무대인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은 카린 지에벨이 관리인으로 일했던 곳이라고 한다.이야기는 남.녀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 이야기가 전개되는 듯 하다 후반부에 이르러 음모와 살인이라는 수렁텅이로 빠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빠지게 된다.두 주인공은 과연 어떻게 될까.

 

 산악 가이드인 뱅상은 산악인들의 ,조난 구출 작업 등이 주 업무이다.뱅상은 함께 살던 아내 로르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 혼자가 된 몸이다.등산객들을 안내하고 외국 트레킹코스를 다녀 오기도 하는 뱅상은 콜마르 여행사 신참 직원 미리암을 알게 된다.뱅상은 육체적 사랑에 굶주리다 보니 어린 미리암을 탐하게 되고 미리암은 쉽게 뱅상에게 마음을 주고 만다.그런데 뱅상은 미리암과 길게 만나 사랑하고픈 생각이 없어 절교 선언을 한다.이에 미리암은 삶을 비관하여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만다.게다가 뱅상의 절친인 피에르마저 조난(遭難)을 당하게 된다.

 

 이야기는 지금부터다.심심풀이로 여성을 상대하는 뱅상은 미리암에게 상처를 주고 죽음까지 몰고 가고,신참 군인경찰대 세르반과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군인경찰대 조직 속으로 둘의 만남이 소리소문없이 퍼져 나간다.피에르는 조난을 당해 불여귀가 되었을까,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타살되었을까를 두고 수많은 억측이 난무한다.피에르는 국립공원 관리소 반장 망소니 부인 기슬렌과 염문이 파다하고,피에르는 딸 에믈린이 자신의 부도덕한 과오를 들켜버려 자살했던 것으로 가상한다.그런데 피에르 생전 망소니 반장,앙드레 시장(市長) 등과의 행정적 업무 트러블이 종종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앙드레 시장의 각종 비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망소니 반장에게 부담스럽게 비쳐지고,망소니 반장은 무마조 내지 반대급부로 금전적 뇌물을 수뢰하게 된다.이러한 정황,사실이 신부의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앙드레 시장은 자신의 부정적,부패 혐의가 세상에 들통나지 않도록 신부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여 죽이고 만다.

 

 한편 뱅상과 세르반은 산악 조난자 구출 작업을 함께 하면서 일심동체가 되고,마음은 점점 얼었던 물이 녹듯 평온하게 가까워진다.세르반에 대한 뱅상의 마음은 신뢰,존중,우정 이상의 것이었다.그런데 군인경찰대 하사관 베르톨리를 비롯 망소니 반장,앙드레 시장 패거리들은 뱅상과 세르반을 집중 추격한다.그들은 뱅상과 세르반을 낭떨어지에 떨어뜨려 실족사로 위장코자 한다.뱅상과 세르반 둘은 구생일생으로 극적 탈출한다.손에 땀이 나는 지경이 아닐 수가 없다.뱅상과 속칭 조폭에 가까운 현직 시장과 군인경찰대 하사관 등이 반병신이 되도록 두 주인공에게 총상을 입히지만 둘의 사랑만큼은 이기지를 못한다.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숨겨진 진실과 부정부패에 얽힌 사건을 은폐하고 파헤치려는 치열한 브레인 게임이 살아 있는 한 편의 드라마를 관람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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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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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세계 문학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중남미 문학은 많이 접하지를 못했다.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모두 20세기 남미를 빛낸 문학의 거장이다.그런데 20세기 중남미는 마약을 둘러싼 불안한 정정(政情)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되면서 사회를 위협하는 광기는 남미의 대중들을 혼란의 도가니로 빠뜨리고 말았다.그래서인지 중남미 문학의 그림자들도 밝은 영역보다는 음산하고 어두운 사회의 뒷모습을 잘 투영하고 있다.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의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은 지난 세기 콜롬비아 사회에 만연한 불안한 정정에 대한 주인공의 기억을 되살려 가는 소리없는 아우성이고 증언이라고 생각한다.주인공의 내면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동물원에서 하마가 도망치는 장면을 추적하는 비극적 분위기를 보면서 잠시 잊혀진 기억을 끄집어 내게 했던 단초였다.법학 교수이며 주인공인 안토니오는 자신보다 갑절의 연상인 파일럿 리카르도 라베르데와 함께 했던 짧은 시간을 끄집어 낸다.만남과 관계는 짧았지만 결과는 가슴을 후려치는 트라우마 이상이었다.그것은 리카르도 라베르데가 괴한에게 살해 당하고 주인공은 총탄의 상흔의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상황이다.

 

 개개인에게 좋지 않은 기억은 끄집어 내고 싶지 않다.잊으려 애를 쓰지만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이 뇌 신경의 그물망에 있다.안토니오 역시 마약 운반자였던 라베르데와의 아픈 기억을 씻으려 애를 썼겠지만 쉽게 잊히지 못하고 그의 삶을 깊은 나락으로 빠뜨리고 말았던 것이다.안토니오는 리베르데의 딸 마야를 만나게 되고,그녀가 건넨 녹음테이프를 들으면서 리베르데의 부인 일레인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남편 리베르데를 만나러 비행기 속에서의 팽팽했던 긴장과 공포의 기내 분위기를 소음이라는 말로 콜롬비아 불안한 정정을 명료하게 대변하고 있다.

 

 간헐적인 비명소리 또는 비명소리와 유사한 소리가 들린다.내가 포착할 수 없는 소음도 들리는데,그게 무슨 소음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사람  소리가 아닌 소음 또는 바로 그 사람이 내는 소음,소멸되는 생명들의 소음이지만 깨지는 물질의 소음이기도 하다.높은 곳에서 물건들이 떨어질 때 나는 소음,중단되었기 때문에 영원한 소음,결코 끝나지 않을 소음,그날 오후부터 내 머리에 계속해서 울리고 있으며 사라지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소음,내 기억에 항상 남아 있는 소음,횃대에 걸린 수건처럼 내 기억에 걸려 있는 소음이다. p110∼111

 

 잊은 듯 기억에도 없는 듯한 것들이 어떠한 연유로 다시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개인의 삶과 역사는 심계 항진증과 같이 쉼없이 두근두근 거린다.20세기 마약과 관련하여 마약 카르텔을 형성하고 사회를 불안케 했던 콜롬비아는 주인공 안토니오에게 죽을 때까지 잊히지 어려운 외상후 스트레스를 안겨 주었다.또한 안토니에겐 사랑하는 아내 아우라와 딸 레티시아가 있고,리베르데의 딸 마야와의 만남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리베르데의 아픈 삶의 이력을 인지하게 되었던 셈이다.마약 운반자이며 파일럿이었던 리베르데는 본연의 직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잘못된 길을 걸어 갔던 것이 결국 그의 집안을 몰락하게 만들었던 것이다.결국 이번 작품은 어느 사회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한 개인이 불안한 사회 구조 안에서 겪어야 했던 몸서리치는 기억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과 관련하여 시종일관 '세월호 침몰'을 연상하면서 읽어 갔다.희생 당한 개인 및 남은 자들의 깊고 쓰라린 아픔의 기억이 다시 몽실몽실 피어 오르고 있었다.한국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겪지는 않았어도 아픔과 상처는 모두 안고 있다.반면 정권 유지를 위한 일부 철면피로 일관하는 세력들은 불안하고 광기 서린 소음을 만들어 낸 자들에 지나지 않는다.콜롬비아 마약 거래의 카르텔과 광기,폭력과 세월호 침몰의 아픈 기억은 공통점이라면 정권을 휘두르는 자들에 맞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통절한 기억이 아우성으로 휘몰아치는 장면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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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놓아줄게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서정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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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동과 관련한 학대,살해 사건 및 사고가 빈번하기만 하다.자식 키우는 입장을 떠나 사회 치안이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마저 들어 불안하기만 하다.엊그제 타이베이시에서 발생한 아동 참수 사건은 경악을 넘어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어린 아이들이 맘껏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특히 힘있는 정치 권력자들이 입법시켜 사법이 살아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이번 『너를 놓아줄게』는 유아가 자동차에 치여 죽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난데없이 자동차 한 대가 나타난다.젖은 브레이크가 끼익 소리를 내자 다섯 살배기 소년이 쿵 하고 차창에 부딪혀 빙그르르 돌더니 땅에 내동댕이쳐진다.엄마는 아들을 쫓아 아직 멈춰 서지 않은 자동차 앞으로 달려간다.그러다 미끄러져 손바닥을 펼친 채 넘어진다.그 충격으로 숨이 막힌다.모든 것이 눈 깜짝할 새에 끝났다. p10

 

 이 작품은 영국 소설로 뺑소니 사건 이후 수사진의 수사 과정과 진범이라고 하는 자와 내연남의 독특한 심리 묘사가 펼쳐지고 있다.기동성과 휘발성 넘치는 분위기는 기대 안해도 된다.피해자인 제이콥의 어머니는 두드러진 역할은 없다.대신 경위이면서 사고 현장,피해자 어머니의 진술을 듣는 한편,경위의 부부 관계의 원만하지 않는 환경과 자녀들마저 나태한 모습 등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뺑소니 사건의 진범이라고 스스로 밝히는 자와 내연남과의 관계가 범상치 않게 흘러간다.왜 자신이 뺑소니 사건을 일으켰다고 자백했던 것일까.이러한 부분을 유심히 놓치지 않는다면 진범은 누구인가를 알아챌 수가 있다.

 

 경관 레이는 부하 여경 케이트와 가끔은 앙증맞는 스킨십을 주고 받는다.부부 관계가 삐걱하니 집보다는 밖에서 맴도는 꼴이다.설상가상 십대 후반에 있는 경위의 두 자녀들도 화기애애 없기는 마찬가지다.용수철과 같이 언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어린이의 행동반경은 다섯 살 제이콥에게 눈깜짝할 사이에 자동차에 치이고 어스름한 차도를 재빨리 도망치는 뺑소리 차량 번호마저 눈여겨 볼 틈도 없었다.그리고 스스로 범인이라고 자처하는 자는 해변가 오두막에 은신하면서 또 다른 사람과 사랑을 엮어 나간다.또한 움츠려지고 음울한 마음도 조금씩 누그러지게 되면서 마음을 열게 된다.그 사람에겐 사건 당시 이전을 거슬러 살아온 깊은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이것을 기회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되고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과연 진범이라고 자처하는 자가 어린이 제이콥을 치여 죽게 했을까.

 

 업무상 호흡을 잘 맞추는 레이와 케이트 경관,뺑소니 범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과 그 사람의 인생 전력(前歷)을 접하면서 사람의 심리를 이리 저리 뒤흔들게 하는 멋진 작품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스스로 진범이라고 밝히면서 밝혀지는 당사자의 삶의 이력 속엔 갖가지 사연이 숨겨져 있고,어린이를 치여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당일의 상황도 고스란히 잘 나타나 있다.비록 법정의 심판대에 서게 되고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녀의 사건 당일의 심리 상황은 비정상적 그 자체였다.참고 견딜 수 없었던 가정폭력의 그늘이 그 사람 깊은 곳에 멍들어 있었다.그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심리극이 아닐 수가 없다.영국 소설답게 정중동(靜中動)의 연출을 잘 소화시킨 작품으로 각인된다.영화 시나리오로 각색되어 영화팬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다면 어떨까 한다.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심리를 잘 직조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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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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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었는데 채미와 유익함의 극치였다.글의 소재를 어떻게 요리해 나가느냐에 따라 독자들의 수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그의 후속작 『셈을 할 줄 하는 까막눈이 여자』도 전작(前作)과 거의 흡사하게 전개되었다.비록 현실 세계와는 좀 거리가 멀게 허무맹랑하게 다가오지만 읽는 재미는 나무랄 데가 없다.전작의 주인공이 남자 노인이고 백인이었다면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흑인 소녀이면서 흑인이라는 점이다.전작이 100세를 앞두고 양로원을 탈출하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라면,이번 작품은 두뇌가 명석한 소녀의 입지전적과도 같은 희망찬 이야기다.

 

 196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웨토에서 태어난 까막눈이 소녀 놈베코는 공중변소 관리소장으로 발탁되면서 인생은 180도로 바뀌어 간다.학교에도 가본 적이 없는 놈베코는 다섯 살부터 분뇨통을 메고 부지런히 일했다.그런데 누구의 영향을 받은 지는 모르지만 분뇨통을 메고 다니면서 셈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갔다.나도 한 수 배웠는데 95×92는 95는 100 빼기 5이고,92는 100 빼기 8인데,100에서 5와 8을 빼면 87이고,5 곱하기 8은 40이다.87에 40을 붙이면 8,740이 나온다.각자 셈을 해보면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그런데 놈베코 소녀는 늙은 호색한 타보에게 성추행을 당하게 된다.타보는 글을 읽을 줄 알게 되고 놈베코에게 글자와 낱말을 해독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게다가 타보는 알부자였다.빈민 구역인 B 섹터 공동변소를 탈출하게 된 놈벸코는 타보가 죽게 되자 유산으로 다이아몬드를 손에 거머쥐게 된다.

 

 뒤이어 놈베코는 교통 사고를 당하게 된다.술이 떡이 된 사내의 차에 치인 것이 죄가 되면서 놈베코는 도형수 생활을 한다.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때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과 제도) 정책으로 흑인들은 거의 노예나 다름없었다.놈베코는 그녀의 운명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는 사람은 잉마르 크비스트다.스웨덴 사람으로 왕정 추종자로 스웨덴 왕과 악수하는 일이 평생의 사명이란다.놈베코는 잉마르를 따라 스웨덴으로 가게 된다.잉마르와 부인 헨리에타는 그녀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잉마르 부부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아들 홀예르 둘은 놈베코와 친하게 지낸다.활달한 성격의 홀예르 Ⅱ와 삶의 동반자로 거듭나게 된다.놈베코는 신문 사업,통역가로 삶을 열정적으로 산다.

 

 이 글을 읽다 보면 20세기 굵직굵직한 정치 이슈들을 전하고 있다.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미국 정보국 CIA부터 아프리카 개발을 두고 중국 후진타오의 남아공 방문 등을 실감있게 그려 내고 있다.스릴 넘치는 감각은 없지만 놈베코의 행로가 주변 상황 등과 연관되면서 언제 어떻게 바뀌어갈 지를 놓고 은근 기대를 낳게 했다.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글을 배우지 못했던 놈베코는 주위 사람들을 잘 만나 글 해독은 물론 난해한 계산법까지 척척 풀어내는 명석한 두뇌를 발휘한다.게다가 중국어 및 영어,스웨덴어까지 구사할 수 있게 된다.시간이 흐르면서 홀예르 Ⅱ는 놈베코를 삶의 이상형이요 미래를 함께 할 동반자로 결심하게 된다.공중변소 분뇨통을 메고 다니던 놈베코의 인생은 만인의 귀감이 될 정도로 삶다운 삶을 이어가게 된다.그녀에게 찬란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이 이어진다.놈베코에 대한 한 편의 드라마틱한 인생 이야기를 관람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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