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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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작가(多作家)이며 소재 역시 풍성함을 자랑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이번 작가 데뷔 30주년에 즈음하여 색다른 소재로 독자들 곁에 다가왔다.자연과학을 활용한 미스터리물이라는 점이 특색이다.게다가 히가시노 작가가 내놓는 주제도 다양하기만 하다.자연과학을 활용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가족관계,사랑의 비극,복수의 고통 등을 들 수가 있다.이번 작품은 프랑스 천체학자 라플라스의 물리이론을 십분 활용하고 그 속에 깔린 미스터리를 자극케 하는 마력을 발휘했다.히가시노 작가 특유의 풀어 헤치고 집약시키는 독특성과 창의성은 독자의 한사람으로 매우 흥분과 설렘을 안겨 주었던 작품이다.

 

 외가집에 가던 도중 토네이도(Tornado)를 만난 미나와 마도카 모녀,엄마 미나는 쓰러진 건축 더미에 깔려 숨을 거두고 어린 마도카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그리고 마도카의 아버지는 의사이면서 <독립행정법인 수리학 연구소>를 겸임하고 있다.마토카 곁에는 경호가 바짝 따라 다니는데,그녀에겐 불필요한 질문 등을 금지 사항으로 되어 있다.이것부터 심상치가 않다는 감지하게 된다.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도카는 치사토라는 이름으로 미즈키 요시로라는 초로의 남자를 만나 온천 여행을 떠나게 된다.어찌된 일인지 남편 미즈키 요시로가 온천 주변에서 산책하다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연이어 또 다른 온천가에서 나스노 고로라는 배우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사인(死因)은 황화수소 가스 의한 질식사였다.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나카오카 형사가 주변 인물들을 탐색하고,지구환경 과학 전문가인 아오에 교수가 황화수소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해 온천지에 가면서 이 사건과 관련 있는 사람들을 포착하게 된다.또한 한 영화감독의 블로그에서 보여준 황화수소 가스에 의한 자살 사건과 식물인간으로 치료를 받다 극적으로 생환한 아마카스 겐토의 사연 등이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나이 차가 많은 남자를 남편으로 삼았던 치사토는 왜 온천가에서 남편과 함께 산책을 하지 않았을까,그리고 황화수소 가스 사고가 있던 온천에서 반경 300키로에서 또 다른 사람이 황화수소 가스에 의해 죽어 가는데...요는 아오에 교수는 두 온천지에서 마도카를 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온천가에서 황화수소 가스로 인해 죽은 사람들은 단순 사고였을까,아니면 누군가 고의로 황화수소를 발생하여 그들을 죽게 했던 것일까.영화감독 아마카스의 아들 겐토의 지난 가족사를 통해 '부성 결락증(父性 缺落症)'을 확인하게 된다.치사토(마토카)는 남편 미즈키 요시로를 애정이 아닌 금전을 노린 혼인이었음이 사실로 드러나고,겐토와는 심정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는 것도 눈에 띈다.그렇다면 겐토가 부성에 대한 혐오감에 복수극으로 황화수소 가스를 발생시켰을까.진범은 스스로 자신이 이러저러 해서 황화수소 가스를 발생시켰다고 고백한다.단독범이 아닌 누군가와 공모하여 꾸민 각본이었다.누군가 황화수수 가스 발생에 대한 상세한 지시가 있었고,공모자들은 지시를 그대로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현재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해내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는 물리학을 활용해 그러한 원자의 시간적 변화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까지 완전하게 예지가 가능하다······." -p387

 

 라플라스의 물리 법칙을 활용한 이 글은 일명 '자연재해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날'을 설정하여 황화 수소 가스 사고를 일으켰던 것으로 보인다.물리 법칙 속에는 다양한 이론이 있기 마련인데,황화수소 가스 사고는 예측을 바탕으로 꾸민 이야기로 보인다.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보여준 이 글의 전체적 맥락은 인간의 사랑과 정(情)과 같은 가치보다는 냉랭한 물리법칙만이 존재한다는 것이 짙게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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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권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2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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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 사이 동토에라도 들어온 듯 매서운 추위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칼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낮 기온마저 영하권으로 뚝 떨어져 체감온도는 그 이상이다.해가 저물면 사람들 발길이 끊어지고 앙상하고 을씨년스러운 기온으로 인해 가로수와 대지마저 숨을 죽이는 날씨다.기상 이변이라도 일어난 듯 하다.북반구는 중국 대륙에서 불어오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강추위가 계속되고,남반구는 혹서가 이어지는 기상이변을 낳고 있다.

 

 겨울이 지나 봄을 기다리는 사이 꽃샘추위가 한국에 종종 나타난다.이를 반영하듯 일본 홋카이도 지방은 연중 행사와 같이 폭풍설이 찾아와 마을과 도로가 고립되면서 각종 재해와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다.일명 히간아레( 彼間荒れ)라는 폭풍설이 홋카이도 중부 지역을 고립시키면서 인적,물적 사고가 잇다르고 있다.히간아레를 맞이한 일본 홋카이도 중부지역의 시모베츠(志茂別)촌을 공간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폭풍설과 함께 사건.사고를 생생하게 전해 주고 있는 『폭설권』은 경찰소설이기도 하다.사사키 조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 셈인데,폭설권은 제복수사의 제2탄이라고 한다.읽는 순서가 바뀌었지만 스릴물을 좋아하는 내게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는 컸다.

 

 카와쿠보 아츠시(川久保篤) 순사부장이 주인공으로 시모베츠 주재소에 부임한 지 2년 째가 되던 3월 무렵 히간아레를 맞이한다.순찰을 돌고 주재소에 돌아오는 참에 한 통의 전화가 들려준 농부의 전언이 폭설권의 발단이 된다.차베츠바시 다리 밑에 변사체를 봤다는 이야기부터 사건.사고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어 갈 것이라 예상했는데,이 사건과 또 다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긴장과 스릴에 대한 기대는 다소 퇴색되어 가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가와구보 아츠시 주재 경관 혼자서 다양한 사건.사고를 어떻게 다룰 수 있겠는가.기동성과 순발력으로 각인되는 수사 방식이 극대비되고 있다.가와구보 아츠시 경관도 기상 악화가 갖어 온 고립된 주재소를 중심으로 한 사건.사고에 대해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감지하게 된다.

 

 농업자재를 판매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니시다는 재직하는 회사의 금고를 털어 아내 치료비를 대고 얼마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심산이고,계부에게 성적 노리개가 되어 그의 마의 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소년 미유키,온라인 만남의 사이트에서 유부남들을 알게 되면서 꽃뱀으로 살아왔던 아케미는 이 생활을 청산하고자 한다.폭력단 조장(組長)집에 난입.강도로 들어간 사사하라는 조장이 부재중인 가운데 그의 부인을 살해한다.그리고 폭력단의 조원(組員)인 아다치(足立)는 체면이 완전히 손상되는 꼴을 당하게 되는데...홋카이도 서부와 동부의 경계인 히다카(日高)산맥의 동쪽 귀퉁이 쯤에서 폭풍설에 손과 발이 묶인 이들이 찾아 든 곳이 그린루프 팬션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사사키 조 작가는 그린루프 팬션으로 들어오게 된 사람들을 인질극으로 그리고 있다.아키라라는 인질범이 벌이는 인질극은 스릴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싱겁게 끝나고 만다.인질범이 도주하는 방향을 따라 뒤쫓는 가와구보 경관은 인질범 아키라와 대치하다 치명적으로 만든다.이것이 가와구보 주재 경관이 했던 가장 큰 일이다.그 외 도난 당한 택배용 경트럭 운전사가 전복되는 사건과 보이스피싱에 걸린 뻔했던 한 노파의 이야기 등이 단막극처럼 다가온다.오도 가도 못하는 고립된 시모베츠 주재소를 중심으로 전개된 사건.사고는 기대했던 만큼 흥미와 재미는 다소 약했다.다만 폭풍설이라는 자연재해의 압도감과 맹위로 인해 고립된 자연의 혹독함에 인간을 더욱 나약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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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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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인류 회원증! 이 회원증을 받는 사람은 인생의 추함과 아름다움,인생의 크나큰 기복인 고뇌와 환희,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일을 경험할 자격이 생긴가.(중략) 그러니 대담한 꿈을 품고,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을 즐기며,기억해라.뭐가 되건 네가 선택한 대로 된다는 걸 -도입부-

 

 내 마음대로 되는 것보다는 안되는 것이 더 많은 게 세상사다.그것이 일이 되었든 삶이 되었든 내 뜻대로만 되어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실연,실패,절망,고뇌,번민,우울 등 부정적인 요소가 압도적이다.다만 이러한 요소가 일과 삶에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소나기와 같이 생각한다면 다음에 찾아 올 일은 더 희망차고 서광이 비칠 것으로 믿는다.인간의 삶도 이러한 시각과 관점에서 넓게 수용해 나간다면 부정적이었던 요소들이 잠깐 동안의 시련과 고난이었다고 생각될 것이다.또 하나 세상사 역시 사람과 사람 간에 이루어지는 만큼 좋은 사람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 일과 삶이 더욱 활력있고 행복이 넘치며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현실에서 그러한 행운을 안고 사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사람 사는 일이 정석이 없다.살아가는데 있어 원칙과 질서는 있되 경우에 따라 서는 융통과 기지를 발휘해야 할 때도 있다.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겉으로는 '괜찮다'싶다 해도 사귀어 보고 살을 맞대고 살다 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기질,단점이 분명 드러나는 법.게다가 돌이킬 수 없는 도덕적,윤리적 문제로 인해 서로가 헤어져야 할 순간이 찾아 오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이성간,사제간,동료간,상.하간의 불화가 생채기를 남긴다.개개인의 성격과 기질에 따라 회복탄력성의 속도가 다르겠지만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최대한 빨리 과거사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세와 태도과 무척 중요하다.

 

 매튜 퀵 저자의 『러브 메이 페일』을 읽으면서 새삼스레 느낀 점은 인간은 상처와 고통으로 가득찬 존재라는 것이다.이 글 속에  등장하는 네 명은 사인사색(四人四色)을 반영이라도 하듯 다른 점이 많다.소설가의 꿈을 키우고 자칭 페미니스트인 주인공 포샤 케인과 문학과 창작수업으로 제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전직 교사 네이트 버논,그의 친모인 매브 스미스 수녀,대체 교사이면서 포샤 케인과 새로운 삶을 꿈꾸는 척 베이스가 등장하고 있다.

 

 주인공 포샤 케인은 포르노 제작을 본업으로 삼으며 플레이 보이 기질이 강한 켄과는 초장부터 삐거덕거린다.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없다는 암시를 보여 준다.후반부에 척 베이스가 등장하면서 포샤 케인은 그와 열애에 빠지게 되고 켄과는 이혼 합의에 이르고 만다.전직 교사였던 네이트 버논은 포샤 케인의 학창 시절 존경하던 교사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제자들에게 방망이로 폭행을 당하고 애견 알베르 카뮈마저 추락사하고 만다.후반부에 나오는 매브 스미스 수녀는 태생이 수녀가 아니었나 보다.아들 네이트 버논을 낳고 혼인 생활을 계속 이어가지 못해 속세를 벗어나 수녀생활을 하면서 말기 암에 걸려 사망에 이른다.그녀는 전직 교사 버논의 친모였다.척 베이스는 포샤 케인의 상처를 위무해 주면서 새로운 삶을 위해 깊은 사랑에 빠진다.척 베이스에겐 누이 다니엘이 죽으면서 조카 토미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 도서는 다소 두툼하고 등장하는 인물 한 명 한 명의 처해진 상황과 입장,성격이 달라서 초반부에서 약간 가독성이 떨어졌지만 주인공 포샤 케인과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이 자연스레 그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깊어 흩어졌던 퍼즐 조각이 포샤 케인에게 잘 맞추어져 간 느낌이다.포샤 케인은 일명 날랄이라 불릴 켄과는 이혼에 합의하고,그녀를 최상으로 여기는 척 베이스를 새롭게 맞이하면서 대미(大尾)를 장식한다.한 때 행방불명되었던 전직 교사 네이트 버논은 포샤 케인과 재회를 하고,그녀의 첫 작품인 『러브 메이 페일』은 대외적으로 크게 히트를 치지 못했지만 스승에겐 암묵적인 인정과 평가를 받았음에 틀림없다.이 작품이 할리우드 영화화 확정되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아울러 '사랑'의 힘은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고 불필요한 것은 모두 불식시키는 마그마의 힘을 지녔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불완전하고 상처난 네 명의 등장인물을 어떻게 각색해 갈 지 마치 시사회 스크린을 관람하는 듯한 멋진 작품이다.매트 퀵 저자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 접하는 셈인데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역량을 지닌 작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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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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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 모리아티 작가는 『허즈번드 시크릿을』통해 알게 되었다.여주인공의 남편이 남긴 편지 한 통이 불러온 파장은 흥미진진하기만 했다.이번 작품도 세 명이 여성이 주된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세 가족 모두가 물질적,정신적으로 결핍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즉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고 분열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사람은 '끼리끼리'어울리고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적대,배타,우월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미혼모이면서 싱글맘인 제인이라는 여성,이혼가정으로 새 남편과 살고 있는 매들린 그리고 셋 중에서 남부끄러워할 것 없이 잘나가지만 모욕감을 느끼고 비위를 거스르게 하여 폭력을 당하는 셀레스트는 세 쌍둥이 엄마이기도 하다.이야기는 호주 피리위 반도 예비초등학교에서 전개된다.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미혼모인 제인은 아들 지기와 함께 피리위 반도로 이사를 오게 되고,사십대 아줌마인 매들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진다.또 한 명 셀레스트 아줌마는 세 쌍둥이를 두고 있는데 남편이 업무관계로 자주 해외출장을 다니는데 모욕을 느끼고 비위가 틀어지면 인사불성이 되어 셀레스트에게 폭행을 가하곤 한다.

 

 피리위 예비초등학교 설명회를 앞두고 스토리의 발단이 시작된다.소소하다면 소소하고 심각하다면 심각할 수도 있는 문제다.다섯 살 먹은 제인의 아들 지기(Ziggy)가 레나타의 딸 아마벨라의 목을 졸랐다는 소문이 학교 관계자,학부모 사이에 퍼지게 된다.한국사회라면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 부모를 찾아가 싹싹 빌면서 용서를 빌텐데,호주라는 나라는 다섯 살 먹은 아이에게 학교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도록 퇴학 시키려 탄원서를 받고 있었다.지기의 엄마인 제인 편은 매들린과 셀레스트 밖에 없는 상황이어 수적으로 불리한 형세다.지기는 아마벨라 소녀를 목조른 일이 없다고 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기색에 축 져진 모습이다.타지에서 온 지기를 누군가 얕잡아 보고 모함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이 이 글에 잘 나타나 있다.제인,매들린,셀레스트가 모이면 일상사,남편과의 관계,예비학교에서 벌어진 일 등을 가감없이 수군수군,쏙닥쏙닥 거리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특히 매들린 아줌마가 성격이 활달한 가운데 수다의 꽃을 피운다.제인은 '원 나이트'에서 만난 남자와 혼외 정사를 하여 이른 나이에 지기를 낳았고,매들린은 네이선이라는 전 남편과 헤어져 살고 있지만,극히 우연찮게 전 남편의 자식과 현재의 자식이 피리위 초등학교에 다니게 될 줄이야.사랑과 우정이라는 것이 있는가 보다.매들린은 전 남편의 아내 보니와 의붓자식들과 얘기를 편안하게 나눈다.얌전한 척 하면서 어느때 폭력의 손길이 찾아올 지 모르는 셀레스트,광풍과 같은 시간이 지나면 평온한 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과연 제인의 아들 지기는 퇴학을 당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이야기가 중.후반에 이르면서 제인의 남편이 셀레스트의 남편 페리의 남동생이라는 얘기도 허무맹랑하지만 그럴듯하게 다가오고,열네 살 된 에비게일은  아동 결혼과 성매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웹사이트를 개설한다.제인의 아들 지기가 과연 급우 아마벨라의 목을 졸랐을까.소녀의 엄마 레나타가 영국으로 이민가기 직전 찾아와 지기의 무죄를 밝히며 용서를 빈다.또한 셀레스트의 남편 페리는 퀴즈대회가 있던 날 대취(大醉)하여 발코니에서 난간으로 떨어져 죽게 된다.발코니에서 벌어진 싸움으로 퀴즈의 밤은 난장판이 되어 버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다.

 

 제인이 피리위 반도 예비초등학교 쪽으로 이사오면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고 퇴학 위기까지 갔지만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듯 위기에서 벗어난다.결핍된 가정환경과 미혼모에 나이 어린 학부모라는 생각으로 피리위 토박이들이 깔보았을까.꼭 그렇다는 증거는 없지만 심증은 간다.피해자 모(母)가 직접 제인을 찾아와 사과했으니 말이다. 미혼모인 제인은 이성 톰과 친구로 남을지 연인으로 갈지 기대를 모은다.특히 인상 깊은 구절은 가족과의 관계가 사랑으로 가득찼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관계는 '사랑의 계좌'를 관리하는 것과 같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배우자에게 친절을 베푸는 건 예금을 드는 행위다.배우자에게 나쁜 말을 하는 건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행위다.모든 관계는 사랑의 계좌에 항상 잔고가 남아 있게 관리해야 한다.아내 머리를 벽에 찧는 행위는 엄청난 돈을 인출하는 거다.아이와 함께 일찍 일어나 아침을 만들어주는 건 예금을 하는 거다.

-p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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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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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최고 문학상이자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콩쿠르상 수상작을 접하게 되어 마음 뿌듯하다.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작품으로,전쟁이라는 참화 속에서 인간의 본성은 과연 무엇인가를 리얼하게 보여 주었던 작품이었고,생각할 꺼리를 진중하게 안겨 주었다는 점에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산 자와 죽은 자 모두가 영웅이고 희생자일진대 사회라는 구조,문명은 그렇게 흘러오지 않았다.그 불편한 진실을 『오르부아르』는 다시 한 번 깨우치고 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갈 무렵 프랑스측 전선에서 발생했던 전쟁의 부조리상을 소재로 탄탄한 플롯과 풍자 섞인 대사기극을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과연 누가 누구를 향해 대사기극을 펼쳤단 말인가.전쟁은 그 주동자,행동대장,행동대원 모두가 유사시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겠지만,전쟁이 종료되면 신상필벌이 따르는 법이다.계급장이 있는 군 간부는 전공(戰功)을 부풀리기 위해 어떻게든 적군을 더 많이 죽여야 할 것이고,없는 숫자도 거짓으로 계상하여 자신의 전과로 잡을 것이다.또한 무명초와 같은 수많은 전사자(일반 병사 및 민간인)들은 희생되면 그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법.이 점이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특별한 메시지라고 보여진다.

 

 일종의 소대장격인 프라델 중위와 두 명의 병사 알베르와 에두아르가 이야기를 단초를 열고 있다.프라델 중위는 부조리하고 비열한 사회,부패한 기성세대의 전형이고,알베르와 에두아르 병사는 이러한 세태에 묵묵이 순종하는 '순한 양(羊)'이 아닌 밟혀진 지렁이라고나 할까.전과를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된 프라델 중위는 자신의 부하 알베르를 진지에 파묻어 죽은 것처럼 위장하려 했고,동료 에두아르는 포탄에 자신의 하악골과 혀가 날아가는 것을 감수하고 알베르를 구출한다.에두아르는 모르핀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대서사극와 같이 꽤 두툼한 이 도서는 이야기의 구성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초점을 맞춰 읽어 가다 보니 두툼하기보다는 흥미진진함에 매료되고 말았다.전쟁 후 정부측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추모사업,기념비 조성 및 군 간부들의 전과에 따른 인사고과에 열을 올리는 한편 에두아르는 알베르와 함께 수많은 무명 용사들 유족들에게 기념비 조성을 빙자한 돈 뜯어내기 사업을 펼쳐 나간다.일종의 대국민사기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이야기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에두아르는 알베르와 함께 대사기로 벌어들인 돈으로 옛 프랑스 식민지로 탈출을 시도하는데...아이러니하게도 기념비 사업 추진에는 에두아르의 아버지 페리쿠르가 에두아르가 버티고 있었다.또한 그의 사위 프라델 중위가 있었으니 심정적으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었을까.

 

 전쟁이 끝나고 사회에 복귀했을 때,여전히 돈에 미쳐 날뛰는 엘리트들은 전쟁을 정당화하려 성대한 기념식을 벌이고 죽은 <영웅>들의 <기념비>를 세우기에 바쁠 뿐,불편한 진실을 증언하는 <깨진 얼굴>들은 사회의 언저리로 내몬다.전장에서 생매장되었던 병사들이 또 다시 생매장되는 것이다. -p674

 

 피에르 르메트르 작가는 영광스러운 콩쿠르상을 수상한 행운과 영광,기쁨을 동시에 안고 있다.그는 전쟁에서 스러져 간 억울한 원혼들을 위로하는 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였다고 한다.그런데 살아 남은 두 병사들이 대국민사기극을 벌였다는 것은 일견 기상천외할 일이 아닐 수 없다.어쩌면 전쟁 엘리트들이 전과를 놓고 돈과 명예에 열을 올리는 것에 반해,두 병사들은 부조리하고 비열한 사회,부패한 기성 세대에 거센 반항 의식을 보여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다수의 유족들에게 사기극을 벌인 것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결국 이 사건의 전말은 비극으로 끝나고 유족들에게 조건없는 보상을 해 주었지만, 과연 저승에 있는 원혼들의 넋은 누가 위무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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