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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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었는데 채미와 유익함의 극치였다.글의 소재를 어떻게 요리해 나가느냐에 따라 독자들의 수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그의 후속작 『셈을 할 줄 하는 까막눈이 여자』도 전작(前作)과 거의 흡사하게 전개되었다.비록 현실 세계와는 좀 거리가 멀게 허무맹랑하게 다가오지만 읽는 재미는 나무랄 데가 없다.전작의 주인공이 남자 노인이고 백인이었다면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흑인 소녀이면서 흑인이라는 점이다.전작이 100세를 앞두고 양로원을 탈출하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라면,이번 작품은 두뇌가 명석한 소녀의 입지전적과도 같은 희망찬 이야기다.

 

 196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웨토에서 태어난 까막눈이 소녀 놈베코는 공중변소 관리소장으로 발탁되면서 인생은 180도로 바뀌어 간다.학교에도 가본 적이 없는 놈베코는 다섯 살부터 분뇨통을 메고 부지런히 일했다.그런데 누구의 영향을 받은 지는 모르지만 분뇨통을 메고 다니면서 셈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갔다.나도 한 수 배웠는데 95×92는 95는 100 빼기 5이고,92는 100 빼기 8인데,100에서 5와 8을 빼면 87이고,5 곱하기 8은 40이다.87에 40을 붙이면 8,740이 나온다.각자 셈을 해보면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그런데 놈베코 소녀는 늙은 호색한 타보에게 성추행을 당하게 된다.타보는 글을 읽을 줄 알게 되고 놈베코에게 글자와 낱말을 해독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게다가 타보는 알부자였다.빈민 구역인 B 섹터 공동변소를 탈출하게 된 놈벸코는 타보가 죽게 되자 유산으로 다이아몬드를 손에 거머쥐게 된다.

 

 뒤이어 놈베코는 교통 사고를 당하게 된다.술이 떡이 된 사내의 차에 치인 것이 죄가 되면서 놈베코는 도형수 생활을 한다.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때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과 제도) 정책으로 흑인들은 거의 노예나 다름없었다.놈베코는 그녀의 운명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는 사람은 잉마르 크비스트다.스웨덴 사람으로 왕정 추종자로 스웨덴 왕과 악수하는 일이 평생의 사명이란다.놈베코는 잉마르를 따라 스웨덴으로 가게 된다.잉마르와 부인 헨리에타는 그녀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잉마르 부부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아들 홀예르 둘은 놈베코와 친하게 지낸다.활달한 성격의 홀예르 Ⅱ와 삶의 동반자로 거듭나게 된다.놈베코는 신문 사업,통역가로 삶을 열정적으로 산다.

 

 이 글을 읽다 보면 20세기 굵직굵직한 정치 이슈들을 전하고 있다.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미국 정보국 CIA부터 아프리카 개발을 두고 중국 후진타오의 남아공 방문 등을 실감있게 그려 내고 있다.스릴 넘치는 감각은 없지만 놈베코의 행로가 주변 상황 등과 연관되면서 언제 어떻게 바뀌어갈 지를 놓고 은근 기대를 낳게 했다.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글을 배우지 못했던 놈베코는 주위 사람들을 잘 만나 글 해독은 물론 난해한 계산법까지 척척 풀어내는 명석한 두뇌를 발휘한다.게다가 중국어 및 영어,스웨덴어까지 구사할 수 있게 된다.시간이 흐르면서 홀예르 Ⅱ는 놈베코를 삶의 이상형이요 미래를 함께 할 동반자로 결심하게 된다.공중변소 분뇨통을 메고 다니던 놈베코의 인생은 만인의 귀감이 될 정도로 삶다운 삶을 이어가게 된다.그녀에게 찬란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이 이어진다.놈베코에 대한 한 편의 드라마틱한 인생 이야기를 관람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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