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과에 입문하여 너무 의욕적으로 머핀과 쿠키와 마들렌과 브라우니를 만들다보니 드디어

몸살이 났습니다. 의욕이 넘쳐 우리 가족이 먹을것만 만드는게 아니라 이사가는 신랑 친구 집에도

머핀과 마들렌을 만들어다 주고, 같은 아파트 윗층에 사는 아는 한국인 집에도 브라우니 만들어다

주고, 심지어는 친하지도 않은 아파트 세탁소의 한국인 아줌마한테도 머핀과 브라우니를 만들어

갖다주다보니 주말에 냉방이 지나치게 잘 된 마켓 다녀온 후로는 영 열이 나고 온 몸이 쑤시는게

만 이틀을 꼬박 드러누워있었습니다. 그 동안 저희 가족은 라면과 와플로 식사를 연명했지요.

오늘, 몸이 좀 나은듯해서 지난 주말에 김치를 담아볼까 해서 한국 마트에 가서 사온 -아파서 냉장

고 안에 쑤셔박혀있던- 배추와 무와 기타 재료를 가지고 한국서 가져온 '나물이' 의 요리책에 나온

통배추 절이는 방법과 포기김치 담그는 법을 경전삼아 거기 나온 대로 김치를 담았습니다. 이놈의

급한 성격은 아파도 여전해서 오뉴월 염천에 내복껴입고 겨울용 머플러까지 목에 감고는 김치를

담았지요. 지난주의 제과의 성적은 나름대로 우수해 먹을만한 맛이 났는데, 김치는 오늘 담가놓은

것이라 익어봐야 맛을 알 수 있어서 잘 모르겠네요. 근데 솔직히 맛이 없을것 같아요. 처음이기도

하고, 또 고추가루가 너무 매워 나물이의 레시피보다 고추가루는 적게, 설탕은 많이 넣었더니 색깔

이 영 허연게 먹음직스러워 보이지가 않네요. 그리고 배추는 나물이가 6시간을 절이래서 물론 중

간에 상태를 보긴 했지만 잘 모르겠어서 그대로 6시간을 절였더니 좀 짜게 절여졌거든요.

어쨌건, 맛은 차치하고 처음으로 혼자 힘으로 김치를 담가보니 이젠 제가 정말 아줌마가 된 것 같

다는 생각이 확 듭니다. 결혼한 여자를 아줌마라고 부른다면 저는 7년전에 아줌마가 되었지요. 근

데 자기 나이 먹는 것은 잘 모른다고, 저는 아직도 제가 어린애같기만 하거든요. 뭐든지 척척 하는

아줌마의 이미지와,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덤벙대고 희생과 봉사와는 거리가 먼 제 이

미지가 잘 겹쳐지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고요. 어쨌건 맛은 없겠지만 자신감은 생겼습니다. 이렇게

한달에 한번씩 담다보면 한 2~3년 하면 저도 계량하지 않고도 눈으로만 슬쩍 봐도, 손가락으로 살

짝 찍어먹어만 봐도 대충 다 아는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요? -너무 과하고 헛된 욕심인가요?-

어쨌건 제 자신의 변신에 저도 무척이나 놀라고 있는 이즈음입니다. 고생을 해봐야 철들고 인간된

다더니, 한국에서라면 얻어다 먹고 사먹었을 제가 매일 앉아서 머핀굽고 김치 담그고 하다니요. 물

론 사 먹을 곳도 마땅찮고, 같이 놀 친구도 없고, 갈 곳도 없어서 하고 있긴 하지만요. 이러다가 귀

국할 때는 저는 살림의 대가가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예 장도 담가먹을지도 모르지요. 그럼 그

때는 갈 곳도 많고, 만나서 수다 떨 친구가 많아도 살림에 전념하고 있을까요? 그건 모르겠네요.

제 다음 목표는 제빵입니다. 제과와 제빵의 차이는 발효가 없고 있고의 차이래요. 제과는 발효가

없는것, 제빵은 발효가 있는 것이라네요. 케잌은 발효과정이 없으므로 빵같아 보여도 제과랍니다.

물론 딸아이가 노래하는 생크림케잌도 만들어봐야겠지만 궁극적으로 최종목표는 제빵을 집에서

하는 것이예요. 단팥빵과 기타 등등요! -너무 좋아하는 찹쌀도너츠도요!!! 그런건 여기선 절대 먹

을 수 없으니까요. 참, 생크림케잌은 동네에선 안팔지만 차타고 40분쯤 가면 있는 유기농매장

Whole food에는 있더군요-

아~ 저의 변신이 물론 생활인의 입장에서야 바람직하지만, 그 동기가 갈 곳 없고, 만날 사람 없어

서라는 것은 좀 슬프군요. 이제는 이사간 신랑 친구 부인이 말하기를 겨울엔 해가 3시 좀 넘으면

진다는군요. 그럼 정말 밖에 잘 못 나가니까 -지금은 해가 길어서 8시에 져요. 여긴 해지면 밖에 나

가는게 위험한 동네예요. 총기사고도 많고. 일주일에 겨우 한두번 뉴스보면 항상 총맞아 죽은 사람

들 얘기가 나오곤하죠. 식당에서, 차고에서, 심지어는 버스안에서- 혼자 놀 거리를 만들래요.

아, 올 겨울이 지나면 저는 아마 제빵에도 성공해있을지도 몰라요. 우울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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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6-2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치는 몇 번 더 해보심 요령을 알게 됩니다.
다른것도 마찬가지처럼요. 근데 통김치에 설탕을???
에이참, 김치 하면 저에게 미리 물어보심 알량한 깜냥을 좀 알려드릴 수 있는데요.
김장도 손수 담아먹고 삽니다 에헴~ㅎㅎ

단팥빵에, 찹쌀 도너츠를 님이 만들어주신 거라면 달려가서 먹고 싶어요.
위험한 세상에 단 냄새를 풍겨줄 미즈행복님의 창가에 굽신거리며^^

미즈행복 2007-06-21 0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줄 몰랐지요~
근데 통김치에 설탕을 넣지 않나요? 나물이의 레시피에는 설탕을 넣으라고 되어있던데요?
파란여우님만의 비법을 알려주세요.
김치를 한번만 담가먹고 사나요,뭐? 이제 한달단위로 담아야 할 텐데요.
-한번에 많이 못담그니 자주 조금씩 담아야지요. 딤채도 없고-
다음번엔 파란여우님의 비법으로 더욱 맛난 김치를 담고파요.

비로그인 2007-06-2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빵에 성공하는 게 왜 우울한 소식일까요? ^^
김치 열심히 담그시다가 홍진경 "더김치" 처럼 김치공장 사장님으로 대박이 날수도 ㅎㅎ

재미나는 한국드라마도 빌려다 보시고 알라딘 열심히 하세요 행복님 :)

미즈행복 2007-06-24 23:49   좋아요 0 | URL
그게요, 위에서 말한것처럼 할 일이 별로 없고,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갈 곳도
없어서 심심해서 집에서 열심히 제빵이나 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자조적인 한탄이라서
그래요. 체셔님처럼 바쁘고 인기있고 불러주는 곳이 많지 않아서요. 흑흑...

또리 2007-06-2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점에 잘 도착... 땡스!^^*
 

아는 몇 안되는 한국사람 집에 놀러갔는데 그들은 다 빵을 집에서 직접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 집에서는 치즈케잌을 얻어먹었고 다른 사람 집에서는 케잌시트 -케잌의 기본이 되는 폭신한 빵.

여기에 생크림 등으로 데코레이션하면 멋진 케잌이 된다- 를 얻어먹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초코머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놀라워하는 내게 사람들이 말하길 여기는 빵이 주식이라 모든 집에서 다 빵을 굽는다

는 것입니다. 마들렌, 쿠키 등 모든 것을 대체로 만들어 먹고 있고 재료도 동네 슈퍼에서도 다 팔고 있고,

또 쉽다네요. 한국에서라면 그 무슨 귀찮은 일을! 하며 일소했을텐데, 여기서는 솔깃할 수 밖에 없었요. 그

이유인즉슨 우선, 동네에서 소문난 빵집 두군데를 갔는데 그 종류의 빈약함이라니! 여기는 빵 안에 소가

들어간 빵은 없답니다. 종류가 패스트리나 크로와상, 바게뜨,  마들렌, 쿠키정도 밖에 없어요. 슈퍼에 가면

맛없어보이는 식빵과 설탕범벅이 된 도너츠 정도가 더 있긴 합니다. 케잌도 있는데 한국에서의 그런 케잌

이 아니고 타르트와 버터크림케잌밖에 없어요. 여긴 생크림케잌은 없어요.-누군가는 생크림은 아마 일본

인의 작품같다는군요. 최소한 미국의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빵이나 쿠키들마저도 너무 달거

나 딱딱하거나 해서 도저히 맛있는 한국 빵에 길들여진 내 입맛을 자극하기엔 역부족이랍니다. 그러던차

에 얻어 먹은 빵들은 한국 제과점과는 비교할 수 없을지 몰라도 이 곳, 미국의 빵집들보다는 훨씬 나았습

니다.

주위 사람들의 격려(?)에 힘입어 빵틀과 쿠키팬을 사고, 밀가루와 전분등 각종 재료를 사서 드디어 오늘!

신랑 친구 부인을 초빙해 와서 케잌 시트 만들기를 배웠습니다. 레시피 대로 하면 된다고 하나, 그래도 거

품을 얼마만큼 내야 하는지 등 직접 보는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아 이사를 며칠 안 남기고 있어 바쁜 그

녀를 모셨지요. 그리고 완성된 케잌시트!!! 색깔도 예뻤고 맛도 나름대로 괜찮았답니다. 이제 성공!!!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던가요? 여기서 몇 년씩 산 다른 사람들도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제빵기 -케잌이나

쿠키, 머피, 마들렌 등은 다 오븐으로 합니다- 까지 사서 내친김에 식빵까지 만들고 있으니 -이건 지금 제

조중이라 아직 성공여부를 모릅니다. 자그마치 4시간이나 걸린다고 레시피에 써 있는데 의심은 좀 가나

기다려보는 수 밖에- 이제 우리집은 당분간 넘쳐나는 빵들에 파묻혀 살아야 할 지 몰라요. 쿠키틀에 마들

렌틀까지 샀으니 말예요. 아, 급한 제 성격은 정말이지 하나 성공하고 또 사는게 아니라 해보기도 전에 다

왕창 사고 말았어요.

근데 혹시 아세요? 저희집에서 빵 좋아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케잌시트도 제가 다 먹었고,

아마 식빵도 그러할걸요? 이쯤 되면 음모론이 나올만도 하겠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이제 곧 유치원에 가

게 될 딸의 점심 도시락을 샌드위치로 싸주려면 식빵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충심의 발로임을 엄숙히 공

언하는 바입니다. -이 동네는 점심 도시락을 싸가야 하더군요. 다른 미국 동네 사정은 모르지만요-

한국에 다시 가면 열심히 빵을 집에서 구울까요? 아님 다시 맛있고 푹신한 제과점의 솜씨에 감탄하며 모

든 기구들을 오븐속에 쑤셔넣은 채 맛난 제과점 순례에 바쁠까요? 여하튼 여기서는 열심히 만들어 먹을

생각입니다. 혹시 아나요? 제 솜씨가 좋아지면 우리 가족이 빵을 좋아하게 될른지요. 나중에 여러분들에

게도 만들어 선물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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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들도 미국에 가더니 홈베이킹에 모두들 열심을 내더라구요.
여건이 허락이 되어져서 그런가...^^
여튼 솜씨 기대가 됩니다 :)
나중에 사진도 올려주세요~

파란여우 2007-06-0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어느 신문사기자도(유명 알라디너) 미국에가서 1년동안 있으면서
홈베이킹과 김치 담그는 법까지 배우고 옵디다. 미즈행복님의 달콤한 빵 굽는 냄새가
자꾸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합니다.-빵 무지 좋아하는 빵빵여우-

2007-06-08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06-08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컴맹인 제가 디카를 가져오면서 컴퓨터에 연결하는 케이블은 놓고 왔지 뭡니까.
조만간 배송받으니 그 때 올리지요.
식빵은 제빵기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정말 밀가루와 물, 설탕 소금 버터 이스트 등 재료만 넣고 버튼만 누르니 저절로 되네요. 놀라워요. 제과점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미국 슈퍼것 보다는 맛이 낫다고 자부합니다. -제 공이 아니라 기계공이지만-
마들렌과 머핀에 성공하면 사진 올리지요.

여우님!
맞아요. 저도 한국에서는 김치를 제가 담글 필요가 없었는데, 이 곳에 오니 물론 풀무원 김치가 있긴 하지만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한국에서는 풀무원 김치를 가끔 사먹게 되면 너무 맛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집 김치가 그것보단 훨씬 나았거든요- 근데 여기서 먹으니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재료를 사서 만들어볼까도 진지하게 생각중이예요. 신랑 친구 부인은 배추김치뿐 아니라 부추, 오이, 파김치도 다 만들어 먹더라고요.
여우님도 배워보시는건 어떠신지요? 제가 직접 해드리고 싶지만 시일을 기약할 수 없어서요. -참, 내년 여름에 두어달 잠시 귀국하는데 그 때 드릴 수 있어요!!!- 근데 저도 해보기 전엔 몰랐는데 해보니 의외로 쉽더라고요.
모양이야 별로 없지만. 그리고 김영모 명장의 수준에 도달하기는 힘들지만요.
그래도 먹을만은 해요. 대신 찌는 살은 감당 못하지요.

속삭님!
항상 저를 많이 생각해주시는 님의 정성에 눈물이 나올뿐!!!
제가 내년에 가서 제 솜씨를 보여드리지요.
 
오 하느님
조정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 작가의 글은 정말이지 쉽게 읽힌다. 가독성이 높다는 것은 그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쉽게 읽힌다는 것은 내용의 허술함에 기인하지 않는다. 탄탄한 내용과 섬세한 묘사가 잘 어울어져 오히려 쉽게 읽힌다. 또한 전개가 흥미로와 손에 한 번 잡으면 놓치지 않게 하는 탄탄한 흡입력도 한 몫 한다. 그는 심오한 내용, 복잡한 내용을 쉽게 풀어 쓸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작가 중 하나인 것 같다.

태백산맥에서 그는 일제 치하의 우리 민중의 삶을 하나하나 풀어낸 바 있다. 이 책 역시 일제치하에서 징용갔다가 일본군에서 몽고군, 소련군, 독일군 을 전전하다 결국 소련 국적으로 미국의 포로가 되어 소련으로 송환되던 중 소련군에 의해 총살당하는 기구한 운명의 그 시대 우리 민중의 삶을 조망하고 있다.

오 하느님! 이게 정말이지 사실이란 말입니까? 기록에 의하면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켰을 때 한국군 포로가 있었다니 아마도 이 소설은 완전 허구가 아닌가보다. 이리 저리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약소국민의 비애가 이렇게 기구한 운명으로 다가오다니, 그 가련하고도 비극적인 삶의 최후에 저절로 눈물이 난다 .그토록 악착같이 버티면서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다가 정말 종전을 맞이해 고향으로 가는 줄 알고 기뻐하며 흥분했을 그들에게 고향은 고향이로되, 부모와 처자가 사는 고향이 아닌 우리가 태초에 온 곳인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의 그 찰나의 순간, 그들의 회한이 느껴진다.

그 마지막 순간에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말 일평생이 파노라마같이 펼쳐졌을까? 너무 순간이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도 의식 못한채 그저 생을 마감했을까?

전쟁은 무엇때문에 있어야하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지독한 살육의 현장들은 인간이 문명화된 존재라는 사실을 우습게 만든다. 문명화된 존재라면 말로 해결해야지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짓거리들인가? 자기 자신을, 종교를, 사상을 타인에게 강요하며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이런 태도는 다른 동물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종교가 없고, 국경이 없는 그런 세상을 꿈꿔본다 .그것은 존 레논의 노래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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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6-0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은 튀는 맛도, 밑줄 긋고 기록할만한 문장도 없는 책이지요.
그런데 전체를 더듬으며 읽다보면 먹먹해집니다.
요즘 환타지나, 일본문학에 길들여진 독자들은
이 소설의 밋밋한 문장과 조정래라는 거대한 이름의 실패작이라고 폄하합니다만
그건 큰 줄거리를, 전하는 메시지를 놓치고 읽은 실수입니다.
주제를 놓치고 나니까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되버렸지만
그 배경을 상기하면 잔혹하고 슬프고 분노할 인간 폭력사죠.
그걸 놓치지 않고 읽으신 것 같아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미즈행복 2007-06-0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님의 댓글이 제 허접한 리뷰보다 훨씬 아름답고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것 같아
저로서는 정말 영광입니다.
아마 조정래씨의 전작들이 워낙 방대한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어 이번 작품이
상대적으로 폄하되고 있는게 아닐까요?

마태우스 2007-06-08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런 책을 어디서 구하셔서 읽으셨나요? 미국에선 구하기 힘들텐데.....종교가 없는 세상, 듣고보니 좋은 세상일 듯합니다^^

미즈행복 2007-06-08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게요.
제게도 선물 보내주시는 미남분이 계셔서요. -부러우시죠?-
마태님을 서재에서 뵈니 너무 기쁘고 반가와서 눈물이 난다는... 흑흑
마태님 너무 방가방가!!!
제 종교는 당근 마태님이지요!!! -지하철에서 '마태천국 불신지옥'을 외칠까봐요.
마태복음으로 알아들으려나?-
 
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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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에 이어 '강산무진'을 읽었다.

'남한산성'을 보면서 미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남성작가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것이 남성작가의 글인지, 여성작가의 글인지 구별하기가 매우 힘든 작품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글에서 그런 것이 묻어나는 편인데, 이 작품집에서는 그는 무성화 되어 있었다.

감수성이 묻어나나 한편 냉철하고 기술적이고, 묘사가 치밀하고 섬세하나 바로 그 다음 순간 그런 느낌을 뚝 떨어뜨리는 서사가 나오고 그의 문장은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능수능란하고 매우 거침없다고나 할까?

일상을 포착하고 서술하는 그의 매서운 눈매는 빛난다. 죽음의 기술조차도 어쩜 너무도 담담하고 일상적이어서 그냥 매일의 일상의 기술과 다를 바가 없다. 그는 그냥 자신의 감정을 배제한 채, 관조적 입장에서 사물을, 사람을, 사람의 일을 바라보고 옮겨적는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기자였을 때는 오히려 소설가같던 그의 문장이 이럴 때는 오히려 기자같다고나 할까?

'언니의 폐경' 에서는 여자인 나도 모르는 여성에 대해 풀어놓더니 이내 '화장 '과  '강산무진' 과 '고향의 그림자' 에서는 죽음과, 죽음에 인접한 것에 대해 담담히 읊조리고 있다.

그의 작품들에서는 일상이 강하게 배어나오고 있다. '신수정'씨의 해설대로 죽을 날을 받아 놓고 사는 사람에게도 가장 중요한 남은 일은 돈의 처분이고 -강산무진-, 남편과 헤어지고 남편을 잃은 사람들의 일상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얘기는 그 남편들에게 받은 돈의 행방 -'언니의 폐경' - 이다.  그는 우리의 비루한 일상을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 미화하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히 기술한다. 우리는 돈없으면 꼼짝을 못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고, 그것은 죽음앞에서도 비껴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당연한듯이 기록한다. 그것은 원하던 원치 않던, 돈으로 환원되는 우리 인생의  비극을 어쩌면 더욱 강조하는 듯 하기도 하고, 죽음이라는 비극앞에 놓인 존재의 무기력에 대한 감상에 빠진 우리에게 일상으로의 회귀를 강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보다. 나는 재벌도 부럽고, 미모의 배우들도 부럽지만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내게 그럴 능력은 없지만 오늘 김훈을 만나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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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들 잘은 모르셔도 미국이 의료비가 비싸다는 사실은 귀동냥으로라도 알고 계실 겁니다.

 

드디어!!!

제가 오늘 딸아이의 충치때문에 치과를 다녀왔습니다.

저희는 애 아빠랑 애들은 비싼 보험에 들어있습니다. 애들이 아프면 좀 그렇잖아요. 근데 애들만 그런 정

식 보험에 들 수는 없어서 아빠랑 애들은 미국 보험에 들어있고, 저는 한국에서 싼 AIG 여행자 보험을 들

고 왔습니다. 보험료요? 애들아빠와 애 두명의 1년 보험료가 500만원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여

행자 보험은 50만원정도고요.  주위사람들 말을 들으니 그렇게 하고도 보통 병원 한번 가면 80불은 기본

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8만원 정도 되겠지요? -자비부담액- 신랑 친구네는 아기가 아파서 응급실을 4번

갔었다고 합니다. 응급실 비용요? 5000불을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험에서 80% 내주고 20%는 자기

부담이라니 실제 내는 돈은 100만원이 넘는 것이지요. 잘해주냐고요? 3~4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해주는 것도 별로 없답니다. 4번 다 입원할 정도가 아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요.

 

아는 엄마 하나는 치과에 체크업하러 갔는데 25불을 받더랍니다. -미국치과- 다음에 다른 병원 갔더니 체

크업해주고 불소도포 해주고 160불을 받더랍니다. 그래서 저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치과를 갔지요. 한국

에서 작년 가을에 딸의 앞이빨 2개가 썩어서 12만원을 주고 내진으로 치료를 했습니다. 그런데 4달만에

떨어져서 그 다음엔 공짜로 다시 치료를 하고 미국에 온 것이지요. 근데 그것이 엊그제 2달만에 또 떨어

진 것입니다. 별 수 없이 이 곳의 한인 치과를 물색하고 소개받은 곳에 전화했더니 오늘 오후 3시가 비어

있고 그 다음엔 3주를 기다려야 한다기에 오늘 바쁜 신랑을 데리고 겨우 갔지요. 의사분은 미국에 오신지

30년이 되신 한국분이십니다. 원래 건축 전공하고 건축으로 유학온 것인데 여기서 다시 치과대학을 들어

가셨다고 하네요. 다시 썩은 이 2개를 내진으로 치료하고 가격을 물었더니 의외로(?) 120불을 내라고 하

시네요. 단 카드 안 받으시고 현금으로만!!!

 

아마도 제 생각엔 여긴 치과보험도 따로 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 분은 보험 상관없이 -보험에 들었다고

내가 20% 내고 보험회사에서 80% 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현금으로 받고 대신 좀 싸게 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탈루야 있겠지만 저야 자세한 미국 사정은 모르니 여하간 우선 치료받는 가격이 듣던 것보

다 싸다는 사실에 만족했지요. -그리고 돈 없는 한인들 편의를 봐주시는 차원도 있겠지요. 제 입장으로서

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분이야 많이 받고 세금 떼고 보험사랑 정산하고 하는 것과, 그냥 우리에게 좀

싸게 받고 세금 덜내고 하는 것 중 뭐가 이득인지는 모르겠지만- 신랑 말로는 다운타운에 소아과도 보험

적용 안해주고 그냥 현금으로만 받는 한국 소아과가 있다고 하는데, 신랑도 남한테 들은 얘기라서 자세한

내용은 -위치나 이름- 잘 모른답니다. 근데 보험료 정말 장난 아니지 않습니까? 신랑 선배 부인은 이제 영

어도 잘하고 해서 여기서 살기를 더 희망한다고 하는데 병원 갈 때는 정말 한국가고 싶다고 합니다. 저도

시내에 있다는 그 보험과 상관없다는 병원을 찾아서 애들도 다 여행자 보험으로 바꿔버리고 그냥 거기를

다닐까 싶습니다. 저희 애들은 여태까지로 봐서는 병원에 거의 안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리고 보험료가

정말 너무 살인적이잖아요. 근데 신랑은 만약 응급실에 가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그 여행자 보험은 아마

응급실은 커버가 안 될 것 같다고, 그럼 어떻게 하냐고 합니다. 알아봐야겠지만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응

급실에 갈 경우를 대비해 그 비싼 보험료를 다 내며 있어야 하나요? 저야 크게 아프면 한국 가지 뭐 하는

마음으로 여행자 보험을 들고 왔습니다만. 근데 애들은 응급실에 갈 경우도 생기고 하니까...

 

보험료를 생각하니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며 미국이 싫어지네요. 보험료 얘기는 않고 치료 받으면서 미국

이 뭐갸 좋은지 온 지 두달밖에 안되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하니, 의사분은 교육 문제를 꼽더군요. 한국은

잘하는 아이만 끌고 가는데 여기는 못하는 애도 나름대로의 재능을 다 살려준다고요. 잘 하는 사람은 더

욱 잘하게 이끌어주고, 못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잘 하는 분야를 캐치해서 다 이끌어준다고 하네요. 그리

고 여기는 점점 갈수록 공부를 많이 하게 하는데 한국은 안 그렇지 않냐고 하시면서요. 환자로 온, 미국

온지 20년 되었다는 한국 아저씨는 여기는 일 한만큼은 다 보상받고 살 수 있다고 하네요. 인건비가 워낙

비싸서 비싼 월세를 다 커버할 수 있다고요. 한국에서 노동해서 4000만원을 벌 수 있냐고요, 아무리 열심

히 해도 안되지만 여기서는 몸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벌 수 있다고요. 하지만 특별한 전문기술이 없으면

다 소위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고는 하십니다. 온 지 처음엔 해마다 한국에 갔지만 3년이 지나니 한국

에 가면 오히려 더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시네요. 같은 한국말 하는데도 대화도 안 통한다고, 이제는 한국

전혀 가고 싶지 않다고, 한국 음식 보면 좀 먹고 싶다고 하시네요.

모르겠네요. 저는 권위순종형 인간이라 무조건 복종하면서 지내서 별로 좋지는 않았어도 큰 불만도 없이

한국의 교육체제에 잘 적응했거든요.

 

여하튼 첫 병원 나들이는 제 걱정과는 달리 큰 돈 깨지지 않고 무사히 넘어갔답니다. 다행이지요? 제발

아이들이 잘 안 아프기만을 기도하면서 보내야겠어요.

 

사족)

오프라쇼가 영어를 배우는데 좋다고 누군가 추천해서 가끔 생각나면 보는데 -물론 어렵죠. 뭐라는지 잘

모르죠. 대충 분위기보고 알거나 그나마도 뭔 소리야 하면서 다 몰라도 넘어가고 있어요- 며칠전엔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가출한 주부가 나오더군요. 오프라 옆에서 같이 상담(?) 해주던 박사의 말로는 미국내

17%의 가정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한다면서 응급전화번호를 자막으로 보여주내요. 여기가 뭐 좋은 곳인

줄 아십니까? 항상 주장하는대로 사람 사는데는 어디나 다 똑같겠지요. 근데 영어가 짧아서 잘 모르겠는

데, 한국같으면 얼굴 가리고 나오지 않습니까? 근데 여기서는 얼굴 다 공개하면서 나와서 대화하네요.  -

하긴 맞고 산게 크게 창피한 것은 아니지요. 자기 잘못이 아니니까-  그리고 더 이해가 안가는 것은 그 폭

력 남편이었다는 남자의 사진이 마치 지명수배범 사진처럼 아주 크게 그들이 녹화하는 곳에 커다랗게 붙

여있고, 시청자들에게도 크게 자주 보여준다는 점이예요. 한국은 안그러잖아요. 가정폭력으로 지명수배범

이 되었나? 왜 사진을 보여주지? 그래도 되나? 음, 영어가 짧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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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리 2007-05-2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음이라]
- 조선 정조시대의 문인 유한준
[보게되면 들려지고 들려지면 말하나니 그때 말하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음이라]
- ㅋㅋ

2007-05-29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05-30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글쎄, 제가 보기엔 의료비가 우리나라가 싸긴 하지만 사람들이 의료비 올리려면 다 반대하는 이유는 지금도 의사들은 잘 먹고 잘 사는데 더이상 뭘 올려서 더 잘먹고 잘살려고 하느냐 하는 반감때문 아닐까요?
그리고 이곳이 의료비가 비싸지만 한국의 10배 비싸다면 버는 돈도 10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세금이 훨씬 많은지 뭔지 알 수 없지요. 의사는 자기 얘기 안할거고, 의사가 아닌 사람은 의사들의 수입에 대해 모를테니까요.
여기 있는 한국 사람들은 이 비싼 의료비에 치를 떨며 미국은 의료비때문에 망할거라고 악담 아닌 악담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해서 쌍둥이 낳고 미국 온 사람이 말하는데, 한국은 시험관 아기 한 번 시술에 200~300만원이래요. 근데 미국은 한 번 시술에 2000만원이 넘게 든다네요. 근데 그게 한 번 한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요?
글쎄, 여하튼 너무 비싼 의료비인 것은 사실입니다. 솔직히 유럽은 의사가 돈 많이 못 번다면서요. -그래서 의대 안가려고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긴 하지만. 어렵고 힘든 일이니 돈을 많이 벌어야겠죠. 하지만 그 액수가 사회 성원 대다수와 너무 많은 차이가 나니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닐까요? 잘 모르겠어요.
제 이는 여기 오기 직전에 다 한 번 손보고 왔습니다. 내년 여름에 한국 가서 다시 개비해야지요. 근데 위에서 말한 그런 의사 선생님이라면 한국에서 하나, 여기서 하나 돈은 거의 비슷할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한국이 나을려나?
참, 제가 내년 여름에 한국 가면 제게 삼겹살은 사 주실건가요? 혼자 드시지 마세요. 살 찌십니다!!!

2007-06-08 0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06-08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정말이지요?
제가 머리는 별로 안좋아도 기억력은 아직 쌩쌩하답니다.
믿고 기다리지요. 헤헤헤
-벌어져서 다물지 못하는 입이 보이시나요?-
그 때 바쁘다거나 하심 안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