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딸 콤플렉스 - 착해서 고달픈 딸들을 위한 위로의 심리학
하인즈 피터 로어 지음, 장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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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에 띄었다. 착한 딸 콤플렉스. 내 스스로 착한 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독립을 원하는 딸들이 꼭 읽어야 할 심리 치유 에세이'라는 말에 읽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몇 달의 시간 동안 독립을 언제쯤 하면 좋을지 고민했었다. 당시에는 경제적 능력도 부족하고 집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독립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주변에서 독립보다는 시집갈 나이라고 말한다. 독립이 가장 절실했을 때는 귀가 문제로 부모님께서 깊이 관여하실 때였다. 멀리 여행을 다녀온다고 하면 어디서 자고 오는지 묻지도 않으시면서 회식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 늦어질 때에는 밤 11시가 되면 왜 여태 안 들어오느냐고 연락을 하신다. 주변에 직장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우리집만큼 심하진 않다. 

책을 읽으면서, 들어가는 이야기 '거위 치는 소녀' 동화만이 쉽게 읽혀졌다. 처음 듣는 내용이라서 오랜만에 읽는 동화라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는데,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너무 지루했다. '거위 치는 소녀' 동화를 심층적으로 해설하고,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이야기하는 부분은 그래도 재미있었다. 그림형제의 짧은 동화 한 편으로 착한 딸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의 심리를 풀어내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전문 심리 치료사의 전문적인 이야기여서 좀 딱딱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다. 

착한 딸 콤플렉스는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살지 못해 할 수 없이 자기를 죽이는 병이다.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기 때문에 항상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신경 쓰며 정작 자신의 욕망은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의존은 중독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능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존적인 삶을 살아가고, 그것은 다양한 상황에서 의존적일 수밖에 없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자식이 자라 성인이 되면 부모의 지원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자식을 버릇없고 무책임한 인간으로 만들기 십상이다. 부모가 성인이 된 자식의 인생에 개입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과보호는 자식을 위한 길이 아니라 부모의 이기적 목적이 깔려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책의 앞부분을 읽는 동안 우리 부모님도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읽어보고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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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자파 스트리트 - 행복유발구역
노나카 히이라기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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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자파 스트리트 여기저기에 테루테루보즈가 달리는 밤이 있다. 누가 그걸 제일 먼저 창가에 달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개 또 한 개…… 점점 다른 집에도 전염되어 어느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테루테루보즈가 달랑달랑 달랑달랑 매달린다. 그리고 그것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내일은 피크닉이다, 야호!"라는 암묵적인 신호로 통한다. (55p)

세 번째 이야기 '날씨가 좋은 날에는 피크닉을 가자'의 첫 단락 내용이다. 문장도 예쁘고, 느낌도 좋다. 프랭크자파 스트리트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에 가면 사랑도 전염될 것만 같다. '프랭크자파'라는 거리 이름은 작가가 좋아하는 미국 유명 기타리스트이자 영화감독인 프랭크 자파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러브스토리라는 말에 꼭 읽고 싶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의 그림에 따뜻함이 묻어나서 그냥 좋았고, 책을 읽고 나서는 표지 그림이 이해가 되어 좋았다. 

첫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미미와 하루, 두 사람은 가난하긴 하지만 아직 젊기에 돈이 없어도 쌩쌩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널따랗고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가 있어서 엘리베이터도 없고, 정전 소동이 일어나기 일쑤인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기로 한다. 아무리 일이 힘들고 피곤해도 일단 집에 돌아오면 모든 게 안심되고 안락하고 평온하다. '여유롭고 기분 좋은 시간'이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지극하고, 눈 마주칠 때마다 항상 설레는 연인이 부럽기만 하다.

신혼인 기린 린키와 얼룩말 시마조, 그들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는 집주인 공골라 씨, 귀엽고 얌전한 수줍음쟁이 판다 와이와이, 단짝 친구 베호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가면남 등 사람과 동물이 한데 섞여 등장함에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차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토끼 릴리가 운영하는 바에도 가보고 싶고, 오래된 극장 트윙클 스타에서 옛날 영화 한 편을 본 뒤, 정크푸드 레스토랑 다이너에서 간단한 식사도 하고 싶다. 실제로 지구 어딘가에 행복유발구역인 프랭크자파 스트리트가 있지는 않을까? 그곳 주민들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해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갈 것만 같다. 오랜만에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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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에게 쉼표 - 정영 여행산문
정영 지음 / 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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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의 휴식, 친구와의 추억. 나에게는 여행이 그랬다. 그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바뀌었다. 나만의 쉼표로. 가족과 했던 어릴적 무수한 여행, 대학시절 친구와의 잊지못할 여행들에서 이제는 나 혼자 생각하고, 느끼고, 즐기는 여행에 푹 빠져버렸다.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부터였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여행하고픈 마음, 아니 휴일이 돌아올 때마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그렇다. 때로는 나에게 필요한 그 쉼표가 바로 여행이었다. 가슴에 와 닿는 제목이며, 내가 좋아하는 하늘과 바다색의 표지 때문에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탈리아어로 '이야기'라는 뜻을 지닌 단어와 스페인어로 '편지'라는 뜻을 지닌 단어로 목차를 표시하고 있는데 색다르면서 표현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여느 여행 서적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진부터 훑어보았는데 선명한 색상과 예쁜 색감으로 인해 책이 더욱 돋보인다. 웃고 있는 사람들, 보는 것만으로도 향기가 느껴지는 꽃송이, 알록달록 예쁜 색의 페인트가 칠해진 골목길,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연두빛 초록빛의 나뭇잎, 보랏빛 벽과 분홍꽃과 어울리는 액자 속의 흑백사진 등 환하고, 따뜻하고, 즐겁고, 신 나는 느낌의 사진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온정(溫情)이 느껴지는 사람들 사진이 가장 많다. 작가는 지구 위를 걷다가 만난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빵 만드는 일을 하루도 쉴 수 없다는 이스탄불 거리에서 만난 빵 파는 할아버지, 시계가 없어 매일 시간을 물어보는 쿠바 산티아고의 시계 수리공, 삶 자체를 퍼포먼스로 생각하는 옥스퍼드의 수학도, 매일매일 다른 바람 속을 달려 소식을 전하는 플렌스부르크의 우편배달부, 축축한 저녁거리에서 김광석의 <거리에서>를 틀어준 터키 셀축의 레코드 가게 주인, 이탈리아에 가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기 위해 하루 열두 시간씩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아바나의 스물다섯 청년, 물밑에서 따온 해산물을 입에 넣어주시는 하태도 해녀 할머니 등.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은 모두 따뜻했다. 여유롭고 행복한 모습이다.

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젊은이를 걱정하던 인제 감자밭 노인, 자신에겐 모두가 선생이라는 경주 기차역 앞에서 오렌지 파는 여인, 식당 하나 없던 만재도에서 돈도 안 받고 밥상을 차려주던 백발으니 난쟁이, 보말죽을 끓여주시던 비양도 할머니, 구례 산동마을에서 머리를 잘라준 일흔 살 즈음의 미용사, 1940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문을 열었다는 치과의사 한택동 씨.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정(情)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따스하다.  

볼 것 다 보고 먹을 것 다 먹는 여행 말고, 나에게 쉼표가 되는 여행을 하고 싶다. 천천히 걸으면서 시야를 넓히고, 그 마을 사람들을 차근차근 살펴보고 싶다. 시골 마을에 홀로 사는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그들의 외로움도 달래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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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문법 달인이 되는 법 - 완전개정판
이경수 지음 / 사람in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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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한 건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였다. 진한 노란색 표지에 써있던 말이 인상깊었다. '한번 읽으면 기초 문법이 척척, 두번 읽으면 문법이 막힘없이 술술, 세번 읽으면 문법의 달인이 됩니다.' 딱 세번 곱씹어 읽으면 저절로 일본어 문법의 달인이 된다고? 한꺼번에 세번을 읽기는 힘들 것 같아서 당시에 한번 읽었고, 그 후로 이 책을 다시 생각하지 못했는데 완전개정판이 나왔다는 말에 반가웠다.   

예전의 책과 달라진 점이라면 책이 더 두꺼워졌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크기도 커진 것 같다. 전에는 동사, 형용사, 조동사, 경어, 조사의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개정판은 목차가 조금 바뀌었다. 명사, 형용사, 동사, 조동사, 경어, 조사 그리고 틀리기 쉬운 일본어 유사 표현 비교까지 설명한다. 음성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했고, 활용노트가 포함되어 있어서 문법 활용을 반복적으로 써보며 또 한번 복습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이나 출판사 홈페이지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학창시절에 공부 잘하는 친구의 잘 정리된 노트를 보는 느낌이다. 일본어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들께서 중요하다고 표시해주신 내용이나 여러 장씩 복사해주신 내용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틀리기 쉬운 부분은 색깔을 넣거나 팁으로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책에 있는 팁만 모아서 책으로 엮어도 훌륭한 부록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각 품사별로 제시한 단어들을 사용한 예문이다. 어느 외국어나 그러하겠지만 방대한 동사를 무작정 외우려면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일본어의 동사는 세 가지로 분류하고 그 활용이 매우 복잡하다. 그에 따른 동사를 여러 가지 제시하고 활용 표현까지 하나하나 보여준다. 그 외에 자동사와 타동사, 가능동사, 보조동사, 복합동사 등 자칫 어렵게 배울 수 있는 내용을 간단하면서도 짜임새있게 정리했다. 

일본어 공부하면서 제일 헷갈렸던 부분이 수동, 사역, 경어였다. 다시 한번 정확히 짚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실력을 테스트 해보는 페이지가 '경어'에서 한 장 뿐이었는데 다른 품사편에서도 여러 장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 장 일본어 표현의 달인이 되는 법에는 '틀리기 쉬운 일본어 유사 표현'이 정리되어 있다. 각종 일본어 시험에 나오는 내용이어서 많은 도움이 되겠다. 일본어능력시험 2급까지는 혼자서 공부해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1급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이 짧았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2급과 1급의 차이는 엄청났다. 이 책을 정말 꼼꼼이 살펴보고 내 것으로 소화시킨다면 일본어 공부를 손에서 놓은 지 오래되었지만 1급도 문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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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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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자의 책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름이 귀에 익다. 어디에서 들었는지 한참을 생각하다 올해 5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저자의 <도착하지 않은 삶> 사인회 장면이 떠올랐다. 아, 그분이었구나. 지나가다 사진을 한 장 찍었었다. 

제목이 맘에 들어 읽게 된 책이다. 어릴 적에 가족 여행을 많이 한 덕에 성인이 되고서도 여행의 짜릿함을 좋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어디든 떠나고 싶어하는 중이다.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길을 잃어본 적이 있던가. 길을 잃는 것과 헤매는 것이 동일하다면 그런 경우가 몇 번 있다. 아테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한 캄캄한 새벽에, 담양 금성산성 오르는 중에, 그리고 도쿄 여행 중 하루에 한번씩은 길을 헤매었다. 어쩌면 그렇게 고생한 덕분에 여행에 대한 기억이 더욱 뚜렷한지도 모른다. 

여행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미술과 신화, 영화, 문학, 음악 이야기가 고루 섞여 있다. 글이 쉽게 읽히지 않아 지루했던 부분도 있다. 1부 아름다움에의 망명은 '여행'이라는 요소가 2부보다는 많이 포함되어 있고, 2부 예술가의 초상은 말그대로 예술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파리 드골 공항에서 마주친 여인들의 뛰어난 미적 감각에 감탄하고, 바르셀로나를 혼자 자유로이 돌아다닌다. 이른 아침부터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해질녘이면 광장에 앉아 현지인들에 섞여 차를 마신다. 미술관에서 작품들을 감상하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기차 안에서 일기를 쓰던 날 독일 여배우를 만나고, 파리의 카페에서 야채  타르트와 홍차로 식사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을 올라가고, 부에나비스타 카페에서 오믈렛을 먹는다. 그 모든 것이 느긋하고 한가롭게 느껴져서 좋다. 

여행뿐 아니라 시와 영화, 그림과 음악까지도 접했지만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여 머리가 뒤죽박죽이다. 마치 학창시절 다음날 치를 여러 과목의 시험 공부를 한 과목이라도 제대로 해놓은 게 아니라 이것저것 조금씩 손만 댄 것처럼 말이다. 산문집이라서 그럴 지도 모르지만 읽는 게 조금은 불편했다. 그래도 여행 전 준비하는 대목에서는 내가 다 설레었고, 처음 방문한 도쿄가 낯설지 않았다는 그녀의 말에 나도 공감했다. 이제는 볼거리가 많아 잘 짜여진 일정에 맞춰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여행 말고, 그저 풍경만 좋은 곳으로 휴식하러 가고 싶다. 공기 맑은 곳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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