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자파 스트리트 - 행복유발구역
노나카 히이라기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프랭크자파 스트리트 여기저기에 테루테루보즈가 달리는 밤이 있다. 누가 그걸 제일 먼저 창가에 달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개 또 한 개…… 점점 다른 집에도 전염되어 어느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테루테루보즈가 달랑달랑 달랑달랑 매달린다. 그리고 그것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내일은 피크닉이다, 야호!"라는 암묵적인 신호로 통한다. (55p)

세 번째 이야기 '날씨가 좋은 날에는 피크닉을 가자'의 첫 단락 내용이다. 문장도 예쁘고, 느낌도 좋다. 프랭크자파 스트리트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에 가면 사랑도 전염될 것만 같다. '프랭크자파'라는 거리 이름은 작가가 좋아하는 미국 유명 기타리스트이자 영화감독인 프랭크 자파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러브스토리라는 말에 꼭 읽고 싶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의 그림에 따뜻함이 묻어나서 그냥 좋았고, 책을 읽고 나서는 표지 그림이 이해가 되어 좋았다. 

첫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미미와 하루, 두 사람은 가난하긴 하지만 아직 젊기에 돈이 없어도 쌩쌩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널따랗고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가 있어서 엘리베이터도 없고, 정전 소동이 일어나기 일쑤인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기로 한다. 아무리 일이 힘들고 피곤해도 일단 집에 돌아오면 모든 게 안심되고 안락하고 평온하다. '여유롭고 기분 좋은 시간'이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지극하고, 눈 마주칠 때마다 항상 설레는 연인이 부럽기만 하다.

신혼인 기린 린키와 얼룩말 시마조, 그들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는 집주인 공골라 씨, 귀엽고 얌전한 수줍음쟁이 판다 와이와이, 단짝 친구 베호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가면남 등 사람과 동물이 한데 섞여 등장함에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차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토끼 릴리가 운영하는 바에도 가보고 싶고, 오래된 극장 트윙클 스타에서 옛날 영화 한 편을 본 뒤, 정크푸드 레스토랑 다이너에서 간단한 식사도 하고 싶다. 실제로 지구 어딘가에 행복유발구역인 프랭크자파 스트리트가 있지는 않을까? 그곳 주민들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해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갈 것만 같다. 오랜만에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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