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말하는 자도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징역에서 깨달은 대로 간다. 세상도 그런 믿음과 실행의 힘을 의심하지 않는 자들에 의해 바뀐다고 믿기에.-114쪽
1987년 민주화 이전만 해도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한다는 건 '자기 인생을 거는 결단'을 전제로 삼는 행위였다. 더 이상 고뇌가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으며, 개인적 고뇌는 대열에서의 이탈로 직결되었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의 진행은 이제 그런 결단 없이도 샐활 속에서 '알면 행하는 식'의 운동 참여가 가능하도록 세상을 열어 주었다. 그 덕에 운동의 폭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선택의 고뇌를 싸안은 채 참여하는 운동이 펼쳐졌다. 당시 나는 '미래에 서로 인생행로가 갈려 입장이 달라지더라도 당대의 고통과 즐거움을 함께 하며 한곳을 봤던 동료를 잊지 말자'는 뜻으로 [영웅본색]을 해석했다.-186~187쪽
예나 지금이나 소설의 위대함은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 볼 기회를 준다는 것이리라. 특히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압권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보면서 나는 그제서야 '사람은 서로 다르다 라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운동을 떠난 이들을 미워하던 마음, 꼭지가 우리를 '기만에 살찌는 무리'로 규정하던 분노, 되도록 꼭지와 '함께 하고 싶지 않다'는 배제의 정서 등이 모두 '너도 나와 같아야 한다'는 집착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중략) 그러나 이런 다양성을 받아들이게 된 순간, 내눈은 '그렇다면 사람의 내면세계는 어떻게 풍요로워지고 성숙해지는가? 그런 개인들은 스스로 자유로우면서도 사회를 위해 남과 손을 잡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응시하게 되었다.-212쪽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란 그 시대에는 없었다. 내가 '살아야 할 삶'만이 있었다.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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