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살면서 느끼는 고독, 그 감정이 뭔지 아십니까?" 그것은 버려진 것만도 못하다. 그것은 높고 높은 벽이다.-107쪽
"나중에는 서로를 더 참고 봐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상대를 참을 수 없었고, 상대의 존재를 참을 수 없었으며, 때로는 목소리조차 참기 힘들었다. 이런 감정은 서로의 시선과, 각자가 고집하는 침묵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침묵이 깨지면, 시비를 걸고 원망하는 말들이 폭발했다. 아이는 이 장면들의 관객이었다.-110쪽
구불구불한 길과 줄지어 늘어선 집들과 바람을 비롯한 온 세상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만이 있다. 세상이 그 한 사람으로 축소된다. 또다시.-231쪽
내게는 확신이 있었다. 설명할 수 없고, 선명하게 손에 잡히지도 않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이루어진, 이 내밀한 직감이. 이런 믿음에 대한 아주 사소한 증거조차 갖고 있지 않았는데도. 그냥 알았다. 그게 전부다. 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우리에게는 예감을 초석으로 인생을 구축할 권리가 있다.-23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