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꾸역꾸역 읽는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메이블 이야기는 재미없다기보다 
이 글을 쓸 때의 그녀의 마음이 무겁게 다가온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마음의 불이 꺼진 채 홀로 방에 남겨진 그녀가 보인다.

'그곳에서만 빛난다'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여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성적학대를 참아내며 일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사랑이 온다.
그녀의 마음 속 불이 켜진다.
그러나 그녀는 가족곁 버거운 삶속에 그대로 머문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송곳에 이런 장면이 있다.
의사는 주인공 남자에게 말한다.
"당신은 한국사회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군.
몇년만 지나봐. 당신도 누구못지 않은 꼰대가 될테니까."


모르겠다.
삶이란 어차피 비루하고 치사한 것이고
더 살아봐야 무언가 해낼리도 없다.
삶의 아름다움이란 그저 마음속에만 있는 반짝이는
무용한 이것 밖에 없는 것일지도. 


그래도 너를 사랑한 채로

여전히 철부지인 채로

조금만 더 살아내고 싶다.


전태일 열사 기일 하루 후인 11월 14일에 올해 민중대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왜 인지 이런 조금 슬프고 바보같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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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11-1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특이하지 않아요? 진짜 너무 날것이라 읽는 내내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라는 생각 책 읽으며 늘 하지만, 이 책 읽으면서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5-11-10 15:55   좋아요 0 | URL
날것, 바로 그 단어인듯 합니다. 아주 많이 쉬면서 읽고 있습니다. 반쯤 읽었네요. 보통 책을 읽고 들이치는 여러 감정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편인데, 이 책을 읽는 중엔 기분전환이 하고 싶더군요... 원서를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문체를 느끼고 싶어서.

2015-11-11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2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끔 지나치게 미련이 많은 스스로가 답답하다. 연애에 대해 내가 믿는 절대진실 하나는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그렇지 않다. 한순간 스친 인연에 오래도록 끙끙거리고, 이미 지나간 사람이 그리워 날만 흐려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유난히 정이 많은 어머니는 내게 튼튼한 치아나 물려줄 것이지, 망할 감상만 잔뜩 짐지웠다.


 일본 여자는 타이페이 여행중 잠시 만난 남자를 오래도록 마음에 둔다. 그가 있던 타이페이를 자주 찾고,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의 음식, 언어, 느긋한 흐름을 좋아하게 된다. 남자도 여자를 오래도록 기다린다. 그녀가 사는 곳에 지진이 나자 직접 찾으러 일본에 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잊지 않은 그들은 8년후 재회한다. 여자는 타이베이에서 남자는 일본에서 각자의 일에 몰두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번 잃었던 인연을 애써 이으려고도,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살아간다.


 일본이 타이베이를 지배할 때 태어나 종전후 본국인 일본으로 건너간 남자는 노인이 될때까지 타이베이를 한번도 방문하지 않는다. 나고 자란 곳을 마음한켠 업신여겼던 과거가, 또 일본인으로서 그곳에서 벌어진 불행한 현대사에 대한 죄책감이 고향으로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국적을 떠나 죽음앞에 그가 돌아가고 싶은 고향은 타이베이였다.


 그 땅의 후끈한 기후와 길거리의 음식냄새와 한낮의 나른함까지 전해지는 소설이다. 운명을 믿는다. 놓친 인연이 안타깝고, 재회는 소중하다. 그러나 너를 만나 변화된 지금의 나도 소중하다. 너로 인해 변화된 나를 소중히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그 길 끝이 너에게 닿지 않더라도 나를 품어주었던 너의 마음에 대한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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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4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4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뭐 먹었어? 10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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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을 맞은 주인공의 요리솜씨는 감히 이젠 따라하고픈 마음도 먹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 늙으신 부모님 이야기, 편안해지고 늙은 짝의 이야기를 오래된 친구와 나누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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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화는 가까운 미래 미디어검열법이 시행되어 출판물과 언론에 대한 공권력의 검열, 파괴 행위가 이어진다. 이에 대항해 도서관은 군대를 조직해 맞선다. 책을 지키려는 자들이 죽어나가도 언론엔 기사한줄 나지 않고, 정부는 끊임없이 도서관을 파괴하려는 공작을 벌인다. 


 애시당초 올바름이라는 단어와 역사의 기술이 함께 갈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만, 역사의 올바름을 판단하는 주체가 공권력일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 역사가 무수히 말해주어도 어리석은 우리는 또 그 길을 간다.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내는게 교육일까? 지루하다. 비판과 반성이 없는 역사교육 따위 차라리 하지 마라. 


오늘같은 내일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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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5-11-0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본 영화가 생각나는 날이라 써본다. 연애소설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딱히 눈물이 나거나 

감동적이거나 하지 않았는데

일본이 패전한 소식을 듣고
임정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기뻐하며
'집으로 간다' '돌아간다'며 외치던 모습.

무수한 동지들을 담담히 죽음으로 걸어보냈던 
그들이 그렇게 기뻐하던 순간

그 이후에 역사에 벌어진 일을 알고 있기에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그들중 몇이 빨갱이로 몰려 죽었을까
또 나머지 몇은 전쟁으로 죽었을까
그보다 더 많은 수가 배고픔에 비굴해져야 했을까.

돌아온 조국에서 그들이 당해야할 일들.
가장 행복한 순간이 가장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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