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경제의 ‘유혹‘에 면역이 되어 있는 후치탄 사람들의 전형적인 예로서, 과일장수인 마리아 치로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정부의 개발정책 기관대표로부터 새로운 사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아보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그녀는 거절했다. 그녀는 그 지방 특산물인 초절임 과일의 전문가였다. 초절임 과일은 지방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인, 심지어는 국제적인 시장으로 진출할 만한 것이었다. (중략)


마리아는 이의를 제기했다. 1.그런 방식으로 생산하면 규모가 너무 커서 그녀 자신이 직접 생산품들을 돌볼 수가 없다. 2.그녀는 자신이 직접 팔고 저녁에 돈을 손에 쥐는 방식이 좋다. 계획된 상업이 순조롭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너무 싼 가격으로 팔아야만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가? 3.영업노하우는 비밀인데, 왜 그녀가 자신의 지식을 아무런 보수도 받지않고 다른 사람에게 제공해야 하는가? 이 모두가 그저 커다란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인데, 그녀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4.게다가 만일 일이 잘된다면 그녀는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축제에 가고싶어지면 어떻게 하나? 너무 많은 의무를 져야하는게 아닌가? 대규모 사업은 그녀에게 많은 불안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부족함 없이 살고 있다. 결론은 ‘No‘였다. -148쪽


후치탄 사람들에게 있어서 축제는 필수적이다. 그 밖의 용건이나 행사는 모두 부차적이거나 중요하지 않다 (중략)
후치탄의 축제는 적어도 이틀, 대개는 며칠씩 계속된다. 이틀째는 ‘라 바다 데 올라스(냄비를 씻는 날)‘라고 해서 뒤풀이 같은 날이 된다. (중략) 뒤풀이 날을 계산에 넣지 않더라도, 큰 축제가 1년에 628회나 열린다. -157쪽

축제는 후치탄의 경제를 약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강하게 만든다. 축제를 통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물질적인 부를 분배한다. 유복한 여자 상인들은 축제를 주최하거나 다른 지역의 축제를 돌아봄으로써 축제에 적극 참가하도록 요구받는다. 그녀들 덕분에 지역의 돈과 물자가 순환한다. (중략)즉 서로 돕기 위한 상시적인 네트워크가 생기는 것이다. 축제로 인해 사람들 간에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사고방식이 제도화되고, 안정적인 생활기반이 만들어진다. -161쪽

후치탄의 중심인 시장의 상점은 대부분 여성의 소유거나, 여성이 공동소유 하고 있다. 후치탄의 여성들은 수공업이나 야채등을 가공하여 직접 판매한다. 그리고 이렇게 가공된 물품을 시장에서 소비함으로서 가사노동의 부담을 줄인다. 

축제라는 행위는 상호부조인 동시에 의무로 인식되어 진다. 이는 전통적인 우리사회의 부조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도 갯벌이나 물질에서 여성이 노동의 주체이고, 여성에게 대를 이어 전수되는 집단의 경우는 여성의 발언권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지역사회의 수장이 후치탄처럼 여성인 경우는 드문 것 같아 '발벌이'를 여성이 일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노동이나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노동에 대한 저평가 여부를 별도의 논의로 하고)

아래 그림과 사진에서 보여지는 자존감 높은 눈빛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공적공간에서의 역할과 그에 대한 존중에서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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