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쯤 잡지를 뒤적뒤적 하다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모빌이라는 걸 처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거다. 이게 내게 놀라웠던 이유는 풍경같은 일종의 민속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 일상에서 너무 흔히 봐왔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리움 미술관에서 이 모빌을 처음만든 알렉산더 칼더라는 사람의 전시회를 한다기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자 움직이는 조각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만든 사람의 전시회를 가자.
생일을 핑계로 아가는 시부모님께 맡기고(신난다!) 길을 나섰다.
우리의 그날의 여정은 남편이 강력히 원한 (파리도 못죽이면서 왜 도검류에 관심을 가지는지 =.=)
1. 국립중앙박물관 이슬람의 보물전 - 비쌌다. 그들이 온갖 곳에 그렇게 신앙에 대한 고백을 써 놓기에 종교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2. 이태원 만두집 - 내 입맛엔 연희동만 못했지만 맛은 있다.
3. 이태원 맥주집 - 외국 생맥주로 낮술 330ml 딱 한잔
4. 리움 알렉산더 칼더전
5. 영화 퍼시픽림 - 영화 음악에 맞춰서 주인공처럼 움직이는 자신을 볼 수 있다 ㅎ
나머지 일정은 차후에 기회가 되면 풀기로 하고 일단 리움이다.

전시회는 생각보다 흥미로왔다. 받침대나 천장에 매달린 모빌을 조명이 하나씩 비추고 있다. 모빌뒤 아이보리색 벽면에 그 모빌의 그림자가 비친다. 그 거대한 비대칭 구조물이 아주 작은 한점에 균형을 이룬 것을 보니 새삼 그가 기계공학을 전공했다는게 생각났다. 산속 깊숙한 전원에 위치한 그의 집겸 작업장에서 거대한 톱과 납땜기구를 들고 작업하는 그의 모습은 예술가라기보다 정비공 같았다.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두가지 였다.
하나는 초기에 서커스를 다룬 작품이다. 사람과 동물의 움직임을 철사를 통해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스케치를 보면 그 사람의 내공을 알 수 있다고 하던가? 철사로 그린 그의 스케치는 물흐르듯 움직인다.
- 동물들 모습이 더 흥미로왔는데 홈페이지엔 이것밖에 없어서 이걸로 가져온다
다른 하나는 아내의 생일에 선물했다는 미니 모빌이었다. 보석함만한 상자를 열면 칸막이로 나뉘어져 있고 그 속에 그가 만든 미니어처 모빌들이 들어 있다.

실재로 보면 자그마한 것이 멋지게 균형을 잡고 있어서 무척 사랑스럽다.
이 양반은 생전에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예술가 이기도 하고, 동시에 더 드물게도 성공한 가장이기도 했나보다.
다양한 크기와 소재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데, 전쟁 등으로 철사값이 오르면서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고, 크기를 줄이고 분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나는 그의 미술에서 심오한 철학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저 춤추는 그의 조각들에서 그 공간에 메우는 바람과 노래를 느꼈다.
덧글 1 : 나는 비싼 돈내고 들어갔는데 공짜표로 온듯한 한무리의 회사원들.... 마음이 아팠다 ㅠ.ㅠ
덧글 2 : 동서고금의 비싼 작품들은 다 리움에 모인듯해서 가면 늘 눈이 즐겁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작대기에 적삼세개가 걸린 그림과 커다란 달항아리다. 내 몸을 팔아도 못살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