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속도로 읽고 있지만 한참 만에야 몇 자 적을 여유를 낸다.

글을 남기기 어려운 이유는 컴퓨터가 내 생활 공간에 없기때문이고

(빨리 스마트폰을 사야겠다)

다른 하나는 내남편이 나의 사생활 언급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쓰기란 사적이기 마련이라 쓸 수 있는 말이 많지 않다.

 

  오늘 출근길엔 사랑의역사를 끝냈다. 오래 전에 보관함에 넣어둔 책인데 삼천원쯤 하는 가격에 알라딘 직배송 중고가 떴길래 구입했다. 요즘 나의 책 구매패턴은 보관함이 미어터지게 밀어넣고, 알라딘 직배송 중고가 한 50% 가격 정도에 떴을 때 구입한다. 나조차 이런 구매패턴을 유지하면 새책값은 더 올라가겠구나 싶지만, 반정도는 새책으로 구입하는 나름 우수고객인 '나'니까 반쯤은 괜찮겠지 싶기도 하다.

 

 여하튼 어느 책의 선전문구처럼(그 책을 사서 읽었고, 다시 읽긴 했지만 끝내자마자는 아니었다)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다시 읽기 시작하게' 되는 책이다. 그리고 나자신의 혹은 나에게 전해진 무수한 사랑의 역사들이 떠오르고 글이 쓰고 싶어서 손가락이 간질간질해졌다.

 

 제목 때문에 손해를 볼듯한 책이다. 사랑의 역사가 아닌 소설이 어디있다고 저런 제목을 썼을까? 첫 장만 읽어도 글발 날리는 이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에 어울리는 다른 제목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끝없는 만약들을 떠올렸다. 이런 세상이 아니라 고향에서 계속 공부할 수 있었다면 나를 위해 공무원이 되어준 소꼽친구랑 결혼해서 엄마의 지긋지긋한 간섭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같은... 전쟁만 아니었다면 책속의 그는 그녀와 결혼해 서로의 기침 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솟구칠 때까지 같이 살 수 있었을까? 그리고 느낀 것을 표현할 길을 찾지 못한 나같은 불쌍한 대중을 위해서 몇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는거지. 그 사람 덕에 나는 침묵을 읽는 법과 많은 단어의 뜻을 알 수 있게 되는거야.

 

 그런데 세상에 모든 것이 그렇듯이 우리의 하_님은 모두에게 각기 다른 사랑의 기회를 준비해둔다. 어떤 사람에겐 단한번도, 누구는 수십번, 다른이에게는 꼭 한번. 전쟁은 인간이 긴 세월 '인간다움'에 대해 만들어놓은 많은 선들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게 한다. 아니 자기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군대를 갔다오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언제나 '도대체 그들이 무엇을 경험했을까?'가 궁금해지곤 한다. 우리의 주인공처럼 인간다움이 한웅큼 죽어버려서 단한번의 사랑밖에 할 수 없게 되지 않기만을 빈다.

 

 HQ를 읽다 무언가를 너무 간절히 바라는 사람의 마음을 읽기가 힘에 붙여서 잠시 쉬고 집어든 이 책에서 삶을 그저 살아낸 사람의 이야기를 읽었다. 이 쪽도 쉽진 않다. 그리곤 많은 이야기를 전해듣고, 기억하고, 적어두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모든 사랑의 기억을 가진 자, 모든 깨달음의 경험이 있는 자는 인간이고, 그의 삶은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토르 프랑클을 떠올린다. (이건 그의 책에 나온 바가 아니라 내가 이해한대로 쓴 문장이다.) 주인공은 살아냈고, 기억했고, 글을 썼으며, 세가지 모두 가치있는 행동이었다.

 

 다시 나로 돌아가서 요즘 나를 지배하는 감정은 '실망감'이다. 때로 이것은 '분노'가 되기도 한다. 그 불똥은 내밑의 낙하산 '신입사원'에게 튀기도 한다. 아침이면 어머니가 깨워 도시락까지 싸서 아버지 입김으로 밀어넣어준 회사로 출근하는 그 녀석을 나는 왜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그 녀석은 죄가 없고, 곱게 큰 것은 장점인데 말이다. 이 지긋지긋한 일상을 선택한 건 나 자신인데 '너때문에 이지경'이라고 소리 높이는 짓도 그만둘 일이다. 잠시 놓아버렸던 나 자신과 나의 감정, 여전히 접지 않은 꿈들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날들이다. 나도 살아낼 것이다.

 

예고 1 : 이 책을 읽기 전에 파과와 솔로몬 왕의 고뇌를 읽었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에 도전했다 거듭 실패한 끝에 익숙한 그들에게 돌아갔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그린 노년. 좋았다. 좋아서 여유있게 리뷰를 쓰고 싶어서 끝도 없이 미뤄지고 있다. 언젠간 쓰겠다.

 

예고 2 : 이 책에 나오는 브르노슐츠의 작품집을 샀다.

 

예고 3 : 그냥 요즘 내모습. 화질을 보니 다시한번 폰을 바꾸기로 =.= 딸과 커플 원피스라 유아복 라인인데 정작 딸은 안입고 나만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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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었어 늙었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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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2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2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8-22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예쁜 휘님 모습이네요. 반가워요.
글을 읽으면서 맛있어서, 아, 역시 휘님이구나, 했는데 밑에는 반가운 모습까지!!
자주 좀 써줘요, 휘모리님.
:)

무해한모리군 2013-08-23 08:2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끝도없이 쓸 것 같아서 대충 정리했어요.
하고 싶은 말들이 마음에서 맴돌다 사라지곤해요 ^^
난 늘 다락방님을 보고 있다오 홍

여울 2013-08-2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랜만이군요. 서재브리핑 보다 낯익은 이름이 걸려 넘어왔네요. 시간들이 후다닥이군요. ㅎㅎ 질병치료 가면 걸어둡니다. ㅎㅎ 서재 잠깐 다녀가세요.

무해한모리군 2013-08-23 08:28   좋아요 0 | URL
언제나 따스한 글을 써주시는 여울마당님.
고맙습니다 ^^

머큐리 2013-08-2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님...근데 배경이 화장실? ^^;; 화장실에 핀 한떨기 꽃(?) 이어라~~~ㅎㅎ

다락방 2013-08-23 08:18   좋아요 0 | URL
앗 그러네요. ㅎㅎ 저는 화장실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3-08-23 08:29   좋아요 0 | URL
회사 화장실이예요.
저날 유아복입은 꼴이 재미있어서 찍어봤는데 역시나 임대한 2g폰카는 저질화질 ㅎㅎㅎ

웽스북스 2013-08-2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미녀!!!!! 애 낳아도 날씬한 미녀!!! 유아복 라인 입어도 시크한 미녀!!!!

무해한모리군 2013-08-23 12:06   좋아요 0 | URL
아냐아냐 웬디양님
역시 애낳고 나니 팔뚝살이 안빠져요. 슬퍼..
저는 늘 검은색 치렁치렁한 옷이 좋았는데 얼마전에 깨달음이 왔어요...
짜리몽땅에게 쉬크란 없다는거 ㅠ.ㅠ

테레사 2013-08-2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이런 모습을...글도 잘 쓰시고, 모습도....너도 2007년 가을 폭풍같은 속도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한없이 터져나오는 눈물이 기억나는데...왜 울었나 지금 생각하면, 답을 못하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3-08-26 09: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테레사님..
웃긴 모습이죠 ㅋㄷㅋㄷ
요즘 역사 운명 막 이런거 앞에 참 무력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거울 속에 낯선 사람은 나인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문득 슬프기도 하고.

순오기 2013-08-2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휘님, 더 어려진 거 같아요.
모녀가 세트로 옷을 입거나 악세서리를 같이 하는 것도 잠간이니 많이 즐기세요~ ^^

무해한모리군 2013-08-26 09:2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진실은 저만! 입어요 ㅎㅎ 딸은 벌써 거부중 ㅋㄷ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