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삶의 초보운전자다. 그런 면에서 적당히 망각할 수 있다는 게 인간에겐 참으로 큰 축복이다. 내가 특별히 못난 놈이라 그런지 몰라도 지금도 떠올리기 끔찍한 기억이 너무나 많고, 떠오르는 즉시 우울해져 버리고 만다. 잊지 못했다면 운전대를 놓쳐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절절했던 지난 사랑의 기억들도 어느정도 왜곡시켜 저장해둔 덕에 약간의 자긍심을 지킬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주인공도 보기드물게 찌질하다. 아 그런데 이 비호감 영국인이 너무나 낯이 익다. 그저그런 인간인걸 상대방에게 숨기려는 모습, 독한 말로라도 자존심을 지켜보려는 덧없는 노력까지..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처음 집어든 책이었다. 소심하고 겁이 많아 고심고심 선택을 해도 내 감은 영 꽝이다. 결혼도 출산도 모유수유도 아니 아가 자체도 예상과는 전혀 다르기만 하다. 책은 얇고 뒷맛은 씁쓸했다. 그래도 누구나 삶은 한번이고,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나보이는 아무개도 숨기는 찌질함이 있을 것이라는게 이 책이 주는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작가가 지입으로 '내 책의 독자들은 다읽고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는 자신만만한 이야기를 했을만큼, 적은 분량에 압축적이고 깔끔한 이야기를 담은 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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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2-05-29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 권의 리뷰를 차근차근 올리겠다며 책상옆에 싾아뒀는데, 신랑의 구박에 그냥 생각나는 것부터 올리기로 마음을 바꿨다 ^^

순오기 2012-05-2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산휴중인 엄마가 벌써 책 읽으면 눈에 좋지 않을텐데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가볍게 그림책을 보시지~ ^^
축하하고요, 엄마도 아가도 아빠도 모두모두 행복하기 바랍니다.

무해한모리군 2012-05-30 18:1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 주신 그림책 너무 예뻐요
저때는 먹고자고 먹고자고 했는데,
이제 먹고자고 놀려고 해서 읽는 속도가 줄었어요 ^^

머큐리 2012-05-2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휘님의 글은 반가운데요...ㅎㅎ 건강하셔야 해요...^^

무해한모리군 2012-05-30 18:18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저는 아주 건강해요.

turnleft 2012-05-3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휘모리님이다!!!!

무해한모리군 2012-05-30 18:18   좋아요 0 | URL
보고싶었어요 글썽

조선인 2012-05-3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궁, 산후조리중에는 PC 사용도 자중하세요. 눈에 안 좋아요.
건강하시죠?

무해한모리군 2012-05-30 18:19   좋아요 0 | URL
네 컴퓨터를 킬 짬은 잘안나네요.
요즘 칼라모빌에 집중해 있는 한 이십분 정도에 후다닥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ㅎㅎㅎ

rosa 2012-05-30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순산 축하드립니다.^^
쉬엄쉬엄 하시고, 가끔씩 소식 전해주세요.^^

무해한모리군 2012-06-04 17:3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지금 이순간이 너무 소중해요.
23살부터 지금까지 늘 밖으로만 돌다가 집에 모처럼 있으니까요.
아가가 이리 어린순간이 휙 지나갈거 같아서 아쉽기도 하구요...

감은빛 2012-05-3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모리님이다!
아기 예쁘죠?
이제 슬슬 모리님이 움직일 시기네요.
아내는 큰애 낳고 두 달만에 일을 시작했어요.
대신 제가 육아휴직을 받아서 아기를 돌봤구요.
문득 그때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드네요.
아가랑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래요! ^^

무해한모리군 2012-06-04 17:33   좋아요 0 | URL
네 감은빛님 아휴 뵙고 싶어요.
저는 9월부터 출근이예요.
벌써 하루하루가 아쉽네요..
아기는 신랑을 많이 닮아서 다소 아쉬워요.. 나도 좀 닮아주지 ㅋㄷㅋㄷ
계속 친정엄마며, 도우미분이 도와주시다 두달째부터 혼자 집안일을 하면서 보내고 있어요. 생각보다 바쁜 생활이라 놀라워요 ㅎㅎ
뵐때까지 감은빛님 가족분들도 모두 내내 건강하세요.

무스탕 2012-05-31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소식 전해주시네요 ^^
아가도 엄마도 아빠도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라고 많이 빌어 드릴게요 :)

무해한모리군 2012-06-04 17:35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고맙습니다.
초보엄마덕에 아기는 고생이예요 ㅋㄷㅋㄷ
요즘은 더위 태열과의 싸움을 시작했어요.
모유수유도 쉽지가 않아서 끙끙이고.
무스탕님과 똘똘이 아드님들의 소식도 자주자주 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