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은 참 난감하다. 

내 삶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서 좋을 것도 싫을 것도 딱히 없다.  

신랑은 지난 주 내내 관심없는 주제의 어렵고 두꺼운 책을 다 읽어내려고 안간힘을 쓴 끝에 간신히 다 읽고, 

일요일 새벽 2시 반에 드디어 새 책을 시작하기 위해 펼치더니  

악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고개를 돌리니 신랑이 들고 있는 책의 한페이지가 보였는데.. 

대충 상황 파악이 되었다.

자잘한 폰트에 촘촘하고 여백은 새끼손가락 한마디인 그렇다 열린책들이었다. 

두껍기는 또 어찌나 두꺼운지. 

불쌍한지고. 

주말 서재방에 박혀서 오락한 것을 용서해 주고,

오늘 읽은 책에 손목이 잘린 시체가 나왔다는 이야기만 살짝 해줬다. 

덤으로 금귤이랑 군고구마를 다정히 새벽에 나눠 먹으며 

폰트도 시원하고 얇은 아가미를 자랑스레 들고 읽었다. 

상처를 가진 미소년들이 나오는 소설을 읽는 나와 

언제나 늙수구레한 이미지의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있는 신랑 

혼인해서 좋은 점 하나를 오늘 발견했다. 사랑스런 내 책들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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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3-2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의 신혼생활은 사랑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계신 듯 하네요.^^
전 주말에 결혼식장 다녀오고 남편은 바쁘다고 나가서 하루종일 애들하고 씨름했어요.ㅜㅜ

무해한모리군 2011-03-28 13:56   좋아요 0 | URL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아이둘과 하루종일 함께 있는건 정말 힘들거 같아요.
글쎄.. 저희는 사랑스럽다기보다는 다소 중년부부 같은거 같아요..
조용히 지내요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1-03-2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쌍한지고에 너무나 공감... ㅎㅎ.
저두 군고구마나 오늘 해놓을까봐요?
아...... 추리 소설 들고 발랑 드러눕고 싶당. ㅠ

무해한모리군 2011-03-29 09:16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하십시요!
천혜향을 열개쯤 먹었더니 몸이 무겁네요 ㅎㅎㅎ

푸른신기루 2011-03-2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것은 고도의 염장질임이 분명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군고구마를 먹으며 책을 읽다니..ㅠㅠ

무해한모리군 2011-03-29 09:16   좋아요 0 | URL
그게 사랑하는 사람과 라고 표현하면 로맨틱해 보이나 신랑과 라고 표현하면 그닥 --

마노아 2011-03-28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열린책들 책은 두 번은 생각하고 사야 해요.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3-29 09:17   좋아요 0 | URL
산게 아닌 모양입니다 ㅎㅎㅎㅎ
25세 이상은 읽을수가 --;;

순오기 2011-03-29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아름다운 풍경이네요.
더불어 휘모리님께 감정이입되는 경험까지!^^

무해한모리군 2011-03-29 09:1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손목 부분인가요? ㅎㅎㅎㅎ

후애(厚愛) 2011-03-2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귤과 군고구마 맛 있겠당~ ㅎㅎ
신혼부부 너무 부럽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3-31 12:14   좋아요 0 | URL
후애님 맛있습니다!
역시 제철과일인듯.
후애님 부부가 더 다정한듯 싶습니다만...

양철나무꾼 2011-03-2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열린책들 편집매뉴얼은 두고두고 귀감이 되고 있잖아요.
암, 부러워요~
고럼 부럽고 말고~~~

무해한모리군 2011-03-31 12:16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니 이건 편집이 아니고 판형이라고 하는 건가요?
양철댁님... 실상은 흑 ㅠ.ㅠ

노이에자이트 2011-03-3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도 젊은 시절 모습을 담은 그림이 있던데 사람들은 그를 태어날 때부터 늙어서 나온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 같죠?

무해한모리군 2011-03-31 12:17   좋아요 0 | URL
무슨무슨스키 라는 이름을 들으면 왠지 딱딱할 거 같고 이름도 너무너무 긴거 같고 막 그런 선입관이 들어요. 재미있게 읽은 소설들도 많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ㅎㅎㅎ

Mephistopheles 2011-03-3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휘모리님은 신혼인 지금이나 30년이 지난 후나 지금 모습 똑같은 결혼생활일것 같다는...

무해한모리군 2011-03-31 12:18   좋아요 0 | URL
좀 덜 싸워야할텐데.. ㅠ.ㅠ
지금도 한 십년 산거 같아요..

잘잘라 2011-04-0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인을 한다는 것은
특별한 거울을 하나 들이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글이예요.

무해한모리군 2011-04-03 21:58   좋아요 0 | URL
작용과 반작용에 대한 고민을 하긴합니다 ^^

따라쟁이 2011-04-0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저도 별다른게 없어요. 가만 생각해보니.. 너무 다른게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