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은 참 난감하다.
내 삶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서 좋을 것도 싫을 것도 딱히 없다.
신랑은 지난 주 내내 관심없는 주제의 어렵고 두꺼운 책을 다 읽어내려고 안간힘을 쓴 끝에 간신히 다 읽고,
일요일 새벽 2시 반에 드디어 새 책을 시작하기 위해 펼치더니
악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고개를 돌리니 신랑이 들고 있는 책의 한페이지가 보였는데..
대충 상황 파악이 되었다.
자잘한 폰트에 촘촘하고 여백은 새끼손가락 한마디인 그렇다 열린책들이었다.
두껍기는 또 어찌나 두꺼운지.
불쌍한지고.
주말 서재방에 박혀서 오락한 것을 용서해 주고,
오늘 읽은 책에 손목이 잘린 시체가 나왔다는 이야기만 살짝 해줬다.
덤으로 금귤이랑 군고구마를 다정히 새벽에 나눠 먹으며
폰트도 시원하고 얇은 아가미를 자랑스레 들고 읽었다.
상처를 가진 미소년들이 나오는 소설을 읽는 나와
언제나 늙수구레한 이미지의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있는 신랑
혼인해서 좋은 점 하나를 오늘 발견했다. 사랑스런 내 책들 으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