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키터리지 선생님이 어느 날 했던 그 말이 늘 기억에 남아 있어. 배고픔을 두려워하지 마라. 배고픔을 두려워하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얼간이가 될 뿐이다. 

- 352쪽 

요즘 우울하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디서 부터 어떻게 고쳐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질질 끌려가는 느낌.

그 순간 케빈은 방금 전 그 느낌은 희망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연약한 초록빛 희망의 싹이 가슴속에서 움트는 걸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다리에서 뛰어내렸다가 죽지 못하고 살아난 남자의 끔찍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남자는 누군가 금문교 위에서 한 시간 동안 울며 서성대던 그를 막고 왜 우느냐고 물었더라면 뛰어내리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 84쪽 

그녀는 외로움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여러가지 방식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 

- 124쪽  

두 사람은 요즈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로. 마치 결혼생활이라는 복잡하고 기나긴 식사가 끝나고 이제야 근사한 디저트가 나온 것만 같았다. 

-228쪽  

앞으로 더 나빠져 갈 것 같다는 확신이 머리를 스치고, 

역시 튼튼한 이와(맛난 것을 먹는 것쯤은 조금만 노력하면 상당기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같이 먹어줄 사람(이건 쉽지 않다. 외로움에 파묻혀 죽을 위험이 있지만 익숙해져보도록 하는게 빠를지도)을 어떻게든 구비해봐야하나. 

어디서 어떻게 삶이 치고들어올지 어떻게 알겠어. 

까르페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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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1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책이라지요?
읽으려고 사놓고는 아직도 질질....
가을이네요! 아...... 선선해! 그리고 살만해! 이런 느낌이 팍팍 들어여~

휘모리님 그동안 잘 지내셨죠?

무해한모리군 2010-09-16 11:42   좋아요 0 | URL
아 사람 사는거 별거 없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한번 문득 들었어요.
마녀고양이님 잘지내시죠? ^^

라로 2010-09-15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이맘때면 그러는거에요,,,과정이라고 생각하심 맘이 편하실듯~.
오늘 제가 어떤 사람을 방문했는데 미국여자에요.
한국남자와 결혼해서 3년 전에 한국에 와서 살게 되었는데
그 사람들이 사는 집을 가보고 기절할 뻔 했어요.
한국여자들도 요즘 그런집에 살지 못할텐데,,,미국여자가 시아버지를 모시고
다 쓰러져가는 연탄집에서 싱글 벙글 사는 모습을 보면서
저 겸손함을 배워왔답니다.
물론 긍정의 마인드 하고요.
님,,,뭣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게 중요한것 같아요!!! 화이팅!!

무해한모리군 2010-09-16 11:45   좋아요 0 | URL
끊임없이 평가받는 느낌이 별루예요.
나는 이대로 참 좋은데, 이렇게 살아온 내 삶에도 만족하는데
자꾸 반성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마음에 안들고..
긍정하기엔 주변에 부정적 피드백이 너무 많다는 --;;

머큐리 2010-09-1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모든 것이 멈춰섰으면 하는 마음도 들지만.. 모든 것은 결국 변화한다는 것이 답인것 같아요..그런데 말이죠 휘님... 외부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변화도 중요하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9-16 12:18   좋아요 0 | URL
요즘 감정적으로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글은 많이 읽지만 글자가 머리로 쒹쒹 하고 지나가는 느낌 ㅎㅎㅎ

변화는 원할때 하고 싶어요. 그 원함의 주체가 나였으면 좋겠어요 ㅎㅎㅎ

무스탕 2010-09-1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왠지 휘모리님과 무척 오랜만이라는 느낌.. ㅠ.ㅠ

어디서 어떻게 삶을 치고 들어올거라는거 알고 살면 무척 피곤할거에요.
우리 그냥 허구헌날 맞고 살자구요 ^^

무해한모리군 2010-09-16 12:16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잘지내시죠?

알아도 아마 저는 대응을 못할거예요 ㅎㅎㅎ

차좋아 2010-09-1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오랜만입니다 ㅎㅎㅎ
글자가 읽기싫어 밑 줄은 안 읽고 휘님 마음만 들여다 봤어요.

반갑다구요~~^^

무해한모리군 2010-09-16 12:16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건강하시지요?
ㅎㅎㅎㅎ 별 내용이 없어요. 저도 리뷰쓰기 싫어서 저렇게 하고 말았어요.

2010-09-16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6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9-1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저도 읽었는데 이 책 은근 스며들더라구요. 읽는 중에는 강렬하게 와 닿는 무엇가는 없었는데 보통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 마지막 책을 덮을 때는 감동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떤 말할 수 없는 은근한 감정이 스며들더라구요. 이 책 그래서 좋았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9-24 09:59   좋아요 0 | URL
작가가 보이는 듯 했어요.
긍정적이고 강한 미국중년여성이.
기억의집님 명절 잘 보내셨어요?